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몰라도 500만은 예상했는데, 개봉 3주 차 겨우 300만 턱걸이
개봉 직후 불거진 보수 진영 역사 왜곡 반발 등 영화 외적 악재 발목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자 배우 유해진 주연의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 전 영화계의 높은 기대를 밑도는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개봉 초기 연휴 특수에도 불구하고 개봉 3주 차에 겨우 300만 관객 고지를 넘어서면서, 당초 기대했던 500만 관객 동원마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극장가에서는 개봉 직후부터 휘몰아친 보수 진영의 거센 역사 왜곡 논란과 정치적 공방이 흥행세에 결정적인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9월 23일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은 개봉 3주 차인 지난 10월 13일 기준 누적 관객 수 305만 명을 기록했다. 개봉 첫 주와 둘째 주에 걸쳐 추석 및 개천절, 한글날 등 이어진 연휴 대목을 누렸음을 감안하면 개봉 21일 차에 거둔 305만 명이라는 기록은 영화계의 당초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이라는 문제에 부딪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세에 놓이고 있다./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실제로 올해 500만 명 이상의 흥행을 거둔 흥행 상위권 작품들의 같은 기간 관객 동원 추이와 비교해 보면 '암살자(들)'의 흥행 정체 현상은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누적 관객 1693만 명을 모으며 역대급 흥행 신기록을 쓴 흥행 1위작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3주 차가 되던 지난 2월 24일 이미 621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폭발적인 기세를 보였다. 1221만 명으로 올해 흥행 2위에 오른 '오디세이' 역시 개봉 3주 차인 8월 25일 746만 명을 돌파했고, 900만 관객을 넘긴 외화 흥행작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도 개봉 3주 차인 8월 18일 기준 761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올해 흥행 4위이자 500만 고지를 넘긴 마지막 작품인 연상호 감독의 '군체' 역시 개봉 3주 차인 6월 10일 당시 487만 명을 기록하며 5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심지어 최종 500만 관객 고지를 아깝게 넘기지 못했던 영화 '호프'조차 개봉 3주 차인 8월 4일 기준 423만 명의 관객을 모아, 현재 '암살자(들)'의 305만 명보다 100만 명 이상 앞서 나갔다.

이 같은 데이터는 '암살자(들)'의 향후 관객 동원 동력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입증한다. 개봉 전 영화계 안팎에서는 허진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유해진의 연기력,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대형 스케일이 더해져 "천만 관객까지는 모르더라도 500만 관객은 너끈히 돌파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개봉 21일 차에 300만 명을 겨우 턱걸이한 현재 추세라면 특별한 반등의 계기가 없는 한 500만 관객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극장가의 냉정한 평가다.

   
▲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암살자(들)'이 500만 관객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이러한 흥행 부진의 결정적 원인으로는 개봉 직후 본격화된 보수 진영의 강력한 반발과 역사 왜곡 논쟁이 꼽힌다. 1974년 8·15 저격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허구의 드라마를 다루는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확산했고,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 109명이 싱가포르국제영화제(SGIFF)에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는 등 사태가 정치권 전체로 확대됐다.

나아가 보수 단체들의 제작사 및 배우 자택 인근 항의 시위, 주연 배우를 향한 신변 위협과 경찰의 스마트워치 지급 및 신변 보호 조치, 브랜드 불매 운동 등 연일 계속된 영화 외적인 악재가 대중적 관람 문턱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역사 논쟁이 극심해지면서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오락적 재미보다는 정치적 부담감이 관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영화계의 큰 기대를 모았던 '암살자(들)'이 거센 역사 왜곡 논란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500만 관객의 벽 앞에서 멈춰 서게 될지, 향후 극장가 추이에 영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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