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확후 품질관리, 경험에서 데이터로…농진청 ‘품질백서’ 구축
입력 2026-10-21 14:00:00 | 수정 2026-10-21 14:00:00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사과·참외·양파 3개 품목 데이터 우선 구축…내년 11개로 품목 확대
당도·산도·경도·색도 측정 기준 표준화…저장·출하 의사결정 지원
RGB 영상 활용 사과 당산비 판정기술 실증 추진…AI 기반 연계
당도·산도·경도·색도 측정 기준 표준화…저장·출하 의사결정 지원
RGB 영상 활용 사과 당산비 판정기술 실증 추진…AI 기반 연계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농산물 수확 후 품질관리를 경험과 감각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한 통합 정보체계가 구축됐다. 농촌진흥청은 수확 후 품질 측정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농산물 수확 후 품질백서’를 마련해 농산물의 저장·유통 과정에서 품질 변화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김대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21일 관련 브리핑에서 “농산물 수확 후 품질백서는 연구 데이터를 현장의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출발점”이라며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품질을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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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수확 전·후 품질 정보를 통합·시각화한 웹 기반 ‘품질백서’를 구축하고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자료는 품질정보 시각화 예시(사과)로 이력정보, 초기 품질, 저장 방법·환경에 따른 품질을 한눈에 볼 수 있다./자료=농진청 | ||
농산물은 수확 직후부터 품질 변화가 시작된다. 같은 품목이라도 수확 당시 상태와 저장 온도, 저장 기간, 관리 방식 등에 따라 당도와 경도, 색깔, 식감 등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이상기상으로 수확 이후 품질 변동성이 커지고 온라인 도매 거래 확대와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 보급이 이어지면서 객관적인 품질정보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저장과 출하 시기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농업인과 유통 전문가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농가와 APC, 도매시장, 소비자 사이에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 품질 변화를 일관된 기준으로 비교·관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농진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적된 수확 후 품질 측정 데이터를 통합하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구축했다.
품질백서의 핵심은 품질 변화의 시각화, 측정 기준 표준화, 맛과 식감을 반영한 품질정보 제공이다.
우선 날씨와 토양 등 재배환경 정보, 수확 직후 품질, 저장 방법과 환경에 따른 품질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농산물이 어떤 품질 상태에서 출발해 어떤 저장환경을 거쳤으며, 현재 품질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한 화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품질 측정 기준도 표준화했다. 당도와 산도, 경도, 색도 등 주요 품질 항목의 측정 부위와 방법, 단위를 공통 기준으로 정리해 농가와 유통센터, 연구기관에서 생산한 데이터를 서로 비교하고 연계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수확 후 품질 빅데이터 구축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의 외관 중심 품질평가를 보완하기 위해 맛과 식감 관련 정보도 반영했다. 무게와 색상 중심의 판단에서 나아가 달콤함과 새콤함, 아삭함 등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품질 요소를 고려해 보다 직관적인 품질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품질백서는 산지유통센터의 저장·출하 관리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시설 자동화만으로는 농산물의 적정 출하 시기를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현재 품질과 저장 중 변화에 관한 데이터가 스마트 APC의 핵심 요소라는 게 원예특작과학원의 설명이다.
품질백서를 활용하면 저장 방법별 품질 변화와 중량 감소율, 상품성 저하 시점 등을 비교해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물량을 우선 출하하는 방식으로 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저장 손실을 줄이고 농산물의 상품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진청은 비파괴 선별 기술과 AI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영상·광학 기술로 과실을 자르지 않고 외부와 내부 품질을 판정하고, 해당 정보를 저장·유통 데이터와 결합하면 자동 선별과 저장 가능 기간 예측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모든 품질 항목을 비파괴 방식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원예특작과학원 관계자는 사과의 경우 소비자가 맛을 판단하는 데 당도와 당산비가 중요한 요소지만, 당도와 산도를 비파괴 방식으로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는 오차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농진청은 우선 RGB 카메라 영상을 활용해 사과의 당산비를 판정하는 기술을 개발·실증할 계획이다. 당산비를 바탕으로 품질 수준을 구분하고, 특히 품질이 낮은 과실을 선별하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시작기를 제작해 충북 보은 거점 APC에서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품질백서에 우선 구축된 품목은 사과와 참외, 양파 등 3개다. 농진청은 내년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해 총 11개 품목, 36개 품종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추가 대상에는 배와 단감, 감귤, 포도, 멜론, 배추, 버섯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현장 활용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농업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농진청은 품질백서에 저장 기술별 실증 데이터를 제시해 이용자가 저장 방법에 따른 품질 유지 기간과 중량 감소 등을 비교하고 출하 시기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영상 기반 품질판정 기술 역시 기존 영상 장비에 개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방식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별도의 장치 개발과 현장 실증을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