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라이선스 생산…'기린' 제법·효모 공유
캔 판매 연평균 97% 성장…초도 150만ℓ 생산
공급기간 1~2주로 단축…내년 75% 국내 생산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20년 넘게 일본에서 들여오던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직접 생산한다. 하이트진로는 기린과의 협력 범위를 수입·유통에서 생산·기술 분야로 넓혀 공급기간을 단축하고 늘어나는 국내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장인섭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는 8일 경기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린 이치방 시보리 한국 생산 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술협정은 단순한 생산 현장의 이전이 아니라 한층 발전된 기술과 품질을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국내 생산에서도 일본 현지 제품의 맛과 품질을 그대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린의 고유한 이치방 시보리 제법과 원료, 공정, 품질관리 기준을 전주공장에 그대로 적용했다”면서 “한국 생산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더욱 신선한 품질의 '이치방 시보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달부터 전주공장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 제품의 라이선스 생산을 시작했다. 기린과 자본관계가 없는 수입·유통 파트너사가 이치방 시보리를 생산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양사는 1년 넘게 협의와 기술교류를 거쳐 지난 7월 기술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 맥주 원료 '몰트'에서 짜낸 첫번째 맥즙과 두번째 맥즙 비교(왼쪽)와 시음용 '기린 이치방 시보리' 제품./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기린은 이치방 시보리 고유 제법과 생산 노하우를 하이트진로와 공유하고, 자사 고유 효모를 직접 공급한다. 맥아에서 처음 짜낸 맥즙만 사용하는 제조방식을 비롯해 원재료 규격과 양조 온도·시간·비율, 완제품 기준까지 기린의 생산 표준을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 적용했다.

김동우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장은 “맥주 제조사가 사용하는 제법과 노하우, 특히 사용되는 효모의 종류는 ‘탑 시크리트’에 해당하는 대외비”라며 “기린이 보유한 효모를 하이트진로에 제공하고, 제법과 노하우 등을 공개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생산에서도 일본 현지 제품과 같은 맛과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1년 넘게 기린과 기술교류를 이어가며 시험생산을 진행했다. 전주공장에서 세 차례 이상 시험생산한 제품을 일본으로 보내 관능평가와 수치 검증을 반복하며 품질 동등성을 확보했다. 국내 생산 이후에도 양사 기술진이 데이터를 공유하고 정기적인 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 20년 유통 협력, 국내 생산으로…공급 안정성 높인다

   
▲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권역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하이트진로와 기린의 협력은 2004년 이치방 시보리 병 제품 수입으로 시작됐다. 2011년 캔과 생맥주를 포함한 독점 수입·판매 계약을 체결한 뒤 2012년부터 국내 판매를 본격화했다. 이후 판매망과 소비자 접점을 넓히며 연평균 14% 이상의 판매량 성장세를 이어왔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도 최대 판매량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캔 제품의 판매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하이트진로는 2020~2026년 이치방 시보리 전체 판매량의 연평균 증가율이 82.4%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캔 제품의 연평균 증가율은 97%로 병 제품 41%, 생맥주 64%를 웃돌았다. 판매가 늘면서 국내 판매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성도 커졌다. 하이트진로는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캔 제품부터 국내 생산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 권역장은 “일본 내수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린 제품 수요가 늘면서, 국내 공급량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 국내 생산은 수익성 측면보다는 안정적인 공급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생산을 통해 제품 공급기간을 줄이고 수요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은 통관을 거쳐 국내에 유통되기까지 평균 한 달 반 가량이 걸리지만, 전주공장에서 생산하면 이를 1~2주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 국제 물류와 일본 현지 공급 여건에 따른 물량 변동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김동우 전주공장장, 장인섭 대표, 전장우 연구소장,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이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을 기념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생산 규모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하이트진로는 전주공장에서 약 150만ℓ를 초도 생산한다. 500㎖ 캔 기준 약 300만 개 규모다. 내년에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치방 시보리의 약 75%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하이트진로는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과 판매를 안정화한 뒤 기린과의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권 권역장은 “첫 생산인 만큼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과 판매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향후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협력을 확대해 파트너십을 더욱 굳건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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