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퇴직연금 '각축전'…미래·삼성 승기 잡나
입력 2026-10-14 16:12:59 | 수정 2026-10-14 16:12:59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미래에셋 독주 속 '2위 싸움' 치열…삼성증권, 한투와 격차 벌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3분기 들어 국내 증시가 조정을 겪고 시중 자금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증권업계 전반의 퇴직연금 적립금 확보 경쟁에도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그간 은행권의 자금을 빨아들이며 가파르게 성장하던 증권사 퇴직연금 시장은 신규 자금 유입 둔화와 단기 수익률 부진이라는 '이중고' 앞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진 가운데,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중에선 삼성 측이 조금씩 격차를 벌려가고 있는 모습이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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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분기 들어 국내 증시가 조정을 겪고 시중 자금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증권업계 전반의 퇴직연금 적립금 확보 경쟁에도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증권업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165조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상반기까지는 증시 활황의 온기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안전자산에서 증권사의 실적형·투자형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3분기 들어 국내외 증시가 박스권 횡보 및 조정을 거치면서 이 같은 자금 이동세는 한풀 꺾였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6월 949조원에서 7월 985조원, 8월 1005조원까지 불어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다시 강화되는 모양새다.
반면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6월 초 140조원 고점을 찍은 뒤 7월 108조원, 8월에는 100조원 아래로 미끄러졌다. 9월 초 93조원대까지 내려앉았던 예탁금이 최근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연초와 같은 공격적인 증시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여기에 단기 수익률 악화라는 악재도 겹쳤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6월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한 가입자들의 7~8월 단순 기간수익률은 각각 -10.7%, -10.2%를 기록했다. 증시 조정 직격탄을 맞은 가입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향후 퇴직연금 시장은 단순 신규 유입보다는 기존 고객의 이탈 방지와 플랫폼 기반의 락인(Lock-in) 전략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업계 선두인 미래에셋증권은 압도적인 격차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52조210억원으로 전체 증권업계 적립금의 31.52%를 차지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동안에만 적립금을 9조5799억원 늘리며 전체 증권사 증가분의 41.0%를 홀로 흡수했다. 풍부한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 라인업과 가입자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연금 자산의 대형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실 이 분야에서 더욱 치열한 것은 '2위 싸움'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선두를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삼성증권(28조919억원, 점유율 17.02%)과 한국투자증권(26조4045억원, 점유율 15.99%)의 전략 대결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격차는 3086억원(점유율 차이 0.23%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삼성증권이 7조346억원을 늘리는 동안 한국투자증권이 5조6557억원을 증원하는 데 그치면서 양사의 격차는 1조6875억원(1.02%포인트)으로 다소 벌어졌다.
삼성증권의 전략 중심에는 '그룹사 계열사 DC 머니무브'가 자리 잡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삼성증권의 DC형 적립금 중 삼성그룹 계열사 비중은 42.81%(4조8388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2023년 대비 6배 급증한 수치다. 여기에 'ETF 모으기', 로보어드바이저(RA) 도입, 모바일 스마트 안내장 도입 등 디지털 자산관리 편의성을 대폭 강화했다. 삼성 금융사 통합 앱 '모니모' 내 '마이연금' 서비스를 구축해 그룹사 임직원을 넘어 일반 가입자까지 폭넓게 흡수하고 있다.
반면 대규모 계열사 지원군이 없는 한국투자증권은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과 리테일 영업력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신규 DC 가입자의 평균 연령이 과거 40세에서 최근 36세까지 낮아진 점에 주목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상단에 '연금 홈' 탭을 신설하고 DC·IRP 등 전 계좌를 통합 관리하는 '나의 총 연금자산' 서비스를 구축했다. 방치된 계좌에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행동 유도형' 디지털 PB 서비스를 앞세워 젊은 세대를 조기에 선점하고 은퇴 시점까지 장기 고객으로 묶어두겠다는 복안이다.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증권의 '빅3' 구도 외에도 중위권 증권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차별화된 중장기 수익률과 ETF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는 "3분기 증시 변동성 확대와 가입자 수익률 부침으로 인해 퇴직연금 시장은 단순한 규모 경쟁에서 '실질적인 운용 성과와 서비스 품질'을 증명하는 단계로 진화했다"며 "앞으로의 판도는 각 증권사가 얼마나 고도화된 디지털 자산관리 솔루션과 퇴직연금 특화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