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뚫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암초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26-10-27 15:08:49 | 수정 2026-10-27 15:38:36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수년간 발목 잡았던 분식·지배구조 멍에 벗자 이번엔 ‘노조 리스크’
신뢰 생명 바이오… 노조 무리한 쟁의, 핵심 산업 갉아먹는 자해 행위
신뢰 생명 바이오… 노조 무리한 쟁의, 핵심 산업 갉아먹는 자해 행위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초격차’를 벌리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 터친 노조 리스크가 기업의 성장 동력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사법 리스크를 기술력으로 극복하며 새 역사를 쓰려는 찰나에 노조의 비현실적인 보상 요구와 파업 강행이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걸어온 길은 외부 리스크와의 사투였다. 지난 수년간 정치권과 사법당국은 삼바의 기업가치 평가와 지배구조를 경영권 승계 프레임과 엮으며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수없이 이어진 압수수색과 재판으로 기업의 경영 시계는 멈춰 섰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창 격차를 벌려야 할 골든타임을 허비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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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제 4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
그러나 법정 공방 끝에 의혹들은 결국 실체 없는 주장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지배구조를 흔들던 외풍이 잠잠해지면서 회사는 기술력과 실행력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글로벌 톱티어 CDMO로 확고히 안착했다.
또 1~3공장의 안정적 풀가동에 이어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24만L)이 자리 잡았고, 5공장(18만L)까지 가세하며 총 78만4000L에 달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생산 규모 면에서는 글로벌 1위이자 전통의 강자인 스위스 론자(Lonza)마저 여유 있게 따돌린 상태다.
여기에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용 생산시설 가동과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차세대 치료 접근법으로의 포트폴리오 확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구축을 통해 수조 원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책임질 '제2의 반도체' 역할을 해내고 있다.
◆ ‘직원당 3억 원·영업익 20%’… 장치산업 본질 망각한 무리한 요구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내건 조건은 산업계의 상식을 뛰어넘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노조는 평균 14%에 달하는 임금 인상과 더불어 직원 1인당 3억 원의 현금 지급, 영업이익의 2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 수순을 밟아왔다.
바이오 CDMO는 번 돈을 끊임없이 공장 증설과 최첨단 정제 설비, 무균 클린룸 구축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태되는 대표적인 '초고도 장치 산업'이다. 단기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떼어내 현금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는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고 기업의 재투자 기반을 흔드는 근시안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쟁의 방식이었다. 노조는 1심인 인천지방법원에서 일부 공정에 대해서만 파업 제한을 받자, 배양과 정제 라인을 파업 수단으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엄격한 연속 공정이라는 것이 업계의 상식이다. 배양과 정제 공정이 한 번이라도 중단되면 탱크 안의 세포가 사멸하고 수천억 원어치의 원료(배치)가 전량 폐기된다. 설비 오염 위험까지 겹치면 생산 재개에만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는 사측의 가처분 항고를 받아들여 신청된 9개 주요 생산 공정 전체에 대해 쟁의행위 금지 결정을 내렸다.
공정 중단이 곧바로 막대한 설비 파괴와 자산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노동조합법상 파업이 금지된 ‘안전보호시설(보안작업)’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회사의 핵심 자산을 볼모로 삼아 파업의 파괴력을 키우려던 노조의 무리수에 사법부가 제동을 건 셈이다.
◆ 12억 원 쟁의기금 걷고 ‘국회행’… 글로벌 신인도 갉아먹는 ‘자해 행위’
그러나 노조는 법원 결정에 승복하는 대신 국회 소통관을 찾아 결정을 규탄하고 대법원 재항고 방침을 밝혔다. 나아가 조합원 투표를 통해 1인당 20만~30만 원씩 걷어 최대 12억 원 규모의 쟁의기금을 조성하기로 가결했다.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을 보전하고 법적 분쟁을 이어가며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CDMO 사업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수주 신뢰도’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한 번 계약을 맺으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블록버스터 신약 생산을 5~10년씩 믿고 맡긴다.
단 하루의 납기 지연이나 품질 결함도 허용되지 않는 시장에서, 노조가 공장 셧다운을 무기 삼아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장기전을 선포하는 모습은 해외 고객사들에게 심각한 ‘코리아 리스크’로 비칠 수밖에 없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정치적 표적 수사와 지배구조 이슈 등 숱한 외부 외풍을 뚫고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톱티어 반열에 오른 보기 드문 성공 사례”라며 “외부의 억지 족쇄가 풀리자마자 이번엔 내부 노조가 비현실적인 특권을 요구하며 공장을 마비시키려는 행태는 국가 핵심 산업의 미래를 스스로 갉아먹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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