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특례에 초고령층 가입 은행·손보 5배↑…"불완전판매 위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NH농협은행·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 등 범농협 계열사가 고령층을 상대로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보험 판매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0대 이상의 초고령층을 상대로 상품 판매가 집중됐는데, 3년여 전 대비 약 5배 넘게 증가했다. 농협이 지역 농·축협에 적용되는 '방카슈랑스 규제 특례' 조항을 활용해 상품 판매를 집중한 것인데, 초고령층을 대상으로 초장기 상품을 판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판매 직원에게 실적 압박을 가중함으로써 초고령층이 불완전판매 위험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NH농협금융 산하 주요 계열사(은행·생명·손해보험) 및 상호금융(지역 농·축협)으로부터 확보한 금융상품 가입 실적자료에 따르면 만기 10년 이상 장기보험 상품의 고령층 가입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 NH농협은행·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 등 범농협 계열사가 고령층을 상대로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보험 판매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0대 이상의 초고령층을 상대로 상품 판매가 집중됐는데, 3년여 전 대비 약 5배 넘게 증가했다. 농협이 지역 농·축협에 적용되는 '방카슈랑스 규제 특례' 조항을 활용해 상품 판매를 집중한 것인데, 초고령층을 대상으로 초장기 상품을 판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판매 직원에게 실적 압박을 가중함으로써 초고령층이 불완전판매 위험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사진=농협금융지주 제공


계열사별로 보면 방카슈랑스를 영업 중인 NH농협은행의 경우 만 65세 이상 가입자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만기 10년 이상 또는 납입 7년 이상 저축성·변액보험 판매 통계를 추렸는데, 65세 이상 가입자의 올해 상반기 가입건수가 1만 1849건(가입액 882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실적 9866건(6837억원)을 크게 추월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2946건(2273억원) △2023년 7751건(5450억원) △2024년 7910건(5253억원) △2025년 9866건(6837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고령층의 가입 비중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약 20.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약 33.8%로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약 38.8%까지 치솟았다. 금액 기준으로는 올해 상반기 총 판매액 2조 1030억원 중 약 42.0%에 달한다. 

보험 계열사에서도 고령층의 가입이 두드러졌다. NH농협손해보험의 전국 농·축협 만기 10년 이상 장기보험 가입 현황을 보면, 만 65세 이상 고령층 가입건수는 올해 상반기 5만 9798건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실적 9만 6199건의 약 62%를 채운 셈이다. 총납입보험료는 342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4만 2376건(1325억원) △2023년 5만 259건(1303억원) △2024년 6만 1327건(1181억원) △2025년 9만 6199건(994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NH농협생명의 만 65세 이상 가입자는 올해 상반기 4006건(223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2022년 1970건(282억원) △2023년 3345건(430억원) △2024년 5949건(451억원) △2025년 7908건(630억원) 등 매년 건수·납입보험료가 모두 증가했다. 농협생명은 손보와 달리 전국 농·축협 정조합원을 대상으로 가입자를 추린 것으로, 65세 이상 고령 농민의 가입이 유독 뚜렷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65세 이상의 건수 비중은 27.9%에 그쳤는데, 전체 납입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0%(556억원 중 223억원)에 달해 고령층을 상대로 한 고액 보험료 유치 경향이 두드러졌다.

지역 농·축협에서도 고령층 판매가 뚜렷했다. 농협이 제출한 33개 주요 농·축협(서울·수도권 및 지역 거점 대형 조합 중심)의 연도별 실적 집계 결과, 올해 상반기 상품 판매건수는 328건(판매액 110억 3000만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연간실적 278건(109억 6000만원)을 갈아치웠다. 특히 고령 조합원 대상 판매 집중도가 전체 평균치를 상회했는데, 65세 이상 판매 비중은 2021년 건수 기준 40.4%(보험료 기준 50.3%)에서 올해 상반기 59.2%(보험료 66.8%)로 크게 상승했다. 

이들 범농협 계열사 통계를 보면 80세 이상 초고령자 가입실적도 눈에 띄었다. 

계열사별로 보면 은행의 초고령자 가입건수는 2022년 86건(17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81건(579억원)으로 약 5.59배 급증했다. 

손보의 초고령층 가입건수는 2022년 2641건(64억원)에서 지난해 1만 4171건(83억원)으로 약 5.37배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가입건수는 7884건(16억원)으로 집계됐다.

생명의 초고령층 가입건수는 2022년 28건(7억원)에서 지난해 62건(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 농·축협에서도 2022년 5건(7억원)에 그쳤는데, 지난해 13건(9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고령 조합원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는 평가다.

지역 농·축협은 일반 금융기관과 달리 농업협동조합법 제12조에 따라, 금융당국의 방카슈랑스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일반 금융기관은 1개 보험사 상품의 판매액이 신규 판매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는데, 지역 농·축협은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창구에서 계열사인 생명과 손해보험 상품을 전량 취급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일반 금융기관 지점은 방카슈랑스 판매 인원이 점포당 2명 이내로 제한되는 반면, 지역 농·축협은 창구 전 직원의 보험 상품 권유 및 판매가 허용된다.

농·축협 창구가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비롯 80세 이상 초고령자에게 판매를 집중한 셈이다. 당초 특례 조치는 농업인의 금융 편의를 위해 도입됐는데, 농협 계열 보험사가 이를 역이용해 고령자에게 장기보험을 유치하는 경로로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은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 상품 특성상 80세 이상 초고령자가 90~100세 만기 상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효·해지 위험 및 불완전판매 소지가 크다"며 "(농협 직원은) 실적 압박이 있는 경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하고, 불완전판매의 피해는 고령의 농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농·축협 방카슈랑스 규제 특례와 고령자 장기보험 판매 증가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방카슈랑스 적용 제외가 고령의 농민에게는 피해, 농협 직원에게는 실적 부담을 준다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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