[K-엔지니어링, 세계를 설계하다③] 동명기술공단, 몽골 지방도시의 ‘뼈대’를 그리다
입력 2026-10-11 09:39:38 | 수정 2026-10-11 09:39:38
박소윤 기자 | xxoyoon@daum.net
몽골 서부지역 상세설계·감리 680만9849달러 계약
상하수도·전력·난방·도로…생활과 산업을 연결하는 도시 인프라
7억3500만달러 지역개발 프로그램에 한국 엔지니어링 참여
상하수도·전력·난방·도로…생활과 산업을 연결하는 도시 인프라
7억3500만달러 지역개발 프로그램에 한국 엔지니어링 참여
한국의 해외건설은 건설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건설사가 현장에 들어가기 전 도로의 노선을 정하고 교량을 설계하며 사업비를 계산하는 한국 기업들이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제대로 짓고 있는지 감독하고 때로는 발주처를 대신해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한다. 홍익기술단·동명기술공단·삼안·경동엔지니어링·동성엔지니어링·한국해외기술공사(KCI) 등이다. 이들의 이름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시아·아프리카·남태평양의 도로와 교량, 도시 인프라 곳곳에 한국 엔지니어들의 설계도가 들어가고 있다. 미디어펜은 ‘K-엔지니어링, 세계를 설계하다’를 통해 세계 인프라 시장의 앞단을 개척하고 있는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을 추적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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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서부지역 개발사업은 도로를 비롯해 상하수도·전력·난방 등 도시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동명기술공단은 기반시설의 상세설계와 감리를 맡았다./이미지 생성=챗GPT | ||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도시를 만드는 일은 건물을 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수도를 틀면 물이 나오고, 사용한 물은 하수관을 따라 처리시설로 이동해야 한다. 전기와 난방이 공급돼야 하고 사람과 물자가 오갈 도로도 필요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기반시설이 서로 연결돼야 비로소 도시가 작동한다.
한국 중견 엔지니어링 기업 동명기술공단이 참여하는 몽골 서부지역 개발사업은 이런 도시의 기반을 갖추는 프로젝트다. 도로 한 구간이나 건물 한 동을 넘어 생활과 산업을 뒷받침하는 여러 기반시설의 상세설계와 감리를 맡는 계약이다.
▲수도관부터 난방·도로까지…도시가 작동하는 기반
동명기술공단은 몽골의 ‘아이막·솜 녹색지역개발 투자프로그램’ 1단계 상세설계·감리 계약을 확보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계약자료에 등록된 계약일은 2026년 6월 5일이며, 미디어펜이 앞서 확인한 계약금액은 680만9849달러다.
이 금액은 동명기술공단의 설계·감리 용역 계약액이다. 전체 지역개발 프로그램의 사업비나 해당 지역의 모든 건설공사 금액과는 구분해야 한다.
아이막은 몽골의 광역 행정구역이고, 솜은 그 아래 행정구역이다. 프로그램은 지방 거점도시와 주변 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농축산업의 생산·가공·유통 기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1단계는 바양울기·호브드·우브스 등 몽골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지역난방망, 전력망, 도로와 배수시설 등을 갖추는 사업이 포함됐다.
이런 사업에서 설계의 핵심은 개별 시설을 그리는 것과 함께 시설 사이의 관계를 맞추는 데 있다. 도로 아래로 지나가는 관로와 배수시설, 전력·난방 공급망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검토해야 한다. 시설을 건설한 뒤 운영하고 유지관리할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상세설계는 사업계획을 실제 공사에 사용할 도면과 기술 기준으로 구체화하는 단계다. 감리는 이후 공사가 설계와 계약 조건에 맞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역할이다. 동명기술공단의 계약은 도시 인프라를 준비하는 단계와 건설 과정을 연결한다.
▲7억3500만 달러 프로그램…시설을 넘어 지역경제를 설계한다
동명기술공단의 계약이 속한 전체 프로그램 규모는 7억3500만 달러다. ADB는 2024년 1월 몽골 정부와 1단계에 대한 1억6820만달러 규모의 대출·보조금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프로그램에는 ADB와 유럽투자은행(EIB), 유럽연합(EU), 녹색기후기금(GCF) 등이 참여한다. 몽골 정부와 민간부문의 자금도 포함되며, ADB 발표 당시 계획은 세 단계로 추진해 2033년 완료하는 것이었다.
사업의 목적은 기반시설을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지방 거점도시를 농축산업의 생산과 가공·유통을 연결하는 중심지로 키우는 것이 중요한 축이다.
농축산물을 가공하는 기업이 지역에 들어오려면 부지만 있어서는 부족하다. 안정적인 물과 전기가 필요하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처리할 시설도 있어야 한다. 원료를 들여오고 제품을 내보낼 도로 역시 갖춰야 한다.
주민의 생활 기반과 기업의 생산 기반이 연결되는 이유다. 상하수도·전력·난방·도로를 함께 다루는 종합적인 접근은 지역도시가 사람과 기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과정이다.
프로그램에는 지속가능한 목초지 관리와 기후변화 대응, 농축산업 관련 금융지원도 포함돼 있다. 도시 기반시설은 이처럼 더 넓은 지역개발 구상 안에서 추진된다.
다만 전체 프로그램의 모든 분야를 동명기술공단이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계약은 1단계 상세설계·감리에 해당한다. 전체 사업의 규모와 한국 기업이 맡은 과업을 구분해야 역할이 정확히 드러난다.
▲한국의 엔지니어링 수출, 도로에서 도시로
동명기술공단은 앞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도시서비스·게르지역 개발사업에서도 설계·감리 계약을 확보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참여 무대가 몽골 서부지역으로 넓어졌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계약금액과 함께 과업의 성격이다. 한국 중견기업이 해외 도시의 상하수도와 에너지 공급, 교통 기반시설을 갖추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해외 인프라 시장에는 시공사가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일이 많다.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고 시설의 규모와 배치를 정하며, 공사에 사용할 설계도와 기술 기준을 준비해야 한다. 공사가 시작된 뒤에는 품질과 공정, 계약 이행을 확인하는 전문 서비스가 필요하다.
설계·감리 계약액은 대형 건설공사보다 작을 수 있다. 그러나 설계 단계의 판단은 시설의 건설비와 운영비, 주민이 이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공사 규모만으로 엔지니어링의 역할을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동명기술공단의 몽골 사업은 한국의 인프라 수출이 도로와 교량 같은 개별 시설을 넘어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도시 기반시설로 이어지는 사례다.
수도관과 하수관, 전력과 난방, 도로가 연결돼야 도시의 일상이 움직인다. 몽골 지방도시의 그 연결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인프라 사업에서 설계와 감리는 사업의 방향과 시설 간 연계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도로·상하수도·전력·난방 등 여러 기반시설을 함께 구축해야 하는 만큼 분야별 기술을 종합해 사업을 설계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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