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업무 줄이고 콘텐츠 품질 높이고…게임 개발 AI 확산
업무시간 단축이 노동 부담 완화로 이어질까…비용·성과 배분 관건

게임 개발 현장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제작 효율을 높이고 게임 플레이 경험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반복 업무를 줄여 개발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는 AI 캐릭터를 새로운 콘텐츠로 선보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그러나 업무시간 단축이 개발자의 노동 강도 완화로 이어지는지, AI 캐릭터가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할 만큼 매력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다. AI 도입이 실제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두 편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게임 개발 현장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시간 절감이 개발자의 노동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반복 작업을 줄인 시간은 더 많은 시안 제작과 콘텐츠 품질 개선에 투입되는 한편 비공식 노동과 집중근무 기간은 늘어나면서 AI 생산성의 실질적인 효과를 둘러싼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

   
▲ AI가 게임 개발 현장에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가운데 실제 근무 시간은 줄지 않고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사진=AI 이미지 제작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은 기획·아트·프로그래밍·품질검증(QA)·번역 등 개발 전반에 AI를 도입하며 작업 방식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게임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 게임 종사자의 72.0%는 업무에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AI 이용자들이 체감한 업무시간 단축률은 평균 32.4%, 생산성 향상률은 평균 34.8%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시간 관련 지표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2024년 44.4시간에서 2025년 42.9시간으로 줄었지만 회사 밖에서 이뤄지는 비공식 노동시간은 같은 기간 주 5.7시간에서 9.2시간으로 증가했다. 크런치 모드의 평균 지속기간도 7.4일에서 16.2일로 두 배 이상 길어졌다. 크런치 경험률은 34.3%에서 35.5%로 소폭 상승했다.

AI가 개별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전체 업무량과 노동 부담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확보한 시간에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거나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생산성 개선 효과가 나타나면 개발자는 같은 시간 안에 이전보다 많은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 AI가 줄인 시간, 더 많은 시도와 결과물로

게임사들의 활용 사례에서도 AI가 단순히 작업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 과정에서 가능한 시도와 결과물의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 나타난다.

   
▲ 엔씨 ‘아이온2’./사진=엔씨

아이온2 내러티브 디자인팀은 AI를 활용해 일부 대화 장면의 카메라 연출과 NPC 모션, 표정·감정 표현 등을 직접 구현하고 있다. 기존에는 컷신 제작을 위해 콘티 기획부터 결과물 수령과 피드백까지 최소 3~4주가 걸렸지만 AI 도구를 통해 기획자가 일부 연출을 직접 조정할 수 있게 됐다. 부서 간 작업 의뢰와 수정 과정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공용 모션에 의존하던 장면의 표현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넥슨은 생성형 AI를 코드 작성과 리뷰, 품질검증(QA) 자동화, 기획서 번역, 테스트 케이스 작성 등에 활용하고 있다.

게임 리소스 제작에서는 AI를 통해 초기 초안을 만들고 콘셉트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최종 게임에 반영하기보다 IP과 세계관, 아트 방향, 게임 밸런스 등을 고려해 사람이 완성하는 구조다.

이외에도 넷마블은 사내 번역·교정 도구 ‘마블AI’를 운영하며 번역문의 용어와 말투, 금지표현 등을 검증하는 현지화 에이전트 개발에 나섰다.

해당 사례들은 AI가 제작 초기 단계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최종 결과물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검토와 수정 과정은 남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생성 속도가 빨라지면 더 많은 시안을 비교하고 다양한 방향을 시도할 수 있지만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이를 평가하고 완성하는 작업도 중요해진다.

◆ 인프라 투자·재작업 비용…생산성의 기준 달라진다

   
▲ 게임 종사자들의 노동환경 주요 지표 변화./사진=AI 이미지 제작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비용 구조도 달라진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0월 ‘AI 퍼스트’ 기업 전환을 선언하면서 약 1000억 원 규모의 GPU 클러스터 구축계획을 공개했다. 2026년부터 구성원의 AI 도구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약 3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와 개발 효율 개선을 위해서는 컴퓨팅 인프라와 도구 이용료, 데이터 관리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검수하고 수정하는 데 드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워크데이가 올해 9월 전 세계 근로자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I 이용자의 33%는 절약한 시간의 절반 이상을 결과물 수정과 재작업에 사용한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가 게임업계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생성 속도 향상이 최종 결과물의 생산성 개선으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 콘진원 조사에서 게임 종사자의 52.2%는 업계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요인으로 고용 불안정을 꼽았다. AI 도입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인력 수요와 직무 범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이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결과물 검수와 수정, 저작권 관련 판단처럼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업무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작업시간 단축률만으로 AI 도입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현재 게임 AI의 생산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얼마나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느냐에서 얼마나 적은 총비용으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고 확보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로 넓어지고 있다.

절약된 시간이 콘텐츠 확대와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업무량 증가와 재작업 부담으로 흡수된다면 개발자의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면 반복 작업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개발자가 기획과 창작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다”며 “실제 생산성 향상은 작업 속도뿐 아니라 결과물의 품질과 검수 비용, 개발 과정 전반의 효율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