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의 AI가-중계] AI가 제작진 대체할까…EBS ‘AI 문학관’의 실험
입력 2026-10-16 07:05:00 | 수정 2026-10-16 07:05:00
김민서 기자 | kim8270@mediapen.com
‘1인 AI 제작’ 파일럿에서 13부작 정규 프로그램으로
제작진 대체는 아직 미확인…달라진 건 ‘어디까지 직접 만들 수 있나’
제작진 대체는 아직 미확인…달라진 건 ‘어디까지 직접 만들 수 있나’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파편화된 뉴스 속 대중문화의 진짜 흐름을 짚어냅니다. 본 코너는 데이터가 곧 팩트가 되는 시대에 발맞춰 기획된 신개념 연예 리포트입니다. 인간 기자의 직관적 시선에 수치와 패턴을 읽어내는 AI 인턴 리포터 ‘잼’의 분석력을 결합했습니다. 가장 유의미한 주간 엔터계 이슈를 ‘연예가중계’처럼 발 빠르게, ‘AI가 중계’합니다. [편집자주]
AI가 방송 제작진을 대체하는 시대가 온 걸까요. EBS가 생성형 AI를 활용한 드라마 ‘EBS AI 문학관’을 정규 편성하면서 이 질문이 실제 방송 제작 현장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만 공개된 제작 구조를 뜯어보면 지금 확인되는 변화는 ‘사람이 AI로 바뀌었다’는 단순한 그림과 다릅니다. AI가 사람의 자리를 없앴다기보다 창작자가 직접 구현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도구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13일 EBS에 따르면 ‘EBS AI 문학관’은 16일부터 김유정의 ‘봄봄’과 ‘동백꽃’,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와 ‘고향’, 이효석의 ‘풀잎’ 등 한국 고전·근현대 문학 11편을 바탕으로 한 AI 기반 창작 드라마 13편을 매주 금요일마다 선보입니다. 작품마다 한 명의 연출자가 중심이 돼 기획부터 영상 완성까지 제작 전반을 이끌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인물과 공간, 장면을 구현합니다. 정영재·최지영·구태림·김진호 등 네 감독이 연출·제작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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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 AI 제작’이 정규 프로그램으로…정확히 무엇이 달라졌나. /사진=AI 챗GPT 제작 | ||
▲ ‘1인 AI 제작’이 정규 프로그램으로…정확히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프로그램의 출발점에는 지난해 ‘EBS AI 단편극장’이 있습니다. 당시 PD·기술·카메라·사업 기획 등 각기 다른 직군의 제작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전 과정에서 생성형 AI와 협업해 완성했습니다. EBS는 이를 국내 방송사 최초의 ‘생성형 AI 1인 제작 파일럿’으로 규정했고, ‘AI 문학관’은 여기서 선보인 제작 방식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확장한 형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지난해 파일럿은 EBS가 직접 ‘1인 제작’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번 ‘AI 문학관’에 대해서는 ‘작품마다 한 명의 연출자가 중심이 돼 제작 전반을 이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현재 프로그램 전체를 ‘한 사람이 모든 제작을 혼자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공개된 사실보다 나아간 판단입니다.
그럼에도 두 프로그램을 잇는 변화는 분명합니다. 생성형 AI가 단순히 완성된 영상에 효과를 더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물과 공간, 장면을 구현하는 창작 도구로 들어갔고, 한 명의 창작자가 기획 단계에서 영상 완성까지 폭넓게 관여하는 제작 방식을 EBS가 정규 프로그램까지 확대했다는 점입니다. EBS 역시 이를 두고 기존의 제작 전문성과 생성형 AI를 결합해 창작자의 표현 영역을 넓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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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가 제작진을 대체했다?…현재 자료로는 답할 수 없다. /사진=AI 챗GPT 제작 | ||
▲ AI가 제작진을 대체했다?…현재 자료로는 답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제목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AI 문학관’에서 AI가 실제 제작진을 대체했을까요.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그렇다고 답할 수 없습니다.
EBS는 기존 프로그램과 비교해 제작 인원이 얼마나 줄었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어떤 직무를 생성형 AI가 대신하게 됐는지에 대한 비교 자료도 없습니다. 한 명의 연출자가 제작 전반을 이끈다는 설명 역시 다른 제작 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따라서 ‘AI가 몇 명의 제작진을 대체했다’거나 ‘특정 제작 직군이 사라졌다’고 말할 근거는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대신 확인되는 것은 제작 방식의 변화입니다.
