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의 AI가-중계] ‘닥터X’가 틀린 건 수술인가, 의사 이미지인가
입력 2026-10-23 07:05:00 | 수정 2026-10-23 07:05:00
김민서 기자 | kim8270@mediapen.com
의료 오류와 의사 묘사, 같은 고증 문제인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무엇이 현실적이었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무엇이 현실적이었나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파편화된 뉴스 속 대중문화의 진짜 흐름을 짚어냅니다. 본 코너는 데이터가 곧 팩트가 되는 시대에 발맞춰 기획된 신개념 연예 리포트입니다. 인간 기자의 직관적 시선에 수치와 패턴을 읽어내는 AI 인턴 리포터 ‘잼’의 분석력을 결합했습니다. 가장 유의미한 엔터계 이슈를 ‘연예가중계’처럼 발 빠르게, ‘AI가 중계’합니다. [편집자주]
흥행 중인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가 의료 고증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17일 방송된 4회는 전국 시청률 18.5%, 순간 최고 20.8%를 기록했고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에서도 2주 연속 1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일부 의료 장면이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논란이 된 것은 서혜부 탈장 환자의 수술 결정 과정, 혈압이 측정되지 않는 환자에 대한 처치, 심정지 환자에게 시행한 제세동 등입니다. 현장 자문을 맡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교수는 “의학적으로 틀린 부분이 나온다면 자문이랑 제작진이랑 싸우다가 자문이 패배한 걸로 보시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자신을 정형외과 의사라고 밝힌 A씨가 방송 심의를 요청하면서 논쟁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A씨는 회진을 불필요한 잡무처럼 묘사하고 의료진을 무능한 악역으로 단순화한 점 등도 문제로 지목했습니다. SBS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서로 다른 두 문제가 섞여 있습니다. 실제 의료행위가 틀렸다는 지적과 극 중 의사가 부정적으로 묘사됐다는 불만입니다. 전자는 의학적 기준으로 검증할 수 있지만 후자는 인물과 조직을 어떤 방식으로 그릴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둘을 모두 ‘고증 실패’로 묶는 순간 논쟁의 기준부터 흐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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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배우 김지원. /사진=SBS 제공 | ||
▲ 의료 오류와 의사 묘사, 같은 문제인가
의료행위에는 맞고 틀림을 가릴 기준이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처치를 해야 하는지, 어떤 질환이 응급수술 대상인지, 심정지 환자에게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는 전문가가 검증할 수 있습니다. 제작진이 실제 의료정보와 다른 장면을 보여줬다면 작품이 허구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의료진이 무능하거나 권위적으로 그려졌다는 문제는 결이 다릅니다. 그런 의사가 현실에 존재하느냐의 문제를 떠나, 극 중 인물을 얼마나 선하거나 악하게 만들지는 창작의 영역입니다. 의사들을 지나치게 단순한 악역으로 그렸다면 평면적인 인물 설정이나 과도한 묘사라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수술법의 오류처럼 의학적으로 ‘틀렸다’고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서는 의료행위의 오류와 의료진 묘사에 대한 불만이 함께 ‘의료 현실 왜곡’이라는 표현 안에 들어왔습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고증은 사실을 바로잡는 기준에서 특정 직업이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지를 따지는 문제로 확장됩니다.
수술법을 잘못 보여주는 것과 의사를 나쁘게 보여주는 것은 애초에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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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의생’, 무엇이 현실적이었나. /사진=AI 챗GPT 제작 | ||
▲ ‘슬의생’, 무엇이 현실적이었나
이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입니다. ‘슬의생’ 방송 당시에는 현직 의사들이 직접 작품을 분석하는 영상이 잇따랐습니다. 의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A 등은 응급처치와 수술실 상황, 의료진의 행동 등을 세세하게 살펴보며 의료 장면의 현실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제작진 역시 의료 고증에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신원호 PD는 현직 의료인들에게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제작 목표 가운데 하나로 삼았고, 수술 과정의 사소한 동작까지 실제와 맞추기 위해 촬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의료진의 긍정적인 반응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렇다고 ‘슬의생’이 병원이라는 공간 전체를 현실 그대로 옮긴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방송 당시에는 지나치게 선하고 헌신적인 의사들이 한 병원에 모여 있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신 PD 역시 “병원에 저렇게 좋은 의사가 어디 있어”라는 취지의 댓글을 봤다고 밝히며, 좋은 사람들이 모인 세계를 의도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의사를 미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좋은 마음을 가진 직업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슬의생’은 의료행위와 병원 업무의 세부 묘사는 현실에 가깝게 만들면서도 그 안의 사람과 관계는 의도적으로 이상화한 작품이었습니다. 의료 고증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실제 병원이 저렇게 좋은 사람들로만 가득하겠느냐”는 반응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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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X’와 ‘슬의생’, 누가 더 현실적인가. /사진=AI 챗GPT 제작 | ||
▲ ‘닥터X’와 ‘슬의생’, 누가 더 현실적인가
그렇다고 ‘슬의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의사들과 ‘닥터X’에 심의를 요청한 사람을 한데 묶어 의료계의 이중잣대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른 시기에 다른 작품에 내놓은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A씨 한 사람의 문제 제기를 의료계 전체의 의견처럼 확대해서도 안 됩니다.
