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엔지니어링·일본 니폰코에이, 광역수도권 철도 타당성 조사 공동 수행
ADB 공식 계약자료에 2026년 3월 12일 계약…총 1198만5435달러
도로·교량 넘어 철도로 확대…대형 교통 인프라의 사업 준비 단계 진출
한국의 해외건설은 건설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건설사가 현장에 들어가기 전 도로의 노선을 정하고 교량을 설계하며 사업비를 계산하는 한국 기업들이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제대로 짓고 있는지 감독하고 때로는 발주처를 대신해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한다. 홍익기술단·동명기술공단·삼안·경동엔지니어링·동성엔지니어링·한국해외기술공사(KCI) 등이다. 이들의 이름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시아·아프리카·남태평양의 도로와 교량, 도시 인프라 곳곳에 한국 엔지니어들의 설계도가 들어가고 있다. 미디어펜은 ‘K-엔지니어링, 세계를 설계하다’를 통해 세계 인프라 시장의 앞단을 개척하고 있는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들을 추적한다. [편집자주]

   
▲ 도화엔지니어링이 필리핀 광역수도권 철도 타당성 조사 계약을 체결했다./사진=AI 생성 이미지

[미디어펜=서동영 기자]필리핀 광역수도권의 철도 인프라 개발을 준비하는 사업에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이 참여한다. 도화엔지니어링이 일본 기업과 함께 철도사업의 타당성 조사 계약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건설사가 철도 노반과 교량, 역사 등을 건설하기에 앞서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기술서비스 계약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공개한 계약자료에 따르면 도화엔지니어링은 일본 니폰코에이와 합작 컨소시엄을 구성해 필리핀 '광역수도권 철도 타당성 조사(Feasibility Study for Greater Capital Region Railways)'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일은 지난 3월 12일이며 계약금액은 1198만5435달러다.

이번 계약은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의 해외 진출이 도로와 교량, 상하수도 등 개별 인프라를 넘어 광역 교통체계의 사업 준비 단계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철도는 노선과 수요, 사업비,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전문 엔지니어링 역량이 중요하다.

▲도화엔지니어링, 필리핀 광역수도권 철도 타당성 조사 참여

필리핀 정부는 수도권과 주변 지역의 교통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와 산업시설이 집중된 대도시권에서 교통망의 연결성을 높이고 이동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로뿐 아니라 철도 등 대중교통 기반시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도화엔지니어링이 필리핀 광역수도권 철도사업의 타당성 조사에 참여한다. ADB가 공개한 '인프라 준비 및 혁신 지원시설' 계약자료에 따르면 도화엔지니어링과 일본 니폰코에이는 광역수도권 철도 타당성 조사 용역 계약자로 등록됐다. 계약일은 2026년 3월 12일이며 계약금액은 1198만5435달러다. ADB 금융지원 대상 계약금액도 동일하게 기재돼 있다.

이번 계약은 도화엔지니어링과 니폰코에이가 참여한 합작 컨소시엄 전체 기준이다. 도화엔지니어링이 개별적으로 확보한 수주액이나 계약 지분율은 공개된 계약 목록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타당성 조사 계약은 철도 건설공사 계약과 구분된다. 실제 철도 노반과 교량, 역사, 궤도 등을 건설하는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타당성 조사는 인프라 사업을 추진할 필요성과 기술적·경제적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철도사업의 경우 예상 이용 수요와 노선 대안, 주변 교통망과의 연계, 건설비와 운영비, 환경·사회적 영향 등 다양한 요소를 검토해야 한다. 이런 조사 결과는 이후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투자 및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도화엔지니어링의 이번 계약은 한국 기업이 해외 철도 인프라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전문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199만달러 컨설팅 계약…철도 건설보다 먼저 시작되는 사업

도화엔지니어링이 참여한 사업은 ADB가 지원하는 필리핀 인프라 준비 및 혁신 지원시설의 일부다.
이 프로그램은 필리핀의 주요 인프라 사업이 실제 건설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조사와 설계, 사업 준비를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ADB 계약자료에는 철도뿐 아니라 고속도로, 일반도로, 해상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 준비 용역이 등록됐다. 이 가운데 광역수도권 철도 타당성 조사는 약 1199만 달러 규모의 컨설팅 계약으로 발주됐다.

