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집행률 50%대…KB국민·우리·신한 등 대규모 보안예산 편성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주요 대형 은행이 최근 해킹 사고를 계기로 보안투자와 전문 인력을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혹시모를 사이버 위협에 맞서 보안 투자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 은행이 편성했던 보안 관련 예산 중 실제 투입한 예산은 50%대에 그쳐, 사실상 선언에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내년도 정보보호 예산을 늘리거나, 관련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 주요 대형 은행이 최근 해킹 사고를 계기로 보안투자와 전문 인력을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혹시모를 사이버 위협에 맞서 보안 투자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 은행이 편성했던 보안 관련 예산 중 실제 투입한 예산은 50%대에 그쳐, 사실상 선언에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우선 KB국민은행은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1000억원 이상으로 대폭 늘린다. 올해 정보보호 예산 편성액이 860억 7500만원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약 16% 이상 증액하는 셈이다. 더불어 국민은행은 올해 약 51억원 규모의 AI 위협 대응 신규 보안 사업을 연내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AI를 활용한 보안 솔루션 연구는 내년 사업계획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3년간 타행의 예산 편성·집행 내역을 분석해 관련 투자 규모를 검토 중이라는 후문이다. 아울러 AI 보안 전문가 및 화이트해커 등 외부 인재도 영입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해외 데이터 유출 방지(DLP) 체계를 재구축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보안체계 구축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다. 또 올해 4분기부터 △이상행위 탐지·분석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네트워크 탐지 및 대응(NDR) △상시 취약점 점검 △포렌식·ASM 개선 등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내년 상반기 중 양자내성암호를 시범 적용하고, 제로트러스트 보안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내년도 정보보호 예산을 올해보다 20% 이상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현재보다 10% 이상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 다음달 말 중 내부 화이트해커·외부 업체 참여 웹·앱 전수 취약점 점검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도 내년 정보보호 투자를 확대해 서버 보안과 AI 안전성 검증, 취약점 관리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 오픈소스 취약점 분석과 보안 체계 설계, 화이트해커, 보안 데이터 분석 등에서 직원을 채용 중인데, 올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에서도 정보보안 인력을 확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상반기에는 GPT 관제 고도화, EDR 체계 실증 등을 앞두고 있고, 하반기에는 자체 AI 레드티밍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정보보호에 집중하는 건 최근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해킹사례가 주요 은행 및 2금융권에서 두루 포착된 까닭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 7개 기관은 중국산 생성형 AI 기반 침투 테스트 도구인 '아르텍스(ARTEX)'의 연쇄 공격을 받아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을 겪었다. 은행권에서는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 등이, 2금융권에서는 예가람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이 고객정보 유출을 겪었다. 

다만 은행들이 이번 피해 사례를 계기로 보안 예산을 증액하는 동시에 실제 집행에도 나설지도 주목된다. 전산장애 발생 금융기관이 지난해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도 실제 집행하지 않는 등 예산 집행률이 저조했던 까닭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개 금융사의 정보보호 예산 집행률은 전체 편성액 대비 약 69.6%에 그쳤다. 

특히 20개 금융사 중 국민·신한·우리 등 3사가 예산 편성을 늘렸음에도, 실제 예산 집행이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676억 1300만원을 정보보호 예산으로 편성했는데 실제 392억 9700만원을 투입해 예산 집행률이 약 58.1%에 그쳤다. 신한은행에서는 452억 94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실제 316억 7500만원만 투입해 계획 대비 약 69.9%를 집행하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은 이들 은행보다 많은 786억 5900만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는데, 실제로는 423억 2700만원만 투입해 53.8%의 집행률을 거두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계획보다 예산 집행이 더욱 크게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860억 7500만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는데, 상반기까지 233억 6100만원을 투입해 27.1%의 집행률을 거두는 데 그쳤다. 국민은행은 나머지 두 은행과 달리 올해 예산 편성을 약 27.3% 확대했는데, 상반기 기준 실제 보안투자는 30%도 채 못미친 셈이다. 신한은행도 올해 405억 9100만원을 편성했는데, 상반기 중 투입된 예산은 183억 6300만원에 그쳐 집행률 45.2%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올해 615억 6600만원을 예산으로 편성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265억 300만원을 투입해 43.1%의 집행률을 거뒀다.

박 의원은 금융권의 허술한 보안관리 체계를 지적하면서, 금융당국이 업계의 보안투자 실태와 예산 집행 적정성을 본격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국민의 금융정보가 해커들의 공격에 노출되는 동안 금융회사들은 보안예산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고, 금융당국은 형식적인 점검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사고가 터질 때마다 뒷북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보안투자와 취약점 관리 실태를 전면 점검하고, 관리 부실이 확인된 금융회사와 감독당국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