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 발표…법 개정 거쳐 연내 통과 추진
2028년 3단계 의무화…미이행 시 푸른씨앗 자동 가입 및 과태료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전체 임금체불액 40% 이상을 차지하는 고질적인 퇴직금 체불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2028년부터 모든 사업장의 퇴직급여 사외적립이 전면 의무화된다. 사외적립을 미루는 영세 기업은 국가 공공기금에 강제로 자동 가입되는 동시에 법적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 전체 임금체불액 40% 이상을 차지하는 고질적인 퇴직금 체불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2028년부터 모든 사업장의 퇴직급여 사외적립이 전면 의무화된다./사진=미디어펜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2월 체결된 노사정 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를 담은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사내에 임의로 쌓아두던 퇴직금을 기업 바깥으로 빼내 안전하게 지키는 '사외적립 전면 의무화'와 스스로 운용이 어려운 영세 노동자를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골자다.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도출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로, 안정성과 수익성 간 균형을 맞춰 노동자 노후를 지켜낼 제도적 기반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우선 정부는 현재 50% 수준에 머물러 있는 퇴직연금 도입률 정체를 깨고, 연간 8000억 원이 넘는 퇴직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사업장 사외적립 의무화에 나선다.

연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8년 1월 1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사외적립이 강제된다. 2029년에는 10~99인 사업장, 2030년에는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3단계로 순차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기업들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사외적립 의무는 각 단계 시행 시점 이후 발생하는 계속근로기간부터 적용되며, 기존에 운영 중인 법정 기준 이상의 누진제는 사외적립 방식만 바뀔 뿐 그대로 유지된다.

영세 중소기업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지원책도 함께 마련했다. 30인 미만 기업이 의무화 시점보다 일찍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최저임금 130% 미만 근로자의 부담금 10%를 재정 지원(60억 원)하고, 50인 미만 기업에는 경영자금 융자 금리를 2%p 낮춰주는 이차보전(62억 원)을 신규 지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무화 시점이 지났는데도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는 사업장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을 통한 '자동가입 제도'가 작동한다. 사업장에 자동가입 통지서와 납입 명세서를 보내 부담금 납부를 강제 유도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 법적 제재 조치가 가해진다.

스스로 적립금을 굴리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제3자(수탁법인)가 자금을 대신 운용하고 손익을 가입자에게 귀속시키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도 새롭게 도입된다.

기금형은 △민간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노사 단체나 복수 사업자가 뭉치는 연합형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같은 공공기관 개방형 등 3가지 유형으로 설계됐다. 노동자는 사내 규약에 반영된 리스트를 통해 기존 계약형과 기금형 중 본인이 원하는 제도를 선택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수탁법인 난립을 막기 위해 2단계 인가 심사가 적용되며,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나면 수탁법인이 고의·과실이 없음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입증책임 전환' 규정도 도입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존 계약형에서 기금형으로의 이동에 대해 "합의해서 규약에 제도를 담도록 돼 있으며, 새로 설계하는 기금형도 DC형이기 때문에 기존 계약형 DC에서 기금형으로 이동하는 데 구조적 제약이나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우려가 컸던 중도인출과 중도해지 제도는 현행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주거·의료비 등 긴급한 사유로 돈이 필요할 때 계좌를 해지하는 대신 활용할 수 있도록 담보대출 제도가 개선되며, 55세 이후 일시금 수령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금으로 지급되는 '연금수령 촉진제도(Opt-out)'가 도입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11월 중순 발의하고,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정이 함께 합의를 이뤄낸 사안인 만큼 야당과의 법안 논의 과정에서 예년보다 빠르게 속도가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내 본회의 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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