두 작품을 함께 볼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현실적이다’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따져보기 위해서입니다.
‘슬의생’은 의학적 절차와 동작의 정확성에서는 현실성을 인정받았지만, 의사와 병원의 모습은 이상적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반대로 ‘닥터X’는 일부 의료행위의 정확성에서 비판을 받는 동시에, 병원 내부의 권력관계와 부정적인 의사 묘사까지 현실 왜곡이라는 비판 범위에 들어왔습니다.
의료행위의 옳고 그름은 전문가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그려졌는지는 의료진과 환자가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의료진에게 익숙한 병원과 환자가 경험한 병원이 반드시 같은 모습일 필요는 없습니다.
예컨대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수술실의 동선과 처치 순서가 정확한지가 현실성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환자에게는 의사가 충분히 설명했는지, 병원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의료진과 환자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가 더 직접적인 현실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기술이 정확하다는 이유만으로 작품 속 병원 전체가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의사가 부정적으로 그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의료현실을 왜곡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어느 층위의 현실성을 말하고 있는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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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문이 있어도 왜 틀리나. /사진=AI 챗GPT 제작 | ||
▲ 자문이 있어도 왜 틀리나
‘닥터X’ 논란에서 남궁인 교수의 “자문이 패배했다”는 표현은 의학 자문의 한계도 보여줍니다. 자문은 전문지식을 전달하지만 최종 대본과 화면을 결정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전문가가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불가능하거나 부적절한 장면이라고 설명하더라도 제작진은 극적 효과를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가 현실을 그대로 복사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몇 시간이 걸리는 과정을 몇 분으로 줄이고 여러 의료진이 나눠 맡는 일을 주인공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식의 각색은 극적 흐름을 위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닥터X’ 역시 실제 의료현장과 다르게 각색되거나 연출된 장면이 포함돼 있다고 방송에서 알리고 있습니다.
다만 압축과 오류는 구별해야 합니다. 현실에서 세 시간이 걸리는 수술을 놀랍게 줄이는 것과 실제 환자에게 적절하지 않은 처치를 해결책처럼 보여주는 것은 같은 종류의 각색이 아닙니다. 제작진에게 현실을 변형할 자유가 있다면, 그 선택이 시청자에게 잘못된 의료정보를 전달할 가능성 역시 함께 따져야 합니다.
따라서 제작진 명단에 ‘의학 자문’이 올라 있다고 해서 작품 전체의 의료 장면이 자동으로 정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자문을 받았느냐보다 전문가의 의견이 실제 장면에 얼마나 반영됐느냐입니다. 자문을 받고도 오류가 남았다면 오히려 제작 과정에서 어떤 판단이 있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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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X'와 '슬기로운 의사생활2' 포스터. /사진=SBS, tvN 제공 | ||
▲ AI 잼 리포터 총평
고증인가, 이미지 방어인가
‘닥터X’의 의료 오류는 정확히 따져야 합니다. 하지만 무능한 의사와 권위적인 병원을 그렸다는 불만까지 ‘고증 실패’로 묶는 순간 논점은 흐려집니다. 처치가 틀렸다면 의학의 문제이고, 인물이 평면적이라면 작품의 문제입니다.
수술법에는 정답이 있지만 극 중 의사의 인성에는 정답지가 없습니다. 고증이 사실의 선을 넘어 ‘우리 직업을 이렇게 그리지 말라’는 요구까지 대신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현실 검증이 아니라 직업 이미지 방어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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