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공급 부족 대응 차원 중국산 검토…워싱턴 규제 속 '단가 협상용' 관측도
기술 격차보다 범용 제품 수익성 훼손에 따른 'R&D 투자 위축'이 실질적 변수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의 대규모 흑자 전환과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검토가 맞물리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나타났던 시장 잠식 구도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정의 기술적 진입 장벽과 미국 주도의 장비 규제를 감안할 때 과거 LCD 시장과 같은 구도로 흘러가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중국의 물량 확대가 범용 제품의 가격을 압박해 국내 기업의 투자 여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의 대규모 흑자 전환과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검토가 맞물리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CXMT가 중국 국제 반도체 엑스포에 참가한 모습. /사진=CXMT


◆ 분기 순익 10조 원 전망…체급 키운 CXMT

중국 현지 매체와 시장 공시에 따르면 CXMT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147억~1197억 위안(약 22조9000억~23조9000억 원), 순이익은 534억~549억 위안(약 10조6000억~10조9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에서 벗어나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분기 기준 CXMT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을 10%로 집계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은 세계 4위로 평가했다.

AI 인프라 확대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몰리면서 스마트폰과 PC 등에 쓰이는 범용 D램 공급이 타이트해진 점이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지난 7월 상하이 과창판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과 실적을 바탕으로 CXMT는 차세대 4F² 수직 구조 D램 연구개발 등 공정 고도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 애플의 중국산 검토, 실제 채택보다 '가격 협상력' 확보 분석 우세

애플의 최근 행보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제약을 언급하며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용 HBM 증설로 인해 모바일 D램 공급 단가를 인상하자, 원가 절감을 위해 대안 공급망을 압박 카드로 꺼내 든 것으로 해석한다.

다만 실제 대규모 채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미 상무부와 의회가 중국 군사 관련 기업 목록에 오른 기업의 칩 사용을 반대하고 있어, 애플이 워싱턴의 규제를 우회해 미국 및 글로벌 제품에 중국산 칩을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수용 기기 일부에 한정해 적용을 모색하거나, 공급선 다변화 신호를 통해 기존 공급업체와의 단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LCD와 다른 지형…장비 제재와 양산 수율이 핵심 방어벽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과거 LCD 디스플레이처럼 급격한 시장 주도권 역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두 산업의 기술 구조와 공급망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장비와 공정 난도다. 중국이 수직 트랜지스터(4F²) 설계를 통해 집적도 확대를 시도하고 있으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선단 공정으로의 미세화에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수천만 개의 칩을 양산하면서 80% 이상의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해 원가 경쟁력을 내는 영역은 축적된 제조 데이터 없이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HBM 등 차세대 AI 메모리 영역 역시 단순 부품 조달이 아닌 주요 빅테크 및 파운드리와의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어서 진입 장벽이 높다.

◆ 진짜 쟁점은 기술 역전 아닌 '범용 제품 마진 잠식'

결국 현재 제기되는 실질적인 위협은 첨단 기술의 단기 추월보다 '범용 D램의 가격 하락 압박'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창출한 영업이익을 차세대 기술 개발과 대규모 설비 투자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CXMT와 YMTC 등이 자국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범용 제품 출하량을 늘릴 경우, 전반적인 시장 판가가 하향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중장기 R&D 투자 여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EUV 제재와 공정 기술 격차로 인해 최첨단 영역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출하 확대가 가져올 범용 메모리 가격 변동성을 고려해, 고부가가치 AI 맞춤형 메모리와 차세대 패키징으로의 체질 전환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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