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 차익 16조 원 주주환원… ‘해외 자산 가치 실현→배당’ 선순환 입증
“일률적 중복상장 제한은 주주 이익 훼손… 자금 조달 유연성 보장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SK하이닉스가 분기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률 80%라는 역대 최대 실적과 함께 10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을 받은 점은 본업 이익뿐 아니라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지분 매각 차익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투입하기로 한 결정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투자 성과를 배당으로 연결한 결단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무산된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을 둘러싼 아쉬움도 제기된다. 정당한 해외 투자 자산의 가치 실현 시도가 과도한 정치적 프레임에 막히지 않았다면, 주주환원의 파이는 중장기적으로 더욱 커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 투자의 결실을 자본시장에 확실하게 환원하는 경영진의 결단에 찬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도한 정치적 프레임 씌우기로 무산됐던 ‘솔리다임(Solidigm)의 미국 상장’이 차질 없이 추진돼 수익화 단계에 올랐더라면, SK하이닉스 주주들이 누릴 수 있었던 중장기 결실의 크기는 앞으로도 훨씬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SK 제공


◆ 키옥시아 3조 원 투자, 16조 원 환원으로 귀결… 투자 선순환 모델 제시

SK하이닉스는 2018년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통해 키옥시아에 약 3조 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최근 키옥시아의 도쿄증시 상장과 지분 처분 과정에서 발생한 세전 매각 차익은 약 20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이 중 80% 수준인 16조 원가량을 순차적으로 주주환원 재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과거에 집행한 대규모 지분 투자가 상장을 거쳐 구체적인 현금 수익으로 실현되고, 이것이 곧바로 대규모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증명한 사례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이 선제적으로 투자해 키운 자산 가치를 회수하고, 그 결실을 주주와 나누는 정석적인 구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해외 인수기업 상장과 ‘물적분할 쪼개기’의 차이… 획일적 규제 논란

시장의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솔리다임 역시 동일한 궤도를 밟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 법인 솔리다임의 가치를 현지 자본시장에서 평가받고,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을 꾀한다는 복안이었다.

솔리다임 상장은 국내에서 논란이 된 모회사 핵심 사업부의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HBM이나 범용 D램 등 기존 핵심 사업을 떼어낸 것이 아니라, 해외 인수 법인의 독립적인 현지 자금 조달을 추진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도 획일적인 규제 적용에 대한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마사히로 와카스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선임 애널리스트는 언론 인터뷰에서 “솔리다임은 인텔에서 인수한 별개의 미국 기업”이라며 “미국 IPO를 통해 150억 달러를 조달해 eSSD 생산능력과 R&D에 투자했다면, 회수가 빠른 AI 메모리 특성상 2년 내 투자금 회수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모회사는 자체 투자 부담을 덜고 HBM 등에 집중할 수 있어 주주 가치에도 부합하며, 지분 일부 매각에 따른 EPS 희석률도 1% 수준에 불과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국회 등 정치권에서 사안의 맥락과 무관하게 ‘중복상장’이라는 단일 잣대를 적용하고 비판 여론을 주도하면서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추진은 결국 멈춰 서게 됐다.

◆ 규제 프레임이 가른 주주 가치… 기업 자율성 확보 과제

결과적으로 키옥시아의 투자 회수가 대규모 주주환원으로 이어진 현재의 상황은, 솔리다임 IPO 철회가 주주들이 기대할 수 있었던 미래 가치 실현 기회를 차단한 결과였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솔리다임이 현지 증시에 안착해 제값을 평가받았다면, 향후 구체적인 지분 가치 실현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 역시 한층 확대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키옥시아 사례처럼 해외 자산의 성과를 시장에서 회수해 주주에게 돌려주는 경영 판단은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유익한 구조”라며 “정치권이 단편적인 프레임으로 기업의 정상적인 글로벌 투자·회수 전략까지 제한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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