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해법②] '기업 투자·정부 인프라'…AI 시대 ‘민관 공조’ 필수
입력 2026-10-08 16:07:27 | 수정 2026-10-08 16:07:27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LNG 등 다양한 발전원 활용 필요성 대두
송전망·변전소 건설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지능형 전력망도 구축해야
정부 지원 더해져야 메가프로젝트 성공…인허가 패스트트랙 도입 요구
송전망·변전소 건설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지능형 전력망도 구축해야
정부 지원 더해져야 메가프로젝트 성공…인허가 패스트트랙 도입 요구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우리나라도 AI 데이터센터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나서면서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반도체 산업 특성상 ‘전력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력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내 투자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전력 인프라의 현주소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력망의 역할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AI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전력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이 계획대로 들어서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송전선로와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가 제때 갖춰지지 않으면 국가가 추진하는 메가프로젝트 실현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산업계 내에서는 전력망 선투자와 함께 정부 차원의 과감한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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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전력망 구축과 함께 정부의 지원도 병행돼야 의견이 나온다./이미지 생성=뤼튼 | ||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AI 데이터센터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따른 필요 전력은 24.7GW(기가와트)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전력 확보 방안이 필요한 가운데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전력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재생에너지를 늘리더라도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특성상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과 LNG 등의 발전원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력 확보와 함께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추가로 건설해 생산된 전력을 산업 현장까지 전달할 수 있는 전력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은 단순히 필요한 전력량만 확보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생산라인에서 순간적인 전압 변동이나 정전이 발생할 경우 웨이퍼 생산이 중단되거나 이미 투입된 제품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역시 서버와 냉각설비 등이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높은 전력 품질이 요구된다.
◆단순 증설 넘어선 지능형 전력망·ESS 연계도 필요
전력망을 단순히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늘리는 방식으로 확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AI를 활용해 지역별·산업별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발전량과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는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대규모 수요처가 한 지역에 집중될 경우 특정 시간대에 전력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변동성이 크다. 이에 수요와 공급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고 양쪽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전력망 운영 기술이 중요하다.
AAI 기반 전력 수요 예측 시스템을 발전소 운영과 송배전망 관리에 연계하면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구간을 사전에 파악하고 필요한 설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전량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력변환장치 등 유연한 전력 인프라를 연계하는 방안도 중요하다.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전력을 저장하고 수요가 높아지는 시점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에 전력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투자에 정부도 ‘인허가·전기요금’ 지원으로 응답해야
국내 기업들은 메가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삼성그룹은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2030조 원을, 호남·충청·영남에는 625조 원 등 총 2655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도 AI 데이터센터(AI DC) 구축과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총 210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력기기 업체들이나 전선업체들도 국내 생산능력을 키우며 메가프로젝트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투자와 노력에 발맞춰 정부 역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먼저 산업계에서는 첨단 산업과 관련해 인허가 절차의 효율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에서는 내년 3월 시행되는 데이터센터 특별법을 통해 복잡한 인허가 과정을 150일 이내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첨단 산업의 경우 설비 투자와 짧은 제품 전환주기로 인해 인허가에 5개월이 소요된다면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는 데 부담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이에 인허가 절차를 2개월 내로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급격한 전기료 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전력이 필수적인 구조여서 전력 비용이 곧 제품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산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맞춤형 세제 혜택과 산업 지원형 요금 감면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AI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송전망과 변전소를 선제적으로 건설하는 구조를 확립했다. 일본 주요 전력 8개사는 2030년대 초반까지 일본 전역에 변전소 30곳을 증설하고 총 1500만㎾ 규모의 송전 용량을 추가할 계획이다. 특히 예상 수요보다 높은 수준의 송전망을 구축해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에너지 프로젝트 인프라 개혁 법안이 발의됐다. AI 데이터센터 폭증과 첨단 산업 확대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폭발하자 송전망과 발전소 건설 절차를 대폭 단축하기 위한 것으로, 인허가 패스트트랙과 송전망 연결 승인 절차 간소화 등이 담겼다.
결국 산업계는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지원이 맞물려야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메가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력망 확보에 이어 AI를 활용해 전력 운영 효율화까지 이뤄낸다면 국내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AI 시대 주도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민간 기업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라며 “기업과 정부가 시너지를 발휘할 때 메가프로젝트가 보다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