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값 5월 고점 대비 40% 급락
원가 낮아져도 판매단가 동반 하락…고가 재고 부담
내년 1분기까지 약세 전망…장기계약으로 위험 관리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에도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의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배터리와 양극재 판매가격도 함께 내려갈 수 있어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진 않기 때문이다. 특히 원재료 구매 시점과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시차, 기존 재고의 매입가격 등에 따라 기업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중국 상하이금속시장(SMM)에 따르면 이날 배터리급 탄산리튬 평균 가격은 톤당 1만4845.42달러로 전날(1만5340.95달러)보다 약 3.2% 하락했다. 같은 기간 공업용 탄산리튬도 톤당 1만4818.13달러에서 1만4322.43달러로 약 3.3% 떨어졌다. 

   
▲ 사진=AI 제작


◆ ESS 수요 늘어도 리튬값 40% 급락…배터리 업계, 원가·매출 동반 하락

올해 고점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욱 크다. 글로벌 에너지시장 분석기관 S&P Global Energy에 따르면 중국 내 배터리급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5월 12일 톤당 20만1000위안으로 올해 고점을 기록한 뒤 10월 9일 12만 위안까지 하락했다. 약 5개월 만에 40.3% 떨어진 수준이다.

리튬 가격 하락엔 공급 확대 전망과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ESS용 배터리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할 경우 전체 리튬 수요 증가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재료 가격 하락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 생산비용을 줄일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즉각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진 않는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제품 판매가에 연동되는 계약 구조에선 원가 절감이 곧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업계와 양극재업체 간 계약은 리튬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을 제품 판매가격에 연동하는 경우가 많아 리튬 가격 하락이 곧 배터리 판매단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리튬 가격이 제품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인 만큼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면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가격 변동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고 원재료 구매계약 조건과 가격 반영 기간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리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손실이 발생하거나 매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계약 기간과 구매 조건에 따라 실제 가격이 반영되는 시점에 차이가 있어 무조건 수익성이 악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 고가 재고 부담에 수익성 우려…장기계약으로 변동성 대응

리튬 가격 하락이 장기화할 경우 기존에 확보한 원재료 재고도 수익성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가격이 높았던 시기에 원재료를 구매한 업체는 시장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기존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높은 매입원가를 부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제품 판매가격이 먼저 내려가면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재고자산의 장부가액이 순실현가능가치를 웃돌 경우엔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리튬 가격 변동에 따른 기업의 재고 관리 전략과 구매계약 조건의 중요성이 확인됐다.

중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신에너지 관련 상장기업 503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배터리급 탄산리튬 가격 변동과 기업의 재고 회전 기간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음(-)의 관계가 나타났다. 리튬 가격이 상승할수록 기업들이 재고 보유 기간을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는 의미다.

특히 원재료 공급업체에 대한 협상력이 낮은 기업일수록 재고를 적극적으로 줄인 반면, 협상력이 높은 기업은 장기계약과 유리한 결제조건 등을 통해 가격 변동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장기계약과 가격 연동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S&P Global Energy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리튬 구매업체들은 가격지수에 연동되는 장기계약을 통해 원재료를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현물시장 거래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재고를 확보한 상황에서 현물시장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이 큰 만큼 장기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고정가격이 아닌 가격 연동 방식을 활용하는 등 관련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매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지만, 무조건 수익성이 악화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 내년 1분기까지 약세 전망…광산 재가동·수출정책 변수

리튬 가격의 향후 흐름은 주요 생산국의 광산 재가동과 원료 공급 확대, 전기차와 ESS 수요 증가 속도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S&P Global Energy는 올해 4분기 후반 짐바브웨산 리튬 원료의 중국 유입과 호주 광산의 생산 재개로 공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아시아 리튬 가격이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 광산업체 미네랄리소시스의 볼드힐 광산은 지난 5월 가동을 재개했으며, 코어리튬도 올해 4분기 피니스 광산에서 생산된 스포듀민의 첫 선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포듀민은 배터리용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주요 원료다.

중국은 호주와 아프리카 등에서 스포듀민을 수입해 배터리용 리튬으로 정제하는 주요 국가인 만큼 해외 광산의 생산 확대가 중국의 원료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스포듀민 수입량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중국의 스포듀민 수입량은 사상 최대치인 90만6566톤으로 전월 대비 22.6% 늘었다. 이 가운데 짐바브웨산 수입량은 7만4575톤으로 245% 급증했다.

공급 확대 전망은 가격 전망치에도 반영됐다. S&P Global Energy 산하 CERA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중기 전망 보고서에서 짐바브웨산 원료 유입 증가를 반영해 올해 중국 인도·관세 포함(DDP) 탄산리튬 가격 전망치를 기존보다 2.4% 낮춘 톤당 15만156위안으로 수정했다.

다만 원료 공급 확대가 곧바로 배터리용 리튬 제품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광석이 중국 정제업체에 도착한 뒤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가공되는 데 추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주요 리튬 광산의 생산 재개 여부와 짐바브웨의 수출정책도 변수로 꼽힌다. 특히 내년 예정된 짐바브웨의 리튬 원료 수출 제한 조치가 시행되거나 수출 쿼터제 등으로 변경되는지에 따라 중국으로 유입되는 물량이 달라질 수 있다.

관련업계 전문가는 리튬 가격 하락세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내 한 전문가는 "내년 중국의 탄산리튬 생산량과 수입량은 증가하는 반면 수요 증가세는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중국 시장에선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업계는 단기적인 수급 상황보다 중장기적인 공급 확대와 수요 증가세 둔화 전망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참고문헌

Lin, B., & Li, J. (2026). Spot price fluctuations of battery-grade lithium carbonate and supply chain disruptions: The survival game of new energy enterprises. Renewable Energy, 125372.

Yang, T., & Wang, L. (2026, October 12). TRADE REVIEW: Asian lithium market likely to ease late Q4 on feedstock arrivals. S&P Global Ener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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