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농기평 지원, 경상대 연구팀 성과…생산비 최대 80% 절감
식물성 단백질·배양 근육세포 결합, 3차원 고기 구현…상용화 추진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햄버거 패티나 너깃 형태에 머물렀던 배양육이 실제 소고기처럼 결이 살아 있는 스테이크 형태로 진화했다. 생산비도 최대 80%까지 낮춰 1kg당 4만 원대의 제품을 공급할 가능성이 열렸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소고기 시장에서 새로운 대체육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과다.

   
▲ 3D 정육형 하이브리드 배양육 제품 프로토타입(2025년)./자료=농기평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은 경상국립대학교 주선태 교수 연구팀이 식물성 단백질과 배양 근육세포를 결합한 ‘3차원 덩어리 형태의 하이브리드 배양육’ 개발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농식품부와 농기평의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2021년 4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진행됐다. 충북대와 경북대, ㈜엠제닉바이오 등이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했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배양육의 대표적인 한계로 꼽혀온 높은 생산비와 실제 고기와 다른 식감을 동시에 개선했다는 점이다.

실처럼 뽑은 근육 섬유로 실제 고기 결 구현

배양육은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가축 사육에 따른 환경 부담을 줄이고 동물복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높은 생산비와 제한적인 제품 형태는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특히 기존 배양육은 세포를 배양한 뒤 갈거나 뭉쳐 만드는 패티·너깃 형태가 중심이었다. 소고기 등심이나 안심처럼 근육 섬유가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되고 지방이 분포하는 덩어리 고기의 구조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경상국립대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양한 근육세포에 콩·완두·밀 등 식물성 단백질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제조 방식을 적용했다.

배양 근육세포와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실처럼 가느다란 근육 섬유를 만들고, 이를 묶어 입체적인 고기 구조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식물성 기름과 소기름을 활용해 지방층과 마블링을 구현함으로써 실제 소고기와 유사한 외관과 씹는 질감을 구현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근육 섬유를 연속적으로 생산하고 덩어리 형태로 가공하는 공장형 시험 장치도 개발했다. 실험실 수준의 제조 기술을 넘어 향후 생산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생산비 최대 80%↓…1kg당 4만 원대 공급 기대

경제성 확보도 이번 연구의 주요 성과다.

배양육은 세포를 증식시키는 데 필요한 배양 공정과 재료 등에 비용이 많이 들어 기존 축산물과 가격 경쟁을 벌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식물성 단백질을 구조적 기반으로 활용하고, 세포 배양 및 가공 공정을 개선해 생산비를 최대 70~80%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농기평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제품 가격은 1kg당 약 4만 원대로 예상된다. 자료에서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1등급 한우 등심 가격인 1kg당 약 8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판매 가격이 아니라 상용화 시점에 기대되는 가격이다. 실제 소비자 판매 가격은 대량생산 규모와 원료·배양 공정 비용, 품질관리 및 유통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소비자가 선호하는 덩어리 고기의 형태와 식감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이번 기술은 배양육의 활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입 소고기 대체 가능성…식량 공급망 다변화 기대

국내 식품산업에서 배양육 기술은 대체식품 개발뿐 아니라 식량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고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제 축산물 가격과 환율, 주요 수출국의 공급 여건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국내에서 배양육을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기존 축산물 공급을 보완하고 미래 식품산업의 새로운 성장 분야를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환경 측면에서도 가축 사육에 필요한 토지와 사료, 물 등의 자원 사용을 줄일 잠재력이 있다. 실제 환경 편익은 세포 배양에 필요한 에너지와 배양액의 생산·조달 방식, 제조시설 운영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상용화 과정에서 전 과정 환경영향을 검증할 필요가 있기는 하다.

배양육이 기존 축산물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지는 가격뿐 아니라 맛과 영양, 소비자 수용성, 식품 안전성 및 제도적 요건을 얼마나 충족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구팀은 개발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2024년 7월 연구실 창업기업인 ㈜오렌지카우를 설립하고 시제품을 바탕으로 제품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대량생산 설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국내 시장 진출과 해외 식육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배양육을 갈아 만든 대체육에서 실제 고기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제품으로 발전시키고, 식물성 단백질을 결합해 생산비를 낮추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으로 대량생산과 안전성 검증, 합리적인 판매 가격 확보까지 이어진다면 국내 배양육 산업의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주선태 경상국립대 교수는 “갈아 만든 고기 형태에 머물던 배양육을 진짜 스테이크처럼 결이 씹히는 덩어리 고기로 만들고, 한우 등심의 절반 가격 수준으로 낮춘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홍재 농기평 원장은 “대학 연구진이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을 통해 미래 식량 문제 해결에 기여할 배양육 기술을 확보했다”며 “개발된 기술이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실제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진짜 고기 같은 덩어리 형태’와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운 이번 개발이 실제 상용화 되려면 생산 규모 확대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를 확인하고, 제품의 맛과 식감, 영양적 특성 및 품질의 일관성 검증과 함께 국내 관련 식품 제도에 따른 안전성 평가와 인허가 등 필요한 절차도 확인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졌다.

해외 진출 또한 국가별 배양육 규제와 소비자 인식, 종교적 식품 기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연구팀이 제시한 할랄 시장 진출 계획도 해당 제품의 원료와 제조공정 등이 관련 인증 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