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 규제합리화위원회서 '반도체 투자 신속 이행 방안' 발표
입지·인허가 패스트트랙…산단 조성부터 팹 가동 기간 대폭 단축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국내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의 발목을 잡던 규제와 행정 절차를 대대적으로 수술한다. 입지 조성과 인허가 순차 진행에 따른 대기 시간을 줄이고, 연구개발(R&D)과 실증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확보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 산업통상부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메가프로젝트 반도체 투자 신속 이행을 위한 규제 합리화방안'을 발표했다./사진=산업부


산업통상부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메가프로젝트 반도체 투자 신속 이행을 위한 규제 합리화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승패가 기술력을 넘어 초격차 생산과 신속한 시장 진입을 결정짓는 속도전으로 전환되고 있다. 반도체 팹은 건설부터 전력·용수 등 모든 인프라가 규제와 연결돼 있으며, 이러한 인프라가 동시에 준비돼야지만 비로소 팹 가동이 가능하다. 일부 절차에서 지연이 발생할 경우, 팹 전체 착공·가동 일정 지연으로 확산돼 기업의 투자 일정과 시장 선점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그동안 반도체 팹 하나를 짓고 가동하기까지 산업단지 지정부터 용지 보상, 인허가, 환경·안전 승인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고도 실제 착공 및 가동까지 수년씩 대기하는 병목 현상이 끊임 없이 발생해 왔다.

이에 정부는 우선 산업입지법과 초광역특구법을 개정해 인허가·보상·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을 추진한다. 반도체클러스터가 초광역특구로 지정될 경우 관련 인허가를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통합한다.

또한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95%가 보세공장에서 이뤄지는 현장 특성을 반영해 통관·운영 절차도 대폭 개선한다. 개별 팹 단위로 받던 보세 특허를 산업단지 전체 단위로 확대해 물품 이동 부담을 해소하는 종합보세구역 지정 확대를 추진한다. 팹 건설에 사용되는 분석·측정용 외국산 장비에 대해서도 세금 납부를 유예해 초기 자금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유해화학물질 취급 시 고용노동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원화됐던 승인·신고 절차를 하나로 통합하고, 고압가스 안전 기준도 반도체 공정에 맞게 특례를 적용한다.

또한 초광역특구 내 반도체 핵심 R&D 인력에 대해 근로시간 특례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연한 근무 환경을 통해 핵심 연구진이 개발 골든타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되, 노동계·경영계와 협의해 적절한 보상과 건강권 보호 장치를 병행할 방침이다.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실증 기회 확대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됐다. 비영리 반도체 테스트베드 법인이 기업으로부터 장비를 무상 제공받을 때 부과되던 증여세 특례를 신설하고, 우수 보세공장의 R&D 시제품 반출입 절차를 자율 관리형으로 간소화해 신제품 출시 주기를 대폭 단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러한 규제 합리화 방안이 현장에서 지체 없이 이행되도록 '시간의 효율화'를 위한 총력 지원 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대통령 주재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활용하고, 최근 출범한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을 통해 기업들의 현장 애로를 밀착 전담한다. 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부처 간, 중앙-지방정부 간 이견을 신속하게 조정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경쟁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이번 반도체 규제 합리화 방안은 단순히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기다리는 시간은 줄이고 연구와 실증에 필요한 시간은 확보하며, 정부가 기업 투자일정에 맞춰 움직여 시간을 효율화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과 근로자의 권리는 지키면서도 현장에 맞지 않는 절차는 과감히 개선하고, 관계부처와 함께 반도체 기업이 투자와 연구개발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지원해 메가프로젝트가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