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는 미국 제조업 재건 돕는 ‘역마셜플랜’… 관세로도 미·중 못 갈라놔”
입력 2026-10-27 10:00:00 | 수정 2026-10-27 10:00:00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한경협-PIIE 공동 국제 컨퍼런스 개최… ‘분열의 시대’ 속 성장 전략 모색
미국 재정적자·AI 투자로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 “반도체 편중 탈피해야”
미국 재정적자·AI 투자로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 “반도체 편중 탈피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한국 등 주요 교역국이 단행한 대규모 대미 투자는 파트너국들이 미국 제조업 재건 비용을 대는 일종의 ‘역마셜플랜’이라는 미국 유력 싱크탱크의 분석이 나왔다. 또한 미국의 고율 관세 장벽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교역은 제3국을 우회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제시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와 공동으로 ‘2026 FKI-PIIE 공동 국제 컨퍼런스’를 열고 ‘분열의 시대, 새로운 성장 전략: 무역, 산업, 일자리의 미래’를 주제로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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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와 공동으로 ‘2026 FKI-PIIE 공동 국제 컨퍼런스’를 열고 ‘분열의 시대, 새로운 성장 전략: 무역, 산업, 일자리의 미래’를 주제로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논의했다. /사진=미디어펜 | ||
◆ “대미 투자는 역마셜플랜”… 관세 장벽은 ‘우회 교역’ 양산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미국의 통상 정책이 의도와는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마커스 놀랜드 PIIE 부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협상을 지렛대로 한국·일본 등 9개 경제권에서 끌어낸 약 6조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역마셜플랜(Marshall Plan in reverse)’으로 규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서유럽 부흥을 위해 자금을 댄 것과 반대로, 교역국들이 미국의 제조업 재건 비용을 떠안는 구도라는 설명이다.
놀랜드 부소장은 “거액을 미국으로 보내는 국가는 투자 부담뿐 아니라 통화가치 하락으로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충격을 받는다”며 “일본·한국·대만의 성장률은 둔화하고, 미국은 성장이 빨라지겠지만 달러 강세로 무역적자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은 투자 이행 기간이 10년으로 일본(4년)보다 길어 상대적 충격은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리 러블리 PIIE 선임연구위원은 관세 장벽이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수입 중 중국 직접 수입 비중은 2017년 22%에서 2025년 9%로 급감했지만, 멕시코·베트남 등 연결국(connector)을 거친 중국산 부가가치 유입은 16%에서 25%로 확대됐다. 무역 규제가 교역의 단절이 아닌 ‘경로 우회’를 낳은 셈이다.
◆ “싸게 빌려 비싸게 갚는 시대”… 반도체 의존도 높은 한국 직격탄 우려
거시경제 세션에서는 미국발 관세와 재정 부담이 글로벌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면서 반도체 단일 품목에 기댄 한국경제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재우 한국경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싸게 조달하고 비싸게 차환하다(Financed Cheap, Refinanced Dear)’ 발표에서 “저금리 시기에 조달된 국가·가계부채와 AI 설비투자가 고금리 환경에서 만기를 맞아 차환되는 과정이 세계경제의 핵심 뇌관”이라며 “장기금리의 독자적 상승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 경제에 대해 “반도체를 제외한 성장률은 전체 수치에 크게 못 미치며, 경기 확장이 전 산업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며 “재정과 가계, 증시가 모두 반도체 사이클에 편중된 만큼 장기금리와 환율, 반도체 가격의 복합 변동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킴벌리 클로징 PIIE 객원연구위원 역시 “미국의 재정적자와 AI 투자가 세계 금리를 끌어올려 타국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관세 부담이 대미 수출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 미국 첨단 모델 vs 중국 오픈웨이트… 한국, ‘스몰 AI’와 ‘피지컬 AI’로 돌파해야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으로는 특정 진영에 매몰되지 않는 유연성과 ‘스몰(small) AI’ 집중 전략이 거론됐다.
기조연설을 맡은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신흥국과 개도국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보다 농업·보건·교육 현장에 맞춤화된 저비용·단순 구조의 ‘스몰 AI’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틴 초르젬파 PIIE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개방형(open-weight)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AI 지형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며 “한국은 컴퓨팅 인프라와 인재를 확충해 미·중 모델을 전략적으로 취사선택하고, 뛰어난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산업 데이터를 미국의 첨단 모델과 결합해 피지컬 AI(로봇·제조 AI) 분야에서 초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PIIE 객원연구위원)는 좌담에서 “저출생·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급락하는 한국은 AI를 통한 노동 생산성 제고가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할 과감한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분열과 갈등을 넘어설 힘은 결국 성장에서 나온다”며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진취적인 정부 정책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과거의 통상 문법이 통하지 않는 대전환기인 만큼, 민·관이 힘을 합쳐 글로벌 파트너십을 다지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