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유죄에 항소심 무죄...오세훈 "서울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재판부 "핵심쟁점 유일한 직접 증거인 명태균 씨 진술 일관되지 않아"
걸림돌인 사법 리스크 덜어내...보수 대권 주자 입지 더 탄탄해질 전망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이 걸린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의 벌금 1000만원형이 뒤집힌 것이다. 오 시장이 극적으로 생존하면서 향후 보수 진영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도 한층 더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구회근)는 23일 오후 열린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핵심 쟁점에 대한 유일한 직접 증거는 명태균 씨의 진술인데, 진술이 전반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정황과 배치되는 부분도 다수 있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나머지 증거의 단편적인 사실 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짚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10.23./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검사의 입증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경우,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아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결국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1심의 유죄 판단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인 김 씨에게 비용을 대신 지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공소사실에 포함된 여론조사 10건 중 5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2100만원 추징을 명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오 시장은 이날 무죄 선고 후 법원을 나서며 "정말 조심스럽게 공직생활해야 하는데 이렇게 검찰의, 법원의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서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했다"며 "앞으로는 완벽하게 처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어 "한참 재판 중에 선거를 치렀는데 그래도 오세훈의 결백을 믿어주시고 오세훈이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를 해주신 서울시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재판 기간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준 국민들에게도 감사를 전하며 울먹였다. 그는 "끝까지 신뢰를 철회하지 않으시고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이 계셨다"며 "그분들 덕분에 버티면서 일하면서 재판받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아직 대법원 선고가 남았지만, 오 시장이 자신을 옥죄던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내면서 국민의힘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도 한층 더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또 다른 대권 주자로 주목 받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의 주도권 경쟁 등 보수 진영 내의 권력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던 도중 울먹이고 있다.2026.10.23./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오 시장은 서울시장 역전, 2심 무죄 등 스토리를 만들었다"며 "강력한 보수 진영의 대권주자가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국회의원도 해보고 행정 경험도 있고, 또 외연확장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내에)'오세훈계'라는 계파가 생겨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로 오 시장은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까지 난 게 아니라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부상이 한동훈 의원 등 보수 진영 내 권력 지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한 의원 입장에서는 오 시장의 무죄로 장동혁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의 구심점이 살아났다는 점이 좋은 점"이라며 "나쁜 건 경쟁자가 살아 돌아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년이나 남아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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