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째 취반·무균 밀봉…생산공정 자동화 구축
원료 관리부터 당일 도정까지 밥맛 유지 집중
30년 제조기술 축적…잡곡·솥반·영양설계 확대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이 취반 설비에서는 한 번에 햇반 4200개를 지을 수 있습니다. 밥을 지은 후에 용기에 담는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 실제로는 쌀과 물을 용기에 바로 담아 그대로 밥을 짓습니다.”

지난 21일 오전 충북 진천군 CJ블로썸캠퍼스 햇반 생산라인, 김동준 CJ제일제당 햇반 생산팀장은 대형 밥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취반 설비를 소개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 CJ제일제당 진천블로썸캠퍼스 전경./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이날 햇반 출시 30주년을 맞아 생산공정과 제조기술을 공개했다. 1996년 국내 최초의 무균포장밥으로 출시된 햇반은 원료 관리부터 도정·살균·취반·밀봉까지 각 공정에서 밥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생산라인 견학로는 실제 햇반 작업 공정을 따라가는 구조로 구성됐다. 입구에서 작업자들이 공장에 들어가기 전 사용하는 '에어샤워'를 경험하고 나면, 도정된 쌀이 포장된 제품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눈 앞에 펼쳐졌다. 

자동으로 공급된 햇반 용기는 이물질 제거 장치를 지나 쌀 투입구로 이동한다. 세척하고 불린 쌀은 배관을 통해 공급돼 용기마다 일정량씩 채워졌다. 이후 가압살균과 물 주입, 취반·밀봉, 뜸들이기·냉각 공정이 차례로 이어졌다.

   
▲ 햇반 용기에 도정을 거친 쌀과 정제수가 충진되는 모습./사진=CJ제일제당 제공

특히 용기에 담긴 쌀은 고온 증기를 이용해 철저히 살균된다. 밀폐된 설비 내부에서 증기를 공급하는 과정을 8차례 반복하는 방식이다. 이후 물을 주입한 용기는 취반 설비에서 약 30분간 밥을 짓는다. 취반을 마친 햇반은 밀봉한 뒤 용기를 뒤집은 상태로 약 15분간 '뜸'까지 들인다. 용기 안의 열과 수분을 고르게 퍼뜨리기 위해서다.

이후 약 15분간 냉각을 거친 제품은 중량·금속·이물·외관 검사 등을 통과해야 한다. 김 팀장은 미생물 검사 결과까지 확인한 뒤에야 제품을 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를 거친 완제품들은 로봇팔이 상자에 담아 포장하고, 상자 단위로 포장된 제품은 팔레트에 적재돼 자동 이송설비를 통해 창고로 옮겨졌다. 

눈에 띄는 것은 생산공정 전반에서 작업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생산라인 내 대부분의 설비는 자동으로 가동되고 있었고,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부 필수 공정에만 작업자가 배치된 모습이었다.

◆ 저온 보관부터 당일 도정까지…밥맛은 쌀 관리에서 시작

   
▲ 생산된 햇반이 포장 등 불량 검사를 거치고 있다./사진=CJ제일제당 제공


햇반의 원료 관리는 수확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CJ제일제당은 전국 산지의 쌀 상태를 점검하고 수확한 벼의 건조·보관 과정도 관리한다. 수확 직후 수분이 많은 벼를 급격하게 건조하면 쌀 내부에 균열이 생기고, 이러한 쌀로 밥을 지으면 밥알이 깨지거나 쉽게 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은 수확 직후 건조와 저온 보관이 연중 일정한 밥맛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보관 중 쌀의 수분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취반 과정에서 균열이 발생해 밥의 식감과 외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진천공장에서는 쌀을 약 15℃에서 저온 보관한다. 쌀의 수분 변화를 줄이고 지방 산화를 억제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자체 도정시설도 차별화 요소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즉석밥 생산 업체 중 유일하게 현미 상태로 입고한 쌀을 공장 안에서 도정해 당일 밥을 짓는다. 

오 수석연구원은 당일 도정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현미의 미강층이 제거된 순간부터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해 주던 막이 사라진다”며 “도정 이후부터 수분 감소와 지방 산화가 진행되며 신선도가 점점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자체 도정시설을 활용해 품종과 산지, 입고 당시의 수분 상태에 따라 도정 조건도 조절하고 있다. 같은 품종이라도 날씨와 보관 상태에 따라 쌀의 특성이 달라지는 만큼, 그날 입고된 쌀에 맞는 최적의 조건으로 도정해 맛품질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 살균 후 밀봉하는 무균공정…잡곡·솥반까지 기술 확대

   
▲ 포장을 마친 햇반이 자동 설비를 통해 창고로 이동하고 있다./사진=CJ제일제당 제공


햇반이 별도의 방부제 없이도 실온 보관이 가능한 것은 무균화 제조기술 덕분이다. 일반적인 레토르트 식품이 포장을 밀봉한 뒤 열처리하는 것과 달리, 햇반은 용기에 담긴 쌀을 먼저 살균하고 청정환경에서 밀봉한다. 이를 통해 살균 과정이 밥맛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밀봉 구역은 반도체 설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청결이 관리되고 있었다. 고성능 공기정화 필터인 헤파(HEPA) 필터를 활용해 공기 중 입자와 먼지를 완전히 차단한다. 용기 역시 내열성이 높은 폴리프로필렌 소재와 산소 차단층을 적용해 외부 공기 유입을 막는다. 이러한 제조·포장기술을 통해 방부제 없이도 약 9개월간 실온 보관이 가능하다.

CJ제일제당은 1996년 도입한 무균포장밥 제조공정을 지속적으로 개량하면서 다양한 쌀과 곡물을 조리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해 왔다. 잡곡밥에는 곡물별 특성에 맞춰 불리기·찌기·볶기·분쇄 등을 조합하는 전처리 기술을 적용한다. 단단한 정도와 익는 속도가 서로 다른 곡물을 한 공기 안에서 고르게 익히기 위해서다.

햇반솥반에는 진공가압살균 기술을 적용했다. 용기 안의 공기를 먼저 제거한 뒤 고온 증기를 공급해 열이 고르게 전달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크기의 부재료와 풍미를 내는 밥물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제조공정을 넓혔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출원분을 포함해 햇반 관련 특허·출원 실적 267건을 축적했다. 최근에는 단백질·식이섬유를 강화하는 영양설계와 식물성 원료를 쌀알 형태로 가공하는 성형쌀 기술까지 연구개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은 "백미와 잡곡밥, 솥반을 넘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쌀 요리를 햇반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조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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