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3분기 실적 부진에 증권가 눈높이 낮춰…원화 강세·수주 지연 부담
21일 장중 주가 엇갈려…내년 해외 수주 기대에 업종 비중확대 의견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국내 방산주들이 이달 들어 20%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면서 증권사들도 잇따라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원화 강세와 해외 수주 지연 우려에 현대로템의 3분기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방산업종 전반의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는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내년 대규모 해외 수주 가능성을 근거로 중장기 성장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 국내 방산주들이 이달 들어 20%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면서 증권사들도 잇따라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이미지 생성=gemini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들어 20.66% 하락했다. 현대로템도 같은 기간 22.13% 떨어졌으며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19.65%), 한국항공우주(-13.39%), 한화시스템(-5.87%) 등 주요 방산주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전날에는 방산 대형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9만9000원까지 밀리며 80만원선을 내줬고, 현대로템도 8만6900원으로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장중에는 종목별 주가 흐름이 엇갈렸다. 오후 2시 22분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 거래일보다 1.50% 오른 81만1000원, 현대로템은 1.84% 상승한 8만8500원에 거래됐다. 한화시스템도 4.67% 오른 7만3900원을 기록했다.

반면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9.31% 급락한 49만7000원에 거래되며 전날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항공우주도 0.37% 내린 10만8900원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최근 방산주 하락에는 실적 부진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로 내려오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방산업체들의 원화 환산 매출과 수익성에 대한 부담이 커진 데다 일부 해외 사업의 매출 인식 시점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로템의 3분기 영업이익은 24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다. 매출액은 1조6207억원으로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수출 물량의 매출 인식 지연과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도 잇따랐다. 키움증권은 현대로템의 목표주가를 기존 24만원에서 19만5000원으로 낮췄다. iM증권은 28만원에서 19만원으로, 삼성증권은 25만원에서 15만6000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은 23만원에서 15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목표주가가 낮아지고 있다. DS투자증권은 기존 183만원에서 165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200만원에서 165만원으로 조정했다. 현대차증권도 139만원에서 132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낮추는 배경에는 당장의 실적 부진뿐 아니라 향후 수주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과 계약 협상 지연 등으로 당초 올해 안에 기대했던 일부 수주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로템에 대해 "연내 기대하던 수주 파이프라인들이 상당수 내년으로 순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이라크의 경우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는 관계로 협상이 다소 정체돼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방산업종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실적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낮추면서도 해외 무기 도입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낙폭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이날 방산업종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국방비 지출 감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국내 방산업체의 전체 매출에서 미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수출국의 방위산업 자립화 움직임도 국내 업체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가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아졌다. 대신증권이 제시한 2027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6.0배, 현대로템 17.6배,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19.4배, 한화시스템 19.5배다. 글로벌 지상방산 업체 평균 26.2배, 유도무기·레이더 업체 평균 24.8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내년 수주 기대도 남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MNG) 사업과 미국 자주포 양산 사업, 현대로템은 페루 K2 전차 도입 사업 등이 주요 수주 후보로 거론된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라인메탈과의 합작법인 사업, 한화시스템은 중·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용 다기능레이더 수출 확대가 기대 요인이다.

한국항공우주의 경우 올해 4분기 KF-21 전투기 첫 수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필리핀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잠재적인 수출 대상국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들 사업은 아직 계약이 확정되지 않은 수주 후보라는 점에서 실제 계약 체결 여부와 매출 반영 시기가 향후 주가 흐름을 가를 전망이다.

최정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각 국가들의 방위산업 자립화는 구조적인 변화"라며 "해당 자립화 수요에 맞춰 영업활동 진행 상황이 업체별 밸류에이션 격차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