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다 끝났는데" 뒷북 과징금 공정위…기술 몰이해에 '역차별' 논란까지
입력 2026-10-27 15:05:19 | 수정 2026-10-27 15:05:19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4년 전 사안에 과징금 200억 철퇴… 글로벌선 보편화된 '발열 제어', '성능 저하'로 단정
자체 실증 없이 유튜브 영상 증거 채택… "국내 기업에만 광고 족쇄, 시장 왜곡 우려"
자체 실증 없이 유튜브 영상 증거 채택… "국내 기업에만 광고 족쇄, 시장 왜곡 우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4년 전 불거진 삼성전자 갤럭시의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논란을 두고 200억 원대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사법적 판단과 시장 정리가 모두 끝난 사안에 칼을 뺀 뒷북 제재이자, 모바일 기기의 기술적 특성을 무시한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대리인인 법무법인(유) 지평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정식 소송을 통한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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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시 정부 청사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 소송 종결·신고 취하 났는데… 4년 만에 나온 '지각 처분'
이번 제재에서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타이밍'이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개별 최적화 설정은 이미 2022년 3월 삼성전자가 소비자 피드백을 수용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단행하면서 폐기된 과거의 방식이다.
그 사이 한국·미국·이스라엘 등 3개국에서 진행되던 8건의 집단소송은 지난 9월 모두 종결됐다. 어느 재판부도 해당 광고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지 않은 데다, 소송에 참여했던 소비자 1690명마저 GOS의 기술적 필요성을 납득하며 공정위 신고를 자진 취하했다.
분쟁 당사자 간의 법적 공방과 사회적 갈등이 사실상 일단락된 시점에 공정위가 4년 전 사안을 끄집어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셈이다.
◆ '순간 클럭'에 매몰된 공정위… '지속 성능' 원리 간과
공정위는 GOS가 칩셋(AP)의 최대 동작 속도를 제한했다는 점을 들어 '이례적인 성능 저하'이자 '기만 광고'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냉각팬이 없는 모바일 기기의 하드웨어적 한계를 간과한 단순 논리라는 지적이다.
스마트폰은 열을 식힐 팬이 없어 과열되면 기기 보호를 위해 작동을 멈추거나 급격히 성능을 떨어뜨리는 스로틀링(Throttling)이 발생한다. 따라서 고사양 게임 구동 시 순간적인 발열 폭증을 막기 위해 칩셋 자원을 사전에 조율하는 '선제적·지속 성능 관리'는 2015년 이후 학계와 산업계 전반에 정립된 보편적 설계 원리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게임 성능 역시 단순 클럭 수치가 아닌, 화면이 끊기지 않는 '초당 프레임(FPS)의 안정성'과 '표면 온도'로 결정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통제 실험 결과, 클럭 상한을 둔 기기가 상한이 없는 기기보다 장시간 구동 시 평균 FPS가 더 높고 발열은 낮게 유지됐다. 공정위가 시스템 내부 변수인 클럭 하나만 떼어내 전체 기기 성능을 왜곡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자체 실증 실험 '전무'… 통제 안 된 유튜브 영상이 증거?
조사 과정의 과학적 엄밀성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위 심사관은 타 제조사의 유사 기능 조사나 자체 실증 테스트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성능 저하의 핵심 근거로 제출한 것은 온도·배터리·시간 등이 통제되지 않은 일부 유튜버의 테스트 영상과 추정에 기반한 게임사 답변이었다. 심지어 해당 영상 중에는 GOS 클럭 상한이 적용되지도 않은 게임을 두고 "GOS 때문에 버벅인다"고 주장한 자료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심인 자료의 '입맛대로 선별'도 논란거리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제출한 다수의 통제 실험 중 가장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1건만을 골라냈다. 그마저도 게임 특성상 프레임이 비정상적으로 낮게 측정되는 '초반 로딩 구간'까지 데이터에 포함해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로딩 구간을 제외하고 실제 플레이 구간만 비교하면 클럭 상한을 적용한 쪽의 성능이 더 우수하거나 동등했다.
◆ 글로벌 경쟁사엔 없는 규제… 국내 기업만 '역차별' 족쇄
이번 처분은 글로벌 시장의 경쟁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고사양 게임 구동 시 칩셋 성능을 선제 조율하는 '지속 성능 모드'는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통상적 기술이며, 모바일 OS(운영체제) 차원에서도 공식 참조 구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경쟁당국도 이를 문제 삼아 조사하거나 처벌한 전례가 없으며, 광고에 상세 작동 방식을 일일이 표기하는 제조사도 없다.
결국 공정위의 이번 시정명령으로 삼성전자만 향후 광고에서 최적화 알고리즘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알리거나 게임 성능 홍보를 축소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아무 제약 없이 '최고의 게이밍 성능'을 홍보하는 사이, 국내 기업에만 불합리한 족쇄가 채워져 '역차별'이 발생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당국이 엔지니어링 영역인 발열 관리 기술의 당부를 법적으로 재단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어떤 안전 설계가 문제 될지 몰라 신기술 도입을 주저하게 된다"며 "결국 그 피해는 기기 과열과 화상 위험 등에 노출될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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