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범죄도시' 넘어 글로벌로”…한·대만, 콘텐츠 공동제작 확대
입력 2026-10-23 09:22:46 | 수정 2026-10-23 09:22:46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수 왕 TAICCA 이사장·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인터뷰
기획·개발부터 현지 촬영·리메이크까지 양국 간 시너지 모색
기획·개발부터 현지 촬영·리메이크까지 양국 간 시너지 모색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한국과 대만의 영화·영상 콘텐츠 산업이 단순한 투자와 판권 거래를 넘어 공동 기획·제작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대만문화콘텐츠진흥원(TAICCA)과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범죄도시’ 시리즈 등을 제작한 B.A.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양국의 제작 역량을 결합한 콘텐츠 개발에 나서면서다. 범죄·액션 장르를 비롯해 대만 현지 촬영과 리메이크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수 왕(Sue Wang) TAICCA 이사장과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 12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양측의 협력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두 사람은 이번 협력이 제작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획·개발 단계부터 현지 제작사 매칭, 촬영, 후반 작업, 마케팅까지 이어지는 실질적인 산업 협력 모델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국의 제작 시스템과 대만의 콘텐츠 및 현지 제작 역량을 결합해 양국 시장을 넘어 세계 관객을 겨냥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B.A.엔터테인먼트의 제작 노하우 배우고 싶다”…장르 경쟁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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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콘텐츠진흥원 수 왕(Sue Wang) 이사장./사진=TAICCA 제공 | ||
수 왕 이사장은 B.A.엔터테인먼트의 강점으로 상업적 성과와 장르적 전문성, 제작 역량을 꼽았다. 그는 “‘왕과 사는 남자’, ‘범죄도시’ 같은 작품을 보면 B.A.엔터테인먼트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며 “좋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많은 작품을 어떻게 제작하고 관리하는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TAICCA는 그동안 이매지너스, 미스터로맨스 등 한국 콘텐츠 기업과 협력해 왔다. 각 제작사가 지닌 장르와 역량이 다른 만큼 B.A.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은 액션·범죄 장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수 이사장은 특히 B.A.엔터테인먼트가 다수의 작품을 제작하면서도 상업적 성과를 거둬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별 작품의 성공뿐 아니라 제작 물량과 품질을 함께 관리하는 노하우를 공유받고 싶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 역시 이번 협력의 의미를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으로 바라봤다. 그는 “TAICCA가 영화나 드라마를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TAICCA는 한국 제작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MOU 체결 이전부터 교류를 이어 왔으며, 양측은 이번 협력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기반을 마련했다.
대만 로케이션부터 공동 리메이크까지…기획 단계부터 협력
장 대표는 해외 로케이션을 활용한 작품을 꾸준히 제작해 왔지만, 대만에 대한 정보와 현지 파트너가 부족해 촬영지로 활용하지 못한 경험을 소개했다. 마무리 단계에 있던 한 작품도 당초 엔딩을 대만으로 설정했으나 결국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TAICCA와의 협력을 통해 대만 로케이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기획·개발 단계부터 현지 시장을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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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사진=TAICCA 제공 | ||
양측이 우선 주목하는 분야는 범죄·액션 장르다. 수 이사장은 대만에도 조폭을 소재로 한 ‘가타오’ 등 범죄 시리즈가 있으며, 과거 홍콩의 조폭 영화도 대만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대만 관객 역시 범죄와 액션 장르에 익숙한 만큼 한국 제작사의 강점을 현지 시장과 연결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범죄물, 액션물, 로맨스, 추리물 등 어떤 장르든 결국 핵심은 관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며 현지 문화와 관객 정서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단순히 익숙한 장르를 결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충분히 이해해야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장 대표도 대만을 한국 범죄·액션 영화의 배경으로 활용하는 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악인전’을 대만에서 개봉할 때 감독님과 배우진 모두 대만으로 프로모션을 갔다”며 “TAICCA와의 협력을 통해 기획·개발 초기 단계부터 대만 시장을 겨냥해 함께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을 단순한 해외 촬영지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관객의 취향을 반영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개발하는 단계부터 협력하겠다는 뜻이다.
수 이사장도 “‘범죄도시’와 같은 작품을 대만에서 촬영하게 된다면 관련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제작사와의 연결은 물론 현지 촬영과 제작에 필요한 협력 체계를 마련해 한국 제작사가 대만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정보와 실무상의 장벽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투자 넘어 산업 협력 모델 구축…세계 시장 겨냥
협력 방식은 투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TAICCA는 한국 제작사와 대만 현지 업체를 연결하고,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검토해 제작 전반에 걸친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만 정부 재원으로 조성된 펀드 등을 통한 투자도 가능하다. 다만 대만에서 촬영하거나 현지 배우를 섭외하고, 후반 작업을 대만 업체에 맡기는 등 대만 산업과 연계되는 요소가 많을수록 투자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상 콘텐츠의 공동제작은 기획부터 촬영, 후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작업이다. 수 이사장은 한국과 대만이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 속해 있지만 제작 환경과 문화적 차이도 있는 만큼, 업체 간 강점을 파악하고 적합한 파트너를 연결하는 것이 TAICCA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제와 연계된 마켓 참여뿐 아니라 콘텐츠 개발, 신인 배우 발굴, 홍보·마케팅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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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콘텐츠진흥원 수 왕(Sue Wang) 이사장(왼쪽)과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오른쪽)가 지난 12일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사진=TAICCA 제공 | ||
실제 프로젝트도 논의되고 있다. 장 대표는 개발 중인 후속작 가운데 후반부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펼쳐지는 작품의 대만 촬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작품은 양측이 함께 개발하며 정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또 내년 상반기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리메이크 사업 역시 주요 협력 분야다. 장 대표는 해외에 리메이크 판권만 판매할 경우 원작 제작사가 제작 과정에 관여하기 어렵고 결과물에도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는 데 그치기보다 제가 제작에 참여하는 리메이크 작품을 대만에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원작의 판권 판매를 넘어 현지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한국과 대만 관객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양측은 이번 협력을 일회성 업무협약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국제 공동제작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수 이사장은 “단일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한국 업체들과 손을 잡고 아시아 내 체계적인 협력 모델을 형성하면서 더 큰 국제 시장을 개척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이 함께 만든 장르물이 언어와 문화를 넘어 세계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다는 기대도 나타냈다.
장 대표는 지속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TAICCA 내에 한국 전담 부서가 마련돼 담당자와 상시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면 협력이 한층 원활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의 제작 시스템과 장르 콘텐츠 경쟁력, 대만의 현지 네트워크와 지원 역량을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향후 공동제작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