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붕괴 초래 '단일 레버리지 ETF'…도입 배경 놓고 설왕설래
입력 2026-10-19 16:28:39 | 수정 2026-10-19 16:33:55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금감원 위험성 제기 및 심사기간 비판…은행 해킹사고도 도마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국내 증권시장 폭락의 주 원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론되는 가운데, 이 상품 출시를 앞두고 수차례 회의를 주도했던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은 김 전 실장이 상품 도입을 주도했음을 시사했는데, 금융감독원은 "기억나는 바 없다"고 일관해 야당의 빈축을 샀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9일 국회에서 금융감독원의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여당은 금융권의 해킹사고를 중점적으로 다룬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고위험 상품 도입을 견제해야 할 금감원이 회의 당시 반대 의견을 피력하지 않고, 심사도 꼼꼼히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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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오른쪽)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정무위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6.10.19/사진=연합뉴스 제공 | ||
이 상품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1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초 공개됐다. 이후 4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는데, 당시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상품이 5월 22일 상장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이 상품은 금감원 심사를 거쳐 5월 27일 본격 상장됐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정책 목표를 맞추기 위해 일반 ETF보다 심사를 빠르게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상품 출시 이후 투자자 손실도 천문학적이다.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부터 8월 14일까지 주요 증권사 10곳에서 개인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매매로 확정한 손실은 약 2조 3242억원에 달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심사가 졸속이라고 하는 이유는 ETF 평균 상장률이 평균 62일이고, 대표지수형으로 뽑더라도 43일"이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심사기간이 29일로 많이 짧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장심사할 때) 한국거래소가 예비심사한 뒤 금감원이 심사를 하는데, 예비심사가 끝나기 전에 심사한 게 이번이 처음이 맞느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지난 4월 중순쯤 금융위에서 상장 일정을 정책적으로 발표한 게 있다"며 "이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이 감독당국으로서 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제기했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더욱이 금감원은 자본시장연구원에 이 종목 도입과 관련한 연구보고서도 발주했다. 이후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약 150쪽 분량의 연구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보고서에서는 이 상품의 투기적 성격과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 투자 위험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금감원이 사실상 투자의 위험성을 이미 인지한 만큼, 감독당국으로서 최소한의 우려를 표명했어야 한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실제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기자간담회에 앞서 김 전 실장은 올해 1월 6일과 13일 연이어 회의를 주도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해외에서 허용되는 상품을 국내에서 출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최은석·송언석·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질의를 통해 이 상품 출시를 주도한 김 전 실장에게 감독당국으로서 위험성을 제대로 제기했는지 물었다. 대표적으로 신동욱 의원은 "국내에는 이 상품이 없어서 투자자가 해외로 나가고 있으니까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대부분의 참석자가 얘기한다"고 황 부원장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1월 13일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황선오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오전 국감에서 "저는 그런 말씀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고 답한 데 이어, 오후에도 "기억이 안 난다고 말씀드렸다"고 답을 되풀이했다. 이 원장은 금융위 회의에 관련 안건이 올라왔을 때 논의가 있었다며, 당시 관련 내용을 최초 파악했음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신 의원은 이 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묻는 등 책임론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회의를 몇 차례 했는데 들은 사람도 아무도 없다. 보고한 사람도 없다"며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것인지 압박했다.
이 원장은 "지금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인사권자께서 정하실 사항"이라고 답했다.
송언석 의원은 이 원장의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발언의 취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증권신고서를 수리하기 전에 막았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이후 송 의원은 "당시 정책실장이나 이 대통령을 상대로 반대했어야 한다는 의미냐"고 질문하자 이 원장은 "그것은 전혀 관계없는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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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환주 KB국민은행장(왼쪽)을 비롯한 시중 은행장들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선서자 왼쪽부터 이 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2026.10.19/사진=연합뉴스 제공 | ||
은행 해킹사고 대책 어떻게…5대 은행장 국감 소환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인공지능(AI) 해킹 사태를 계기로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장도 이날 4년 만에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 등에서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우리·NH농협도 해킹 공격을 받았다. 이에 은행권 전반적으로 보안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이번 해킹사고로 정보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이에 대해 정상혁 행장은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신뢰를 기본으로 해야 될 금융기관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고객님과 국민 여러분들께 염려를 끼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지적해 주신 것처럼 예산·인력 문제를 충분히 확보하고, 프레임 자체를 AI로 해킹한다는 전제 하에 보안 시스템도 AI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AI 해킹 피해에 대해 고객분들과 국민 여러분꼐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욱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 AI 인력을 갖추고,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 해킹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시 전액 보상하는 동시에, 수수료 면제 및 금융안심보험 가입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진환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은 해킹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더욱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며 "사실 하루 약 200건 이상 해킹이 들어와, 직원들이 앞으로 피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영 농협은행장도 "2022년 차세대 통합 관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고도화해서 철저하게 보안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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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BNK금융지주의 회장 승계 과정과 관련해 현장검사를 마무리하고, 검사 결과에 대한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사진=국회방송 캡처 | ||
"BNK 회장 승계 과정, 현장검사 마무리…법리 검토중"
아울러 금감원은 BNK금융지주의 회장 승계 과정과 관련해 현장검사를 마무리하고, 검사 결과에 대한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BNK금융 지배구조 검사 진행 상황을 질의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현장에서 진행한 검사는 마무리됐으며, 검사 결과에 대한 법리 검토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BNK금융의 회장 승계 절차 투명성을 문제삼고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회장 승계 절차가 추석 연휴를 포함해 짧은 기간에 진행됐고, 외부 후보 7명이 모두 탈락했다. 또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올해 1월 말까지 현장검사를 진행했는데, 관련 결과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이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아울러 박 의원이 관련 검사 결과 자료를 요청했는데, 금감원은 제재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수석부원장은 "제재가 진행 중인 사안은 확정되지 않은 혐의 사실이고 상대방의 방어권 보장 등을 고려해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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