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안전 투자에도 상존하는 현장 돌발 변수…‘무과실·결과 책임’ 전가 논란
‘처벌 만능주의’ 갇힌 산업안전 정책…예방 유인 실종된 준조세성 징벌에 현장 마비
[미디어펜=조우현 기자]1년간 산업재해로 노동자 3명 이상이 숨질 경우 해당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중대재해 근절과 노동자 안전권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산업계에서는 현장의 구조적 현실과 기업의 자발적 예방 노력을 도외시한 채 결과만 단죄하는 전형적인 기업 옥죄기용 과잉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1년간 산업재해로 노동자 3명 이상이 숨질 경우 해당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중대재해 근절과 노동자 안전권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산업계에서는 현장의 구조적 현실과 기업의 자발적 예방 노력을 도외시한 채 결과만 단죄하는 전형적인 기업 옥죄기용 과잉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아무리 막아도 생기는 돌발 변수…기업에 씌운 ‘무한 결과 책임’

기업 입장에서 중대재해는 단순한 법적 제재를 넘어 공장 셧다운과 공사 중단, 천문학적인 금융 손실, 대외 신인도 추락으로 직결되는 치명적인 경영 리스크다. 기업 스스로 사활을 걸고 법적 기준을 뛰어넘는 안전 예산을 책정하고 스마트 감시 장비를 도입하는 등 사고 방지에 전력을 쏟는 이유다.

그러나 중장비 운용과 옥외 고소 작업, 기상 악화 등 수많은 외생 변수가 얽힌 물리적 현장에서는 아무리 촘촘한 안전망을 쳐도 비정형적 사고를 수학적으로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업자의 순간적인 안전수칙 미준수나 장비의 미세한 돌발 결함까지 통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형사법 체계가 고의와 과실 여부를 엄밀히 가려 죄를 묻듯 산업안전 역시 사업주의 안전 의무 이행 수준을 따져야 마땅하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 하지만 개정안은 ‘1년 내 3명 사망’이라는 단순 수치만으로 기업의 이익을 환수하는 구조다. 이는 사실상 기업에 ‘무과실 무한 책임’을 씌우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예방 유인 없는 ‘준조세성 징벌’…적자 기업과 형평성 문제

이번 규제가 실질적인 예방보다 기업 압박에 치우쳐 있다는 방증은 과징금 산정 기준에서도 드러난다. 안전 시설 투자 규모나 예방 체계의 완성도를 평가해 과징금을 차등 감경하는 정밀한 인센티브 구조 없이, 오로지 영업이익에 기계적으로 연동시켰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는 정작 안전 투자를 방치해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한계·부실 사업장에는 아무런 제재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기업이 영업적자이 경우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도 부과할 과징금이 없다. 징벌보다 과세가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 간 형성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흑자를 낸 건실한 기업은 한두 번의 돌발 대형 사고로 한 해 이익의 상당 부분을 고스란히 털어내야 한다. 산재 예방을 독려하기는커녕 기업의 경영 성과를 손쉽게 환수하려는 ‘준조세성 징벌’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산업별 공정 위험도와 수익 구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잣대도 문제다. 고도로 자동화된 첨단 IT·전자 산업은 공정 특성상 중대사고 리스크가 낮아 상대적으로 규제권 밖에 위치한다. 

반면 고소 작업과 중장비 사용이 필수적인 건설, 조선, 철강, 물류 등 중후장대 산업은 통상 1~3% 수준의 박한 영업이익률 속에서도 험지 현장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기간산업에 영업이익의 5%는 회사의 존폐를 뒤흔드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산업 생태계의 위험 구조 차이를 무시한 기계적 규제는 국가 인프라를 지탱하는 기초 제조업과 건설업의 투자 심리를 냉각시킬 수밖에 없다. 

◆ 소송전·방어 경영 장려…일자리 축소 부메랑

결과적으로 이번 대책은 안전 문화를 성숙시키기보다 기업들의 방어적 소송전과 극단적인 보수 경영만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우려 섞인 진단이다. 영업이익 5%라는 폭탄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현장 안전 투자보다 대형 로펌을 통한 책임 회피용 법리 개발과 면책용 서류 작업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붓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위험 공정에 대한 채용을 동결하고 무인화와 로봇 대체를 무리하게 앞당기면서 취약계층 현장 일자리가 급감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 현장의 공기 지연과 과징금 리스크 프리미엄은 제조 납품 단가와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돼, 안전 규제의 대가를 전 국민이 물가와 주거비 상승으로 떠안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

형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사회의 범죄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듯, 현장 리스크를 100% 통제할 수 없는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방식으로는 산재를 줄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실질적 안전 투자와 위험 공정 개선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정밀한 제도 설계 없이, 징벌의 칼날만 휘두르는 정책은 산업 기반을 갉아먹는 자해적 규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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