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98% 장악한 중국…K배터리, '원료 다변화·소재 내재화' 본격화
입력 2026-10-13 17:31:49 | 수정 2026-10-13 17:58:51
김하늘 기자 | ais8959@mediapen.com
아르헨티나 리튬부터 양극재까지…탈중국 공급망 구축 시동
광물, 세계 곳곳서 캐는데…정제·가공은 중국이 장악
K배터리, 공급망 다변화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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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공급망 다변화에 무게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중국이 장악한 배터리 소재 공급망에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비중국 원료 확보와 국내 소재 생산을 늘리며 공급망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원료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소재 생산 역량을 확대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13일 포스코퓨처엠에 따르면 앞으로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확보한 리튬을 활용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생산해 원료 단계에서부터 중국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핵심은 해외에서 원료를 확보하더라도 중국의 정제·소재 생산망을 거쳐야 했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비중국 원료 확보와 국내 소재 생산을 연결하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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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영일만 4산단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 포항 양극재 공장 전경./사진=포스코퓨처엠 제공 | ||
포스코그룹 차원에선 리튬 등 원료 확보부터 양극재·음극재 생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배터리 원료 자체는 해외에서 확보해야 하지만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그룹 차원에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도 조달 선택지가 늘어난다. 중국에서 가공된 소재를 직접 공급받는 것 외에도 포스코퓨처엠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확보된 원료를 기반으로 생산한 배터리 소재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극재는 배터리 셀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인 만큼 국내 생산능력 확대는 배터리 산업 전체의 공급망 안정성과도 직결된다.
앞서 삼성SDI와 SK온 등으로부터 대규모 LFP 수주를 확보한 만큼 향후 설비 증설과 원료 조달 계획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안정적인 장기 물량 확보로 공장 가동률과 투자 효율성, 사업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 공급망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약 3570억 원을 투자해 베트남에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신설하는 한편, 전북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는 천연흑연 음극재의 중간 원료인 구형흑연 가공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립도 확대는 배터리 공급망의 탈중국화 흐름에 대응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수급 안정성을 높이고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광산은 세계 곳곳에 있는데…가공은 중국으로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엔 중국의 압도적인 배터리 소재 지배력이 있다. 배터리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는 광물이 어디에서 채굴되는지만 봐선 드러나지 않는다. 핵심은 누가 이를 정제·가공하고 배터리 소재로 만드냐에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유엔 콤트레이드(UN Comtrade)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3년 중국은 원료 및 가공 배터리 광물을 약 1200만 쇼트톤 수입해 국제 무역의 44%를 차지했다. 반대로 배터리 소재와 팩, 부품은 약 1100만 쇼트톤을 수출해 국제 무역의 58%를 차지했다.
광물을 대규모로 들여온 뒤 정제·가공하고, 이를 고부가가치 배터리 소재와 부품으로 다시 수출하는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리튬 공급망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리튬 상당량은 호주와 칠레 등에서 생산된다. 2020년 기준 배터리 생산에 사용된 리튬은 호주 49%, 칠레 27%, 중국 16%, 아르헨티나 7%, 미국 1% 순이었다.
채굴 단계만 놓고 보면 생산지가 여러 국가로 분산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제·가공 단계로 넘어가면 중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진다. 호주에서 생산된 리튬 대부분이 중국으로 향했고, 배터리 등급 리튬 가공에서도 중국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EIA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자체 리튬 생산량은 세계 생산량의 약 18%였지만, 중국 기업들은 해외 광산 투자와 정제·가공 능력을 통해 공급망 전반에서 훨씬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흑연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전 세계 천연흑연의 79%를 생산했다. 가공 단계에선 중국이 전 세계 흑연의 90% 이상을 처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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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 소스 = 유엔 콤트레이드/사진 출처 =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 ||
◆ 양극·음극·전해질까지…중국 영향력 더 커져
중국의 지배력은 원료 정제를 넘어 배터리 핵심 소재 생산 단계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2022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음극재 생산의 85%, 전해질 82%, 분리막 74%, 양극재 70%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전 세계 배터리 소재 수출 무역의 53%, 배터리 팩과 부품 수출의 74%를 차지했다.
같은 해 금액 기준 글로벌 배터리 셀 생산능력에서도 중국 비중은 약 85%에 달했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LFP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는 더 높다.
관련 연구에선 중국이 조사 대상 리튬이온배터리 공급망 12개 부문 가운데 11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LFP 생산 비중은 98%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연구에서도 LFP 배터리 소재 공급망의 중국 취약성 지수가 92% 수준으로 추산됐다. 리튬 정제와 LFP 양극재 생산이 중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NMC 역시 중국에 대한 취약성 지수가 8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LFP가 ESS 시장에서 빠르게 확대될수록 국내 배터리 산업의 중국 소재 의존도 역시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중국이 배터리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엔 ‘전 공급망 전략’이 있었다.
중국은 2000년대부터 기업들의 해외 광물 투자를 장려하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서 배터리 원료를 확보하는 동시에 자국 내 정제·가공 산업을 육성했다. 이후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까지 연결하며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했다.
현재 중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이 단순히 저가 생산과 대규모 보조금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제 기술과 소재 생산설비, 안정적인 생산수율, 완성차·배터리 업체의 인증까지 공급망 전반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새로운 생산시설을 짓는 것만으로 기존 중국산 공급을 곧바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산 배터리 등급 흑연 공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중국 외 지역에서 연간 3000억 달러 이상의 하류 생산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시나리오도 중국 공급망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 '탈중국'보다 공급망 선택지 늘리기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 산업이 추진하는 방향은 중국을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탈중국'보단 공급 경로를 다변화하고 국내 소재 생산 비중을 높이는 쪽에 가깝다.
리튬과 흑연 등 핵심광물 상당량을 해외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는 데다 중국 기업들이 광산 투자부터 정제·가공, 양·음극재, 분리막, 셀 생산까지 글로벌 공급망 곳곳에 이미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중국 업체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의 주요 배터리 기업들과도 광범위한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려면 단순히 양극재 생산 한 단계만 중국 밖으로 옮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광물 확보부터 정제·가공, 양극재·음극재 생산, 배터리 셀 생산까지 이어지는 여러 단계를 동시에 다변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포스코퓨처엠의 LFP 사업 확대는 국내 소재 생산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포스코그룹의 비중국 원료 공급망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국내에서는 1180MW 규모로 예정된 3차 ESS 중앙계약시장도 앞두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LFP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LFP 셀뿐 아니라 양극재와 음극재까지 공급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광물 정제와 배터리 소재 생산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원료 조달처를 넓히고 국내 양·음극재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국내 배터리 산업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불가피한 과제"라며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동시에 핵심 광물에 대한 안보 차원의 공급망 체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외 지역, 특히 남미 등에서 원료를 확보하는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원료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K배터리의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문헌
Cheng, A. L., Fuchs, E. R., Karplus, V. J., & Michalek, J. J. (2024). Electric vehicle battery chemistry affects supply chain disruption vulnerabilities. Nature communications, 15(1), 2143.
Choi, I. (2026, October 4). Rearranging battery hegemony: Seven countries, seven different answer sheets. EAI Global.
Altsets Research. (2026, September 18). China still controls the battery supply chain’s midstream. Altsets.
Clark, G. (2025, May 21). China dominates global trade of battery minerals.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Greitemeier, T., Kampker, A., Tübke, J., & Lux, S. (2025). China's hold on the lithium-ion battery supply chain: Prospects for competitive growth and sovereign control. Journal of Power Sources Advances, 32, 100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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