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몰린 빚투 9조원…폭락장에 증권사 리스크 관리 비상
입력 2026-10-19 14:39:45 | 수정 2026-10-19 14:39:45
홍샛별 기자 | newstar@mediapen.com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신용융자 9조2000억원…전체 잔액의 27.5% 집중
증권사 신규 대출 제한·담보 기준 강화…빚투 쏠림 차단 본격화
증권사 신규 대출 제한·담보 기준 강화…빚투 쏠림 차단 본격화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9조원을 웃돌면서 증권사들의 위험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차입 투자에 따른 위험이 부각된 가운데 19일부터 종목별 신용융자 집중도 관리가 시행되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신용매수를 제한하거나 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가 집계한 지난 9월 말 기준 증권업계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3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관련 종목에 투입된 자금은 10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31.1%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신용융자 잔액만 9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27.5%를 차지했다. 반도체 관련 신용융자 잔액의 약 88.5%가 두 종목에 집중된 셈이다.
문제는 특정 업종과 종목에 신용투자가 집중될 경우 주가 급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주가 하락으로 담보유지비율이 기준에 미달하면 추가 담보를 납입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의 강제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국내 증시의 급격한 조정은 차입 투자에 대한 경계감을 높였다. 코스피는 지난 15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 넘게 떨어졌다. 같은 날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시장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강제 매도 압력도 높아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893억3600만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약 300억원 증가했다. 다만 미수거래 반대매매는 신용융자 담보 부족에 따른 강제 처분과 별도로 집계되는 지표로, 전체 차입 투자 청산 규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투자협회와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이날부터 종목별 신용융자 집중도 관리에 들어갔다. 특정 종목의 신용융자 잔액이 개별 증권사 전체 신용융자의 15%를 넘을 경우 신규 신용공여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위험 노출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증권사들의 대응은 크게 신규 신용매수 차단과 대출 조건 강화로 나뉜다. 하나증권이 이달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신용매수를 중단한 데 이어 메리츠증권도 이날부터 두 종목에 대한 신규 신용융자를 제한했다.
신규 거래를 유지하면서 투자자의 차입 가능 규모를 줄이는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융자 한도를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증거금률을 상향 조정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신용융자 한도를 20억원에서 15억원으로 축소했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의 신용보증금률과 담보유지비율을 각각 높여 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자기자금과 담보 수준을 강화했다. 반면 신용융자 집중도가 관리 기준에 미치지 않는 일부 증권사는 기존 거래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마다 종목별 신용융자 비중과 고객 구성, 자체 위험 관리 기준이 달라 대응 방식에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반도체 대형주에 신용융자가 집중됐다고 해서 증권업계의 부실 위험이 곧바로 확대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 내 거래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해 거래가 부진한 중소형주보다 담보 처분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에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신용융자가 집중된 상황에서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대형주는 유동성이 풍부해 신용융자 잔액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부실 위험을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앞으로는 종목별 신용공여 집중도를 낮추고 급격한 주가 하락에 따른 담보 위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