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주식으로 신용융자 수요가 지나치게 쏠리자 관련 신용거래의 문턱을 잇달아 높이고 있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금융당국과 업계의 리스크 관리 방침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증권가 전반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빚내서 투자하는 관행(빚투)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다.

   
▲ 국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주식으로 신용융자 수요가 지나치게 쏠리자 관련 신용거래의 문턱을 잇달아 높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선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총량 및 종목별 집중도 관리를 본격화하며 개인 신용 한도를 대폭 축소하거나 신규 매수를 아예 차단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우선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26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융자 한도를 기존 2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는 종전 한도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회사 측은 두 종목의 신용융자 잔고 비중이 관리 기준을 계속해서 넘어설 경우 신규 신용매수 제한 등 추가적인 고강도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예고했다.

대형 증권사들의 이 같은 신용거래 제한 움직임은 이미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하나증권은 이달 초 두 종목을 신용융자 불가 종목으로 지정해 신규 매매를 막았고, 메리츠증권도 지난 19일부터 신규 신용매수를 제한하며 융자 비중이 안정권으로 내려갈 때까지 해당 조치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들 핵심 종목이 포함된 종목군의 신용융자와 증권담보융자 한도를 종전 3억원에서 2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KB증권도 삼성전자의 신용융자 한도를 20억원에서 15억원으로 줄인 상태다.

삼성증권은 보증금과 담보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지난 19일부터 삼성전자의 신용보증금률을 기존 45%에서 50%로 끌어올렸고, 담보유지비율 역시 140%에서 150%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동일한 금액을 신용으로 매수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많은 자기자금을 동원해야 하며 주가가 하락할 경우 추가담보를 납부해야 하는 기준에도 훨씬 빠르게 직면하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달 9일 신규 체결분부터 신용융자 기본 보증금률을 45%에서 50%로 높이고, 기본 만기는 기존 180일에서 9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특히 특정 종목의 신용융자 잔고가 회사 전체 신용융자 잔고의 15%를 넘거나 초과할 우려가 있을 경우 보증금률을 50%보다 더 높게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약관도 정비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일제히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결정적 배경에는 금융투자협회와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마련한 '신용융자 자율관리 강화방안'이 자리 잡고 있다.

10개 종투사는 지난 1일부터 신용융자를 포함한 전체 신용공여 잔액을 자기자본의 90% 이내에서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이는 법정 허용 한도인 자기자본 100%보다 10%포인트 낮은 엄격한 수치다. 나아가 지난 19일부터는 '종목별 집중도 관리' 제도가 도입됐다. 개별 종목의 신용융자 잔액이 해당 증권사의 전체 신용융자 잔고에서 15%를 초과할 경우 개인별 한도를 낮추거나 보증금률을 높이는 등의 자체적인 시정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에서 신용융자가 가장 과도하게 몰린 종목으로 손꼽힌다. 나이스(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증시 전체 신용융자 잔액 약 33조4000억원 가운데 반도체 업종의 신용융자 규모는 약 10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만 무려 9조2000억원이 집중되어 있어 전체 신용융자 잔액의 4분의 1을 웃돌았다.

금융투자협회는 향후 시장 동향과 이번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지속해서 점검할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종목별 집중도 관리 기준을 현재의 15%에서 1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도 연내에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용융자 최저 보증금률을 일괄적으로 50%로 상향하는 조치 역시 연내 시행을 목표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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