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원 미래대응기금의 민낯?… "미래저당기금, 반도체 호황 꺾이면 2년안에 바닥"
입력 2026-10-12 15:17:59 | 수정 2026-10-12 15:17:59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국회서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 전직 조세연 원장·재정학회장 집결
반도체 호황 기대 162조 기금 편성… “가격 정상화 땐 2029년 기금 소진”
반도체 호황 기대 162조 기금 편성… “가격 정상화 땐 2029년 기금 소진”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총 지출을 대폭 늘리고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는 정부 예산안을 두고, 국가재정을 연구해 온 원로 학자들이 우려를 표명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일시적인 반도체 세수에 기대어 축소가 어려운 현금성 복지를 확대한 데다, 100조 원이 넘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 기금 여유자금을 조성하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을 줄여 중앙정부 기금으로 편입하는 방식을 두고는 재정분권의 원칙에 어긋나며 예산이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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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과 한국재정학회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를 열고 정부 예산안의 쟁점과 중장기 재정건전성 리스크를 점검했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조우현 기자 |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과 한국재정학회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를 열고 정부 예산안의 쟁점과 중장기 재정건전성 리스크를 점검했다.
행사를 주최한 박수영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내년에 106조 원의 빚을 내 미래대응기금의 여유자금 104조4000억 원을 쌓아두겠다고 한다”며 “나랏빚을 내서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재정적 여유가 아니라 위험한 차입 운용이며, 미래세대의 부담을 당겨쓰는 ‘미래저당기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빚으로 104조 원 여유자금 조성 모순… 반도체 조정 땐 2029년 기금 바닥”
기조발제를 맡은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내년도 예산안을 “호황기 세수를 영구적 지출과 빚으로 조성한 기금에 배분한 구조”라고 평가했다. 내년도 총지출(820조9000억 원) 증가율 12.8%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10.6%)나 코로나19 시기보다 높은 수준으로, 위기 국면이 아님에도 이례적인 확장 기조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162조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국세수입이 전년 대비 194조 원 이상 증가함에도 국가채무를 106조 원 늘리기로 했고, 이 가운데 104조4000억 원은 국채를 발행해 기금 여유자금으로 적립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용처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국채 발행 승인부터 요청하는 것은 국회의 심의 권한을 백지화하는 것”이라며 “차입으로 마련한 현금 보유에 따른 국채 이자비용만 연간 약 4조 원에 이른다”고 비판했다.
재정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발표됐다. 급등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정상화될 경우, 법인세 납부 시차에 따라 2028년부터 3년 간 291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기금은 2029년에 조기 소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총지출 증가율을 7.8% 수준으로 조정했다면 33조 원대 관리재정수지 흑자를 통해 국가채무를 우선 상환할 수 있었다”며 “저축은 잉여 재원으로 하는 것이지 차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재정 전문가들 “호황기엔 빚부터 갚아야… 빚내서 만든 기금 철회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전직 기관장 및 학회장 출신 원로들은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내놓았다.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수입 총액이 200조 원 이상 늘어나는 여건이라면 최소 100조 원 이상 국가채무를 상환해 중장기 건전성을 다지는 것이 정도”라며 “여유자금을 104조 원 적립하면서 국가채무를 100조 원 넘게 늘리는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국회 예결위 산하에 초당적 ‘장기재정정책위원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성현 전 조세연 원장(인천대 교수)은 “유례없는 세수 증가 국면에서 국채시장 유동성을 이유로 100조 원대 국채를 신규 발행한다는 당국의 입장은 본말전도”라며 “국채 발행 금리와 단기 운용 수익률의 차이로 재정 손실만 발생하는 만큼, 빚을 내서 만드는 기금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옥동석 전 조세연 원장(열린사회포럼 이사장)은 “2027년은 20여 년간 지속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끊고 흑자를 달성할 최적의 시기”라며 “국채 상환이야말로 미래세대의 재정운용 선택권을 보장하는 확실한 투자”라고 말했다.
◆ “정책 아닌 정치”… 재정중독·권력 집중 경고
기금의 사업 구성과 권한 구조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는 정부의 ‘재정만능주의’와 ‘재정중독’ 현상을 진단했다.
염 교수는 “과도한 재정 확대에도 승수효과는 낮아지고 있으며, 무차별적 현금성 지급은 재정적자만 누적시킬 뿐”이라며 “한국은 선진 비기축통화국 중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만큼, OECD 대다수 국가가 운용 중인 엄격한 재정준칙을 조속히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진권 전 국회도서관장(전 한국재정학회장)은 미래대응기금의 본질을 ‘3중 권한이동’으로 규정했다.
현 전 관장은 “핵심은 162조 원이라는 규모가 아니라 ‘누가 결정권을 쥐는가’의 문제”라며 “△지방에서 중앙으로 △일반재원에서 목적재원으로 △입법부 통제에서 행정부 재량으로 권한이 이동하는 ‘재정권력의 재중앙집권화’”라고 짚었다.
이어 “권력이 중앙으로 집중될수록 예산은 경제적 판단보다 정치적 선택의 도구가 되기 쉽다”며 “미래대응기금이 정책을 위한 예산이 아닌 예산을 통한 정치가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전 조세연 원장)은 “비연속적인 반도체 세수를 바탕으로 아동기본수당 등 항구적인 현금 복지를 신설·확대하는 것은 구조적 문제를 낳는다”며 “호황기 세수가 감소할 경우 지출도 종료되도록 하는 한시성 요건과 사업 성과관리 체계를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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