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AIDC 전력수요 4개월 새 7.9GW 늘더니 축소 보도도
사업실현 가능성 검증·NDC 충돌도 도마…기후부 “확정된 사업 많지 않아”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전력 수요를 놓고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 필요량을 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40년 AIDC 최대 전력 수요 전망치가 4개월 만에 4.0GW에서 11.9GW로 급증한 가운데, 정부가 수요 전망을 다시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전력수급 계획의 신뢰성과 데이터센터 사업 검증 체계가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 김성환 기후부 장관니 2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기후부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자료=국회방송 화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기후부 종합국정감사에서 AIDC 전력 수요 전망과 관련해 “막연한 수요를 12차 전기본에 다 넣기는 어렵고, 기업이 가지는 계획과 현실적인 수요를 감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과대 추계하거나 과소 추계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앞서 제시한 AIDC 전력 수요 전망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실제 사업 추진 상황과 투자계획의 구체성을 고려해 재산정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김 장관은 이날 구체적인 조정 규모나 최종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짧은 기간에 크게 달라진 AIDC 전력 수요 전망이다.

12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 수요전망소위는 지난 4월 2040년 AIDC 최대 전력 수요를 4.0GW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인 8월에는 전망치를 11.9GW로 높였다. 불과 4개월 만에 7.9GW가 늘어난 것으로, 대형 원전 약 5.6기의 설비용량에 해당한다.

당시 소위는 현시점에 계획이 구체화한 수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업 추진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됐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기후부가 최근 전망치 중 3~4GW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정부의 수요 예측 기준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AIDC 수요를 기존 전망보다 3~4GW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정부의 AI 산업 육성 기조와 전력수요 전망 조정 사이의 관계를 따져 물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할 때 기업들의 수요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는데, 막상 진행하다 보니 아직 수요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이 가지는 계획과 현실적인 수요를 감안해 12차 전기본에 AIDC 필요량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11.9GW가 확정된 사업 수요를 의미하는지, 향후 추진 가능성이 있는 사업까지 포함한 전망치인지, 최종 계획에서 어떤 기준으로 조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과기부 판단에 의존해서야”…사업 실현 가능성 정확한 검증 요구

전력 수요 전망을 담당하는 기후부가 다른 부처에서 제출한 사업 수요를 어느 수준까지 검증해야 하는지도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기노위 위원장은 12차 전기본 수립 시기를 질의하는 과정에서 AIDC 수요 전망과 관련해 기후부의 책임과 검증 절차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김 의원은 AIDC 사업의 투자확약과 전력사용계약, 인허가 등 실현 가능성을 검증했는지에 대한 서면질의에서 기후부가 “실현 가능성은 과기부가 판단했고, 기후부는 과기부의 요청에 따라 수요 전망에 반영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AI 산업에 대한 육성·지원은 과기부 소관이지만 전력 수요 전망이나 발전설비, 송배전망 계획 수립은 기후부 소관 아니냐”며 “과기부 수요에 의존하거나 검증 여부까지 의존해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전력 수요 전망과 전력망 계획 수립이 기후부 소관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사업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김 의원은 특히 국가가 전력과 용수, 부지까지 제공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의 위험을 지적했다. 해외 빅테크 기업의 사업 여건이나 투자 판단이 바뀌면 국내 사업자가 데이터센터 운영보다 부동산 임대에 의존하는 구조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제기다.

김 의원은 장기 전력수급 계획에 불확실한 사업 수요가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고, 12차 전기본 수립 전에 사업별 실현 가능성을 정밀하게 검증할 것을 주문했다.

기후부 “12차 전기본 연말~내년 초 보고” 전망…공론화가 변수

전기본 수립 일정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호 의원이 12차 전기본의 국회 보고 시점을 묻자, 기후부는 신규 원전 관련 공론화에 약 3개월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설명했다. 학습과 사전 절차 등을 거쳐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12월 초·중순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내용을 반영한 계획은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초께 국회에 보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의원은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이 확정돼야 발전설비와 송전망 등 후속 계획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앞서 제시된 AIDC 수요 전망과 관련해 1단계 8.4GW에서 추가 수요를 반영하는 것인지, 2035년까지 18.4GW를 구축한다는 기존 계획에서 일부를 줄이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후부는 해당 수요를 정밀하게 재산정한 뒤 별도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이종배 의원의 질의에도 12차 전기본은 현 정부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인 만큼 국민 의견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1차 전기본이 2025년 2월 확정된 만큼 공론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계획 수립 일정이 특별히 더 늦춰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전력수요 전망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전설비와 송전망 투자계획을 어떤 기준으로 구체화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AI 전력수요 증가와 NDC 충돌 우려…재생에너지·원전 병행 강조

AIDC 수요 전망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가능성과도 맞물려 있다. AI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경우 이를 충당하기 위한 발전설비 확충이 불가피하지만, 전원 구성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대규모 전력 수요와 NDC 목표가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화석연료 감축과 AI 혁명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전력을 석탄발전으로 충당할 수는 없는 만큼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함께 확대해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섞어서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커버해야 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이자 대한민국의 운명”이라며 전력 전환과 AI 시대 대응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AIDC 전용 전기요금제와 계통 운영 기준 마련도 향후 과제로 제시됐다. 김 장관은 전용요금제를 도입하더라도 데이터센터 때문에 다른 전력 소비자의 요금이 인상되는 일이 없도록 설계하겠다고 답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특성을 반영한 그리드 코드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왕진 의원이 제기한 대규모 AIDC 사업자의 신규 재생에너지 조달 의무화와 전력망 확충 비용의 원인자 부담 문제 역시 전력수요 전망과 함께 검토할 사안으로 거론됐다.

정부가 12차 전기본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수요 전망의 산정 근거와 사업별 검증 기준, 전력망 비용 분담 및 재생에너지 조달 원칙을 얼마나 구체화할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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