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연테크·케이엠제약 가처분 인용…거래소 후속 상폐 절차 유예
관리종목 59곳 거래 지속·기존 8곳은 정지 유지…금융위 "퇴출 기조 불변"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법원이 시가총액 미달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에 제동을 걸면서 한국거래소가 후속 상장폐지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된 8개 기업의 거래정지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같은 시총 미달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상장폐지 결정 시점에 따라 투자자들의 처지가 엇갈리고 있다.

   
▲ 법원이 시가총액 미달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에 제동을 걸면서 한국거래소가 후속 상장폐지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7일 시가총액 기준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들의 후속 상장폐지 절차를 당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지난 2일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이 제기한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데 따른 조치다.

법원은 시가총액 기준 자체에 대해서는 목적이나 수단이 부당하고 기준금액이 과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장법인의 이의신청 등 절차 참여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고, 강화된 기준의 적용 시기를 앞당긴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한 시총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제도는 유지하되, 관리종목 지정 이후 진행되는 상장폐지 절차는 지난 2일부터 중단하고 향후에도 유예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돼 거래가 정지된 기업들이다. 거래소는 지난 2일 이전 시총 미달을 이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8개사에 대해서는 거래정지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의 주연테크와 SHD, 코스닥시장의 신라에스지·골드앤에스·케이엠제약·핀텔·세진티에스·에이에프더블류 등이다.

이 가운데 주연테크와 신라에스지, 골드앤에스, 케이엠제약, 핀텔 등 5개사는 정리매매 개시 전 거래가 정지됐으며 SHD와 세진티에스, 에이에프더블류 등 3개사는 정리매매 진행 중 거래가 중단됐다.

반면 아직 상장폐지가 결정되지 않은 시총 미달 관리종목은 당분간 매매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 가운데 거래정지 종목을 제외한 곳은 코스피 19개사, 코스닥 40개사 등 총 59개사다.

결국 동일한 시총 미달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상장폐지 결정 여부에 따라 거래 가능 여부가 달라진 셈이다. 기존 거래정지 기업의 주주들은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없는 반면 후속 상폐 절차가 유예된 관리종목 투자자들은 거래를 이어갈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번 사태는 금융당국이 추진해 온 부실기업 신속 퇴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7월부터 시총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했다. 코스피는 시총 300억원 미만, 코스닥은 200억원 미만을 관리종목 지정 기준으로 적용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도록 했다.

그러나 법원이 강화된 기준의 조기 적용과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상장폐지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거래소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제도의 취지와 필요성을 소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향후 법원 판단과 제도 보완 여부가 거래정지 기업의 상장폐지 절차 및 거래 재개 문제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역시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정책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 9일 설명자료를 통해 “저성과 기업의 신속·엄정한 퇴출을 통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인다는 정책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며 “향후 법원 판단 등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를 재개하거나 일부 절차를 보완하여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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