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로 위기 맞은 티빙…‘K-콘텐츠 생태계’까지 흔들린다
입력 2026-10-14 15:18:05 | 수정 2026-10-14 15:32:21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해외 플랫폼 영향력 확대… 국내 OTT 경쟁 기반 시험대
콘텐츠 투자 성과 낸 티빙… 보안 책임·성장 과제 직면
콘텐츠 투자 성과 낸 티빙… 보안 책임·성장 과제 직면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티빙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 보상과 제재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수년간 막대한 콘텐츠 투자비를 감당하며 넷플릭스와 경쟁해 온 티빙이 수익성 개선에 나선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도 복잡하다. 기업의 보안 책임과 피해 회복은 분명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티빙이 차지하는 역할을 고려하면 이번 사안을 개별 기업의 보안 사고에 국한해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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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티빙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 보상과 제재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사진=AI 이미지 | ||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티빙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피해 보상안의 실효성을 둘러싼 질타가 이어졌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보안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면서도 관련 투자를 보다 면밀히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티빙에 대한 처분을 연내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티빙은 피해 보상과 함께 보안체계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종 제재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이 132억 원에 달하는 만큼 피해 보상과 보안체계 개선에 따른 추가적인 재무 부담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콘텐츠 투자와 플랫폼 운영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OTT 사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다.
국내 OTT 시장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도 뚜렷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주요 OTT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가 1550만7477명으로 선두를 유지했다. 국내 사업자인 티빙은 999만5372명, 웨이브는 397만8453명으로 넷플릭스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해외 플랫폼의 영향력은 OTT를 넘어 국내 인터넷 이용 전반에서도 확인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평균 인터넷 트래픽에서 구글·넷플릭스·메타·애플 등 해외 빅테크가 차지한 비중은 47.0%였다. 지난 2021년 38.1%에서 8.9%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사업자별로는 구글이 34.81%, 넷플릭스가 6.23%를 차지했다. 티빙은 1.49%로 국내 주요 사업자 가운데 네이버와 쿠팡 다음이었다.
이처럼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한 상황에서도 국내 OTT들은 콘텐츠 투자와 스포츠 중계권 확보 등을 통해 경쟁 기반을 넓혀 왔다. 다만 상대적으로 제한된 자본으로 글로벌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이용자 확보에 투입한 비용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티빙은 이러한 경쟁 환경 속에서 수년간 이어온 투자의 성과를 조금씩 확인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 1407억 원, 영업이익 60억 원을 기록하며 2020년 독립법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698억 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흑자 전환은 콘텐츠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렵게 거둔 성과를 이어가는 일이다. 한 차례의 분기 흑자만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이른 만큼,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춰야 하는 게 중요하다.
◆ 어렵게 확보한 경쟁 기반… 국내 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직결
티빙의 수익성 개선은 국내 제작사들이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주요 유통망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제작사들이 해외 시청자와 만나는 유통 경로까지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제작사가 작품을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야 투자 조건과 판권, 유통 방식 등을 놓고 협상할 여지도 커진다.
티빙은 CJ ENM의 콘텐츠 제작·유통 역량을 토대로 오리지널 시리즈와 예능, 스포츠 중계 등에 투자해 왔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와 '유미의 세포들3' 등 자체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를 확보했고, KBO 중계로 스포츠 팬까지 시청 기반을 넓혔다. 국내 사업자가 직접 콘텐츠에 투자하고 이를 자사 플랫폼의 매출로 연결하는 선순환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해외 사업에서도 자체 확보한 콘텐츠를 활용해 수익원을 넓히고 있다. 티빙은 일본 디즈니플러스 내 '티빙 컬렉션'을 통해 국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17개 국가 및 지역에서는 HBO 맥스에 티빙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확보한 작품을 해외 플랫폼의 유통망을 통해 선보이는 방식으로, 국내 구독료에 집중됐던 수익원을 해외 사업으로 넓히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다.
웨이브와의 협력 역시 국내 OTT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양사는 합병 절차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결합상품을 출시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상호 공급하는 등 사업 협력을 이어왔다. 각각 보유한 방송·영화·오리지널 콘텐츠를 함께 활용해 이용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국내 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감당해 온 경쟁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이다. 다만 양사의 합병은 주주 간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최종 성사 여부와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 국내 콘텐츠의 유통 주도권이 더욱 집중될 경우 티빙과 같은 국내 OTT의 입지는 한층 좁아질 수 있다. 국내 플랫폼이 경쟁력을 잃으면 제작사들은 작품을 공급할 주요 유통 경로가 줄어들고, 투자 조건과 판권 등을 협의할 수 있는 선택지도 제한된다. 이용자 역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경로가 특정 플랫폼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진다. 티빙이 장기간 투자해 확보한 콘텐츠와 이용자 기반, 제작사와의 거래 관계를 단순히 기업 한 곳의 자산으로만 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산업적 중요성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덜어주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티빙으로서는 피해 회복과 보안체계 개선을 통해 이용자 신뢰를 다시 확보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이와 별개로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OTT가 콘텐츠 투자와 해외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경쟁 기반을 유지하는 문제 역시 산업 전체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OTT 산업은 가입자 확보를 넘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 이용자와 콘텐츠 유통 주도권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국내 OTT가 구독과 광고, 해외 판매를 통해 수익을 확보할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수익 기반이 약해지면 신규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도 줄어드는 만큼, 티빙이 어렵게 마련한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일도 한층 중요해진 시점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OTT 시장은 글로벌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이 국내 플랫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내 OTT를 시작으로 다른 주요 플랫폼까지 하나둘 설 자리를 잃는다면 결국 국내 시장의 가격과 거래 조건마저 해외 빅테크가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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