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우려 해소에 주가 상승…반도체 투심 회복 기대
美 생산시설 투자재원 확보 과제…AI 데이터센터용 SSD 경쟁력 변수
[미디어펜=홍샛별 기자]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하면서 향후 반도체 사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는 덜어냈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생산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는 과제로 남았다.

   
▲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검토를 전격 중단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와 미국 증시 상장 검토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8월 초 상장 추진 가능성이 알려진 지 약 두 달 반 만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상장 중단 소식에 SK하이닉스 주가는 약세장에서도 상승했다. 이날 오전 10시 7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0.49% 오른 122만90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코스피가 1.57% 하락하고 삼성전자가 1.98% 내린 것과 대비된다. SK하이닉스의 주요 주주인 SK스퀘어도 2.40% 상승했다.

주가 상승 배경에는 중복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미국 기업으로, SK하이닉스가 중간지주사인 AI컴퍼니를 통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솔리다임이 별도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도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으로 판단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규제 강화가 직접적인 중단 배경은 아니며 시장 여건과 주주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낮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솔리다임 미국 상장 철회 소식은 SK하이닉스의 중복상장 관련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재료"라며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수용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중복상장에 따른 할인과 지분 희석에 대한 경계감은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IPO 검토 중단 공시는 반도체에 대한 투자심리 호전에 기여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주주가치 측면의 긍정적인 평가와 별개로 반도체 사업에서는 투자재원 확보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솔리다임은 AI 데이터센터용 eSSD 사업 확대를 위해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를 검토해 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생산능력 확충은 향후 사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당초 IPO는 신규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프리IPO와 IPO 검토가 중단되면서 SK하이닉스는 직접투자 등 다른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메모리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솔리다임의 신규 설비투자까지 자체 자금으로 부담할 경우 투자 여력과 자본 배분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자금조달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낸드 시장의 경쟁 구도와도 연결된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에서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고객사의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능력이 중요하다. 솔리다임의 투자 시기와 규모에 따라 향후 공급 확대 속도와 사업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IPO 검토 중단이 곧바로 설비투자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필요성에 대한 판단에는 변화가 없다며 향후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현경 연구원은 "외부자본 조달 기회가 줄어들고 향후 투자자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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