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CRO 소집해 상황 공유…업계 대응수위 올라갈 듯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신용융자('빚투') 관리에 대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추가규제 검토 가능성까지 내비친 상태라 증권사들의 '자체 관리' 고삐가 더욱 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융자를 축소하거나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대비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신용융자('빚투') 관리에 대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사진=김상문 기자


28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최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리스크 담당 임원(CRO)들을 소집해 '증권업계 신용융자 자율관리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여전히 30조원을 웃돌고 있는 신용융자 잔고에 대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말 38조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신용융자 규모는 이후 증시 변동성에 따라 일부 증감 양상을 보였으나, 여전히 30조원을 넘나드는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당국은 과도한 빚투 규모가 주가 급락 시 연쇄적인 반대매매 폭탄으로 이어져 증시 전반에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업계에 전달하고 있다.

앞서 증권업계는 신용융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총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에서 90% 이내로 제한하고, 특정 종목에 신용 지분이 편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종목별 신용융자 비중을 각사 신용융자 총액의 15% 이내로 관리하는 등의 자율 개선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전 종목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거나 신용융자 집중도가 높은 종목의 개인별 기본한도를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하고 증액 연장을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에 착수하기도 했다. 나아가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활용해 신용융자 현황과 장중 급등락 종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장 시작 전·장중·하루 2회' 등 3단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 사례 등도 공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이처럼 강도 높은 '쓴소리'를 낸 것은 일부 증권사들의 이행 속도가 여전히 더디고 현장 관리 체계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국은 증권사들이 형식적인 내규 정비에 그칠 경우, 즉각적으로 고강도 '추가규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전산 시스템 정비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현장 지도와 모니터링 수위를 높여 자율관리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증권가 역시 당국의 이 같은 엄중한 기조에 발맞추어 리스크 관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장중 주가 급등락 종목과 신용잔고 추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한도 초과 위험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규 융자를 즉각 차단하거나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등 방어벽을 높이고 있다. 최근 대신증권에서 대규모 해킹 사례가 추가되는 등 빚투 이외의 리스크 관리에도 경고등이 뜬 만큼 당분간 업계 전반의 긴장도가 최고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의 이번 경고는 단순한 권고 수준을 넘어선 실질적 압박으로 해석되는 게 사실"이라고 짚으면서 "급격한 주가 변동 시 유동성 위기나 대규모 반대매매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증권사들은 더욱 보수적인 기준으로 신용공여 한도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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