대형 철도 건설공사는 노선 길이와 구조물, 차량 및 신호체계 등에 따라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사업의 필요성과 경제성을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철도는 도로와 달리 선로와 역사, 차량기지, 전력·신호·통신시설 등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어느 지역을 연결할 것인지, 기존 철도 및 다른 교통수단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이용 수요를 어느 정도로 예상할 것인지에 따라 사업의 규모와 경제성이 달라질 수 있다. 타당성 조사는 이러한 사업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다만 이번 계약의 구체적인 노선과 연장, 역의 위치, 철도 방식 등은 ADB 계약 목록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타당성 조사 수행 결과에 따라 향후 사업 구상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번 계약을 특정 철도 노선의 건설 확정이나 착공 결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한국 기업이 실제 건설공사에 앞서 추진되는 철도 인프라의 사업 준비 단계에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도화엔지니어링은 일본 니폰코에이와 함께 이런 기술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국제 컨소시엄을 통한 사업 참여는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이 해외 전문기업과 협력해 대형 인프라 사업의 초기 단계에 참여하는 방식 중 하나다.

▲도로에서 철도로…세계 인프라의 밑그림 그리는 한국 기업

한국의 해외건설은 오랫동안 대형 건설사의 시공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해외 인프라 사업의 전체 과정을 살펴보면 건설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다양한 전문기업이 참여한다. 사업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경제성을 분석하는 타당성 조사, 구체적인 시설 계획을 마련하는 기본·상세설계, 발주기관의 사업 수행을 지원하는 프로젝트관리, 공사 과정의 품질과 공정을 감독하는 감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술서비스는 건설공사에 비해 계약금액이 작을 수 있지만 사업의 방향과 추진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들도 국제금융기구가 지원하는 다양한 해외사업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앞서 홍익기술단은 아프리카 소말릴란드 도로 감리사업에 참여했고, 동명기술공단은 몽골 지방도시의 상하수도와 전력·난방·도로 등 기반시설 설계·감리 계약을 확보했다.

삼안과 경동엔지니어링·동성엔지니어링은 우즈베키스탄 도로사업의 관리 및 준비 단계에 참여했으며, 한국해외기술공사(KCI)는 남태평양 바누아투의 기후회복형 도로사업에서 상세설계와 건설감리를 수행했다.

필리핀에서는 유신이 중부 민다나오 고규격 고속도로 상세설계에 참여했고, 다산컨설턴트도 사마르·아구산 지역 도로 개선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상세설계 계약자로 등록됐다.

도화엔지니어링의 광역수도권 철도 타당성 조사 계약은 이러한 해외 엔지니어링 활동이 철도 분야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개별 사업의 참여 사실을 한국 엔지니어링 산업 전체의 해외 경쟁력 향상으로 곧바로 연결할 수는 없다. 국제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후속 사업 수주와 실제 사업 수행 성과, 현지 파트너십 확대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타당성 조사와 설계에 참여한 기업이 향후 건설공사나 운영사업까지 맡게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사업 준비와 시공, 운영은 서로 다른 계약과 경쟁 과정을 거친다.

그럼에도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세계 각국의 인프라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도로를 놓기 전에 노선을 검토하고, 도시를 개발하기 전에 상하수도와 전력망을 설계하며, 철도를 건설하기 전에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는 기업들이 있다.

필리핀 광역수도권 철도 타당성 조사에 참여한 도화엔지니어링은 한국의 해외 인프라 진출이 '짓는 기술'뿐 아니라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엔지니어링 서비스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의 인프라는 건설 현장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앞선 조사와 설계, 사업관리의 과정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철도는 노선 하나를 정하는 데에도 수요 예측과 사업비, 기존 교통망과의 연계, 환경·사회적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는 분야”라며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사업의 큰 틀이 잡히는 만큼, 한국 기업이 이 단계에 참여한다는 것은 관련 기술 역량과 사업 수행 경험을 해외 시장에서 쌓아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상하수도 등에서 쌓은 국제금융기구 사업 실적이 철도 같은 대형 교통 인프라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며 “다만 해외 철도 시장은 일본과 유럽 엔지니어링사들이 오랫동안 경험을 축적해 온 만큼,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과 후속 사업 수행 실적을 꾸준히 쌓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