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윤 노무사(더드림직업병연구원 수원지사)
[미디어펜=편집국] 산업재해로 큰 부상을 입은 근로자가 치료 종결 후 후유증이나 증상 악화로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할 때 신청하는 것이 '재요양'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재요양 승인을 받기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만큼이나 까다롭다. 특히 '치유 당시보다 상태가 뚜렷하게 악화됐는가'를 두고 공단과 재해자 간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최근 대리한 사건도 바로 이 관문에서 시작됐다. 용접공으로 근무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A씨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위해 신청한 재요양이 두 차례나 거절됐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이하 재심사위원회)에서 극적으로 '불승인 취소' 재결을 받아낸 사건이었다.

   
▲ 임동윤 노무사(더드림직업병연구원 수원지사)

◆파이프 낙하 사고, 두 번의 불승인

건설 현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A씨는 2022년 10월 파이프 용접 작업 도중 옆에 있던 완성된 파이프가 넘어지면서 오른쪽 다리를 덮치는 큰 사고를 당했다. '우측 하지의 압궤손상, 경비골 분쇄골절, 슬관절 내측측부인대파열' 진단과 함께 금속내고정술 등 수차례의 수술과 긴 요양이 이어졌고, 몸속에 박혀 있던 고정 핀을 빼내는 금속제거술(1차 재요양)로 치료를 마쳤다.

그러나 핀을 제거하고 치료가 종결됐음에도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평지를 걸을 때는 물론 경사로를 오르내리거나 무릎을 굽힐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이어졌고, 걸을 때마다 무릎에서 '뚝뚝' 소리가 나 일상생활조차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병원은 '우측 슬관절 외상성 관절염'을 진단했고, 주치의는 “지속되는 통증과 가동범위 제한으로 인해 인공관절 전치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A씨는 2025년 3월 공단에 추가상병과 재요양을 신청했다.

공단의 판단은 냉정했다. 자문의는 “관절 내 골절의 불완전 정복으로 인해 관절염이 발생한 것으로 최초 사고와의 인과관계는 인정된다”며 외상성 관절염을 추가상병으로 승인했다. 그러나 정작 수술을 위한 재요양에 대해서는 “치유 당시보다 악화되었다는 소견이 없어 인공관절 수술 대상이 아니다”라며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심사기관 역시 “외상성 관절염은 인지되나 경미한 상태로 인공관절 수술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심사청구를 기각했다. 산재로 생긴 병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 정작 그 병을 치료할 방법은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재요양 심사의 가장 흔하고도 잔인한 구조다.

◆'악화'는 과거가 아닌 현재라는 것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며 필자가 먼저 확인한 것은 법리였다. 산재보험법상 재요양 요건은 악화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주치의와 공단 자문의 모두 향후 관절 손상이 심해지면 수술이 필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었고, A씨는 주 3회 물리치료를 받으면서도 현재까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재요양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은 충분히 피력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그런데 재심사위원회 심리를 앞둔 2026년 5월, A씨의 무릎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게 됐고, 결국 응급으로 우측 인공슬관절 전치환술이 시행됐다. 필자는 심리 당일 새롭게 발급받은 주치의의 소견서와 응급으로 진행된 수술 기록지, 수술 전후 상태를 증명할 최신 의학 영상 CD를 긴급히 공수해 위원회 현장에서 즉각 제출했다.

당일 심리회의에서 위원회는 제출된 자료를 면밀히 살피기 위해 정형외과 전문위원의 추가 소견이 필요하다고 판단, 심사를 한 차례 보류했고 이후 열린 두 번째 심리에서 원처분기관의 재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는 재결을 내렸다. 재결문은 “제출된 의학 영상과 의무기록 등에서 확인되는 수술 시행 전의 경과 및 무릎관절의 상태를 고려할 때 시행된 인공관절 전치환술은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승인 상병과의 인과관계 또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재결이 남기는 교훈은 분명하다. '악화'는 서류 속에 멈춰 있는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변화라는 점이다.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재해자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고, 그 변화를 심리라는 시간축 위에 정확히 올려놓았을 때 결정은 뒤집힐 수 있다. 응급 수술 기록과 최신 영상 자료가 심리 당일 제출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재해자의 건강상태 끝까지 추적해야

물론 이번 결과는 법리적인 주장과 자료 준비만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실제로 재해자의 무릎 상태가 수술이 시급할 만큼 악화됐고, 그 객관적인 사실이 뒤늦게 나마 명확히 입증됐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산재 사건, 특히 재요양 사건은 서류상의 과거 기록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심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재해자의 건강 상태와 치료 경과를 끝까지 추적하고, 이를 위원회에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해 설득하는 것이 대리인의 진짜 역할이다. 공단의 잇따른 불승인과 기각 결정으로 막막한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재해자의 실제 증상과 변화된 의학적 사실을 치밀하게 입증해 줄 전문가와 함께한다면 정당한 보상의 길은 언제든 다시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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