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성평등 마을규약·여성이장 활동 우수사례 확산
여성 이장 비율 11.6%…농가 여성 인구 비중과 격차
곡성·제주 등 실천 사례 공유, 주민 자율적 변화 지원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농촌마을의 이장 선출과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된다. 농가 인구의 절반가량이 여성임에도 여성 이장의 비율은 10%대에 머무르는 등 농촌의 대표성과 의사결정 구조에서 성별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성농업인의 동등한 권리와 참여를 보장하고 성평등한 농촌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전국 농촌마을의 성평등 우수사례를 발굴해 온·오프라인 콘텐츠로 제작·확산한다고 29일 밝혔다.

마을의 의사결정권을 ‘1세대 1표’에서 ‘1인 1표’로 바꾸는 등 주민 누구나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여성 이장의 선출과 활동 사례, 마을규약 개선 사례 등을 공유해 다른 농촌마을에서도 자율적으로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 농식품부가 농촌마을의 성평등 우수사례를 발굴해 온·오프라인 콘텐츠로 제작·확산한다고 밝혔다./자료=농식품부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가 인구 가운데 여성 비율은 49.8%에 달하지만, 여성 이장 비율은 2025년 12월 기준 11.6%에 그쳤다. 농가 인구의 절반가량이 여성인데도 마을을 대표하는 자리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셈이다.

도시 지역의 동(洞) 단위 행정을 담당하는 통장 가운데 여성 비율이 76.3%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농촌 일부 마을에서 운영되는 ‘1세대 1표’ 방식의 이장 선출 관행도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가구를 기준으로 의결권을 부여할 경우 가구 내에서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여성의 의견이 마을 운영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8월 농촌지역 의사결정 구조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행정안전부와 농식품부, 성평등부 등 관계 부처에 표명했다.

농식품부는 마을별 성평등 실천 사례를 발굴해 제도 개선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남 곡성군 삼태마을은 마을규약에서 정한 의결권을 기존 ‘한 집에 한 표’에서 ‘한 사람당 한 표’로 변경해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한 사례다.

제주 성평등마을사업단은 마을 내 의결권과 선거권에 ‘1인 1표’를 적용하고, 마을 운영위원회 구성 시 위촉직 위원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등의 표준조항을 제안했다. 다른 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하도록 했다.

제주 제주시 금악리는 부녀회를 중심으로 마을규약을 개정해 위촉직 마을운영위원을 남녀 동수로 구성하도록 했다. 여성의 참여를 선언적인 수준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실제 운영기구의 구성에 반영한 것이다.

마을 공동체 활동에서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을 완화한 사례도 소개됐다. 전남 담양군 청촌마을과 충남 천안시 효계1리는 마을 행사에서 남녀가 음식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공동체 내 성평등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농식품부가 추진 중인 ‘제6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2026~2030)’의 주요 과제인 ‘마을 리더의 성평등한 선출방식 확산’의 일환이다.

농식품부는 성평등 우수사례를 담은 홍보 리플릿에 농촌의 성평등 현황과 ‘1인 1표’의 필요성, 여성 이장의 선출·활동 사례 등을 수록할 예정이다. 마을규약 개선에 참고할 수 있는 표준조항과 성평등 자가 점검 체크리스트, 농촌특화형 성평등교육 신청방법도 함께 제공한다.

홍보자료는 지방정부와 농업인단체 등을 통해 읍·면 단위로 배포한다.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 영상도 연내 제작해 주민들의 인식 개선과 자발적인 참여를 지원할 방침이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UN이 정한 ‘세계 여성농업인의 해’를 맞아 이제는 여성농업인의 실질적인 지위와 대표성이 강화돼야 할 때”라며 “여성농업인의 목소리가 지역의 의사결정에 충실히 반영되는 성평등한 농촌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