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 창간 15주년 특별기획②] 삼성은 설계시간 절반, LG는 1조원 수주…AI가 바꾸는 한국 제조업
입력 2026-10-28 15:10:51 | 수정 2026-10-28 15:26:34
문수호 부장 | msh14@mediapen.com
삼성전자, AI로 반도체 설계 효율 높여…LG전자 스마트팩토리 사업 확대
현대차,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준비…제조업 경쟁력 판도 바뀐다
현대차,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준비…제조업 경쟁력 판도 바뀐다
미디어펜은 2026년 연중기획 ‘AI와 시장경제 2.0,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다’를 통해 AI혁명이 가져오는 산업과 시장의 변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왔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글로벌 산업질서의 재편 속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시장경제는 어떤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고 있는지 살펴봤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미디어펜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실제 산업 현장과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되짚어보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해외 주요국의 정책과 기업 사례, 국제기구의 분석과 통계를 바탕으로 2026년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시장경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 한 해의 변화와 성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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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문수호 기자]인공지능(AI)이 한국 제조업의 경쟁구도를 바꾸고 있다. 한국 제조업은 경쟁국인 중국에 비해 고원가 구조와 숙련 인력 감소 및 ESG 규제 강화 등 복합적 압력을 받고 있다. 또 미·중 패권 다툼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됨에 따라 전통 제조업의 수요 감소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구조적 전환의 갈림길에서 AI는 단순한 신기술을 넘어 제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삼일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제조의 패러다임은 개별 공장의 자동화에서 산업 생태계 연골, 국가 간 데이터 협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정의하는 제조 AI는 더 이상 '파일럿 기술‘이 아닌, 제조 운영 전반을 재설계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대기업은 축적된 통합 시스템을 기반으로 AI를 도입하고 시범하는 단계를 넘어 활용과 이익을 창출해 내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AI를 활용해 반도체 설계시간을 줄이고, LG전자는 자체 공장에서 축적한 제조기술을 외부에 판매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동차 생산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활용이 단순한 공정 자동화를 넘어 제품 개발과 생산, 신규 사업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기업별 성과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설계 효율 개선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공개했고, LG전자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에서 누적 수주 1조 원을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은 상용화를 위한 학습·검증 단계다.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보다 생산비용을 얼마나 줄이고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느냐가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 반도체 설계시간 50% 단축…공정 혁신 확대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 AI 기반 반도체 설계·제조 혁신 성과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AI 기반 설계 최적화를 통해 특정 반도체 설계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약 50% 단축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회로의 성능과 전력소비, 면적 등을 고려해 반복적으로 설계 조건을 조정하는 작업에 AI를 활용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강화학습과 유전 알고리즘 등을 활용해 트랜지스터 크기 조정과 설계 검증 과정을 자동화했다. 설계자가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업무를 줄여 개발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설계시간 단축은 중요한 경쟁력이다. 제품 개발속도를 높이고 설계 인력을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발 효율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적용 범위를 제조공정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생산설비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공정 결함이나 수율 저하 원인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기술을 활용한 평택 반도체 공장의 디지털 트윈도 공개했다. 실제 생산시설의 설비와 공정 정보를 가상공간에 구현해 공장 운영을 분석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는 기술이다.
▲LG, 스마트팩토리 수주 1조 원…제조기술이 사업으로
LG전자는 AI 기반 제조기술을 새로운 기업 간 거래(B2B)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은 출범 2년 만인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수주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AI와 디지털 트윈, 로봇 기술을 활용해 생산공정을 최적화하고 설비 운영 효율을 높이는 사업이다. LG전자는 자체 가전제품 생산공장 등에서 축적한 제조·자동화 경험을 외부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사업 초기 전자와 자동차 부품, 배터리 관련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고객을 확보한 데 이어 물류와 에너지·인프라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2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AI 기반 운영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발전소 운영 데이터에 AI와 디지털 트윈, 로봇 기술을 접목해 설비 점검과 시설 안전관리, 운영 효율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사업 확대는 제조기업의 수익구조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과거에는 생산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자체 공장에 적용하던 기술을 이제는 외부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제조업체가 제품 생산뿐 아니라 공장 운영기술까지 사업화하는 구조다.
▲현대차, 휴머노이드 로봇 학습 본격화…2028년 현장 투입
현대차그룹은 AI 로봇을 자동차 생산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로봇 학습시설인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를 개소했다.
이곳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정해진 순서대로 배치하거나 자재를 이동하는 작업을 학습한다. 로봇이 실제 제조환경에서 작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다시 AI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AI 기반 휴머노이드는 다양한 작업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성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메타플랜트의 부품 서열 작업에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부품 조립 공정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제조업의 AI 전환은 기업별로 서로 다른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를 활용한 설계 효율 개선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고, LG전자는 제조기술의 외부 판매를 통해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AI 로봇을 미래 생산공정의 핵심 기술로 육성하고 있다.
앞으로 제조업 경쟁력은 AI 기술의 도입 규모보다 실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새로운 수익 창출 성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대기업에서 축적한 AI 제조기술이 부품 협력업체와 중소 제조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는 지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생산공정 전반의 효율이 개선돼야 한국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7년 이후 한국 제조업의 과제는 AI를 더 많이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실제 이익과 부가가치로 연결하는 것이다. AI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AI 제조기술 자체를 판매하는 기업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한국 제조업의 경쟁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 한국, 빠른 AI 도입...한국 제조업, 최고의 시험대
한국의 AI 도입률은 10년 내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국회예산정책처의 대외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도입률은현재 10년 후 50%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비교 대상인 주요 7개국(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큰 산업 구조 때문에 생산성 증대 효과는 미국과 영국에 비해 다소 처지지만 제조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이 28.7%에 달하는 만큼, 한국 제조업의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산업별 맞춤형 AI 투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도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피지컬AI를 선정하고 글로벌 '1강 도약'을 목표로 제조업 AI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은 한국 제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제조 현장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야말로 향후 글로벌 AI 생태계 판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는 것이다. 다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는 시기에 한국 기업의 주저함이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정확하게 틀리는 것보다 대충 맞는 편이 낫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한국 기업은 무결한 정보가 주어질 때까지 투자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크리스토퍼 응우옌 에이토매틱 최고경영자(CEO)는 현장에서 얻는 실전 지식을 강조했다. 응우옌 CEO는 “해외 소프트웨어를 수입해 매개변수만 조정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는 공정에 투입된 AI가 스스로 환경을 학습해 부가가치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조선업과 제조 공장들은 실전 지식을 축적하고 검증하는 살아있는 실험실”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제조업을 향상 글로벌 AI 리더들은 “망설임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라고 지적한다. 핵심은 데이터 주권 확보다. 국가 차원의 확고한 지원과 기업의 자본 투입이 수반되면 한국이 글로벌 산업 AI 생태계를 이끌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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