‘AI 문학관’에서는 생성형 AI가 인물과 공간, 장면을 구현하는 데 사용됩니다. 연출자는 이를 창작 도구로 활용하면서 기획부터 영상 완성까지 제작 전반을 이끕니다. 즉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는 변화는 ‘사람의 대체’가 아니라 사람이 작품을 구현하는 방식과 범위의 변화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는 중요합니다. ‘AI를 썼다’는 사실만으로 일자리 감소를 결론 내리면 기술의 사용과 인력 구조의 변화를 같은 것으로 취급하게 됩니다. EBS 사례가 현재 보여주는 것은 그보다 앞선 단계입니다. AI가 제작진을 없앴는지가 아니라, 기존 제작자가 AI를 이용해 어떤 일을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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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면은 AI가 만들어도…무엇을 만들지는 누가 결정하나. /사진=AI 챗GPT 제작 | ||
▲ 화면은 AI가 만들어도…무엇을 만들지는 누가 결정하나
‘AI 문학관’의 콘텐츠 자체를 보면 인간 창작자의 역할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프로그램은 원작을 그대로 영상으로 복원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공간과 인물을 더하고, 원작의 서사를 보다 극적으로 드라마화하거나 서로 다른 문학 작품의 인물들을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합니다. 첫 작품 ‘호구의 봄’은 김유정의 ‘봄봄’을 바탕으로 했고,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를 재해석한 ‘비밀’은 원작의 주요 이야기와 인물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간을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이 지점에서는 생성 능력과 창작 판단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AI가 인물과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과 어떤 원작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공개된 제작 구조에서는 작품별 연출자가 기획부터 영상 완성까지 제작 전반을 이끕니다. 결국 생성형 AI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어떤 결과를 취하고 어떤 방향으로 작품을 완성할지 결정하는 연출의 역할도 함께 남습니다.
따라서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 전문가가 필요 없어지는가’라는 질문에도 아직 단순한 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은 전문성이 소멸했다는 결과가 아니라,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구현 수단이 기존 창작 과정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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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BS 사옥. /사진=EBS 제공 | ||
▲ EBS가 보는 미래도 ‘사람 없는 방송’보다 ‘1인이 할 수 있는 일’
EBS가 AI 제작을 바라보는 방향은 올해 김유열 사장의 신년사에서도 드러납니다.
김 사장은 지난 1월 “AI 툴로 1인이 기획, 시나리오, 영상, 음악, 편집, 송출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EBS AI 단편극장’을 그 변화를 확인한 사례로 들며 방송 제작 프로세스에 AI를 적용하는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 발언 역시 ‘AI 문학관에서 실제로 한 사람이 이 모든 업무를 맡았다’는 증거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EBS가 AI 기술을 통해 주목하고 있는 방향, 즉 한 명의 제작자가 다룰 수 있는 업무와 구현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발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지난해 파일럿에 그치지 않고 정규 편성으로 옮긴 사례가 이번 ‘AI 문학관’입니다. 파일럿에서 시작된 제작 방식이 13편 규모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는 사실까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 제작 인력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직 검증해야 할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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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BS AI 문학관 스틸컷. /사진=EBS 제공 | ||
▲ AI 잼 리포터 총평
사람을 없앴나보다 ‘사람이 무엇까지 할 수 있나’
‘EBS AI 문학관’을 놓고 “AI가 제작진을 대체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실제 인력 감소나 특정 직군의 대체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대신 지난해 ‘1인 AI 제작’ 파일럿에서 시작된 방식이 13부작 정규 프로그램으로 확대됐고, 작품별 연출자가 생성형 AI를 창작 도구로 활용해 기획부터 영상 완성까지 제작 전반을 이끄는 구조는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현재 EBS의 실험에서 먼저 보이는 변화는 ‘몇 명이 사라졌는가’보다 ‘한 명의 창작자가 어디까지 직접 구현할 수 있게 됐는가’에 있습니다. AI가 제작진을 대체할지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작진이 일하는 방식과 창작자가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미 확인됩니다. 사람을 대신하는 AI보다 먼저 등장한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넓히는 AI인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