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본전쟁②] GPU도 담보가 된다…월가가 AI 데이터센터에 돈 대는 법
입력 2026-10-21 11:01:11 | 수정 2026-10-21 11:29:24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GPU·고객계약 담보로 수십억달러 조달…AI 인프라 금융시장 급팽창
코어위브, MS·오픈AI·메타 계약 등에 업고 대규모 차입
블랙스톤·블랙록·칼라일 등 월가 자금도 AI 컴퓨팅으로 이동
코어위브, MS·오픈AI·메타 계약 등에 업고 대규모 차입
블랙스톤·블랙록·칼라일 등 월가 자금도 AI 컴퓨팅으로 이동
[편집자주] AI 패권 경쟁의 다음 전장은 ‘돈’이다.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망과 발전소까지 AI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현금부자 빅테크는 자체 자금으로 투자하지만 신생 AI 기업들은 회사채·사모대출·프로젝트금융을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끌어오고 있다. 이제 GPU와 데이터센터, 미래 컴퓨팅 계약까지 금융자산으로 변하는 시대다. 하지만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누가 더 싸게, 더 오래 자본을 조달하느냐가 AI 산업의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디어펜은 [AI 자본전쟁] 5부작을 통해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자본시장의 구조와 월가의 돈 흐름, 위험과 기회,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추적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AI시대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도 돈을 빌리는 담보가 된다. 과거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빌릴 때 금융회사가 주로 들여다본 것은 공장이나 부동산, 기계설비, 안정적인 현금흐름이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와 장기 컴퓨팅 계약까지 새로운 담보로 활용하는 금융구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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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시대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도 돈을 빌리는 담보가 된다. 과거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빌릴 때 금융회사가 주로 들여다본 것은 공장이나 부동산, 기계설비, 안정적인 현금흐름이었다./이미지 생성=미디어펜 AI룸 | ||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GPU를 대규모로 확보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메타, 앤트로픽 등에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GPU와 데이터센터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코어위브는 이 과정에서 GPU와 고객계약 등을 기반으로 수십억달러의 대출을 받아왔다. 2023년에는 23억달러, 2024년에는 75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고, 이후에도 모건스탠리,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대출에 참여했다.
AI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GPU를 사고 그 GPU가 만들어낼 미래 매출을 담보로 다시 돈을 빌리는’ 새로운 자본조달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GPU와 고객계약이 동시에 담보가 된다
GPU가 어떻게 담보가 될 수 있을까.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AI 클라우드 기업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 수천~수만개를 구입한 뒤 이를 데이터센터에 설치하고, 마이크로소프트나 오픈AI 같은 고객에게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GPU가 일종의 생산설비다. 과거 자동차회사가 공장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면 AI 기업은 GPU와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현금흐름을 만든다.
하지만 GPU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계약이다. 아무리 비싼 GPU를 갖고 있어도 이를 사용할 고객이 없다면 담보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나 오픈AI처럼 자금력이 강한 고객이 장기간 컴퓨팅 용량을 구매하기로 계약했다면 향후 매출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코어위브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오픈AI, 메타, 앤트로픽 등과도 대규모 장기계약을 맺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코어위브의 미판매 컴퓨팅 용량 가운데 최대 63억달러 규모를 2032년까지 구매하기로 약정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장기계약이 사실상의 ‘미래 현금흐름 보증서’ 역할을 한다. 결국 구조는 이렇다. GPU 구입→데이터센터 설치→고객과 장기 컴퓨팅 계약→미래 매출 발생→이를 근거로 추가 자금조달 순이다. AI 금융에서 GPU와 고객계약이 함께 핵심 담보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월가가 AI 컴퓨팅을 새로운 금융자산으로 본다
이 구조는 코어위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블랙스톤과 알파벳이 함께 추진하는 AI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비슷한 금융구조가 등장했다. 글로벌 은행들은 AI 칩과 장기 고객계약을 기반으로 수백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월가의 관심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AI 컴퓨팅 용량 자체를 하나의 새로운 ‘자산군’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쉽게 말하면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미래 컴퓨팅 사용료를 기반으로 채권이나 다른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주택담보대출이 모기지증권(MBS)으로 발전했다면 앞으로는 GPU→데이터센터→고객계약
→미래 컴퓨팅 사용료→금융상품이라는 구조도 가능해질 수 있다. 다만 위험도 분명하다. GPU는 부동산이나 발전소와 달리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오늘 최신형인 칩이 몇 년 뒤 차세대 제품 등장으로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특정 고객 의존도가 높을 경우 대형 고객이 계약 규모를 줄이거나 프로젝트를 취소하면 예상했던 현금흐름도 흔들릴 수 있다.
AI 산업의 초기 경쟁은 누가 가장 좋은 모델을 만들고 누가 가장 빠른 GPU를 확보하느냐에 집중됐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수십억달러에서 수백억달러로 커지면서 새로운 질문이 등장했다.
‘누가 그 돈을 댈 것인가.’ AI 산업은 이제 기술회사와 반도체회사만의 시장이 아니다. GPU와 데이터센터, 미래 컴퓨팅 계약을 금융자산으로 바꾸고 그 위험을 누가 떠안을 것인지를 놓고 월가까지 뛰어든 거대한 자본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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