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매출 3배 급증… 내년 물량 완판·장기공급계약 확대
반도체에 76조8000억원 투자… 30조원 현금배당도 확정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106조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판매가 급증한 데다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내년 HBM 공급 물량도 이미 완판되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와 함께 30조 원의 현금배당을 확정하며 주주환원도 강화했다.

   
▲ 삼성전자가 4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사업으로만 10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제공


2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95조2532억 원, 영업이익은 107조44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9%, 783.1%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4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글로벌 테크 기업 가운데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 원을 넘어선 것도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실적을 이끈 것은 반도체 사업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147조1000억 원, 영업이익 106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약 99%를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DS 부문 영업이익률은 72%를 웃돌았다. 메모리 매출도 140조7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6%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HBM4의 판매 확대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차별화된 성능 경쟁력을 기반으로 3분기 당사 HBM4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며 "HBM 내 HBM4의 매출 비중은 60%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 전체 D램 시장점유율에 상응하는 HBM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3분기에 이미 달성한 것으로 평가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E 역시 지난 5월 샘플 출하 이후 고객사 초기 평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범용 메모리 사업에서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서버용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었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서버용 제품뿐 아니라 모바일 등 다양한 시장의 메모리 가격이 상승한 것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HBM에 사용되는 베이스 다이 매출이 증가하고 첨단 공정 고객이 확대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를 포함한 2나노 고성능컴퓨팅(HPC) 고객을 중심으로 수주도 이어졌다. 시스템LSI 사업은 모바일용 시스템온칩(SoC)과 이미지센서 공급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했다.

완제품 사업은 원가 부담이 이어졌다.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52조1000억 원, 영업손실 8000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갤럭시 Z 폴드8 등 프리미엄 신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은 전 분기보다 8% 증가했다. 모바일경험(MX) 사업도 플래그십 제품 비중 확대와 평균판매가격 상승으로 전 분기 대비 손익을 개선했다.

◆ 내년 HBM 물량 이미 완판… 생산능력 확보에 76조8000억원 투자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AI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HBM은 내년 공급 예정 물량에 대한 가격 협상까지 마무리하며 안정적인 판매 기반을 확보했다. 주요 고객사들의 추가 공급 요청도 이어지고 있어 생산능력 확대가 향후 사업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2027년 HBM 공급 물량은 당사의 제품 경쟁력을 감안한 목표 수준의 가격으로 협상이 완료돼 이미 솔드아웃된 상태"라며 "주요 고객들의 추가적인 HBM 공급 증량 요청이 지속해서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공급계약(LTA)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10개 대형 고객사와 다년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로 주요 고객사 10곳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부 고객과는 계약이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 계약 대상도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기업을 넘어 모바일과 자동차, 네트워크 분야로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전체 메모리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한다는 목표의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장기간 판매 물량을 확보하면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고객사 역시 필요한 반도체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계약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공장 건설과 장비 도입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차세대 HBM의 생산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범용 D램 생산능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여건을 고려하면 메모리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 2028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에 총 84조4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DS 부문 투자액만 76조8000억 원에 달한다. 메모리 생산 인프라를 확충하고 파운드리 첨단 공정의 생산능력을 높여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테일러 공장 투자도 구체화되고 있다. 강석재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테일러 팹1은 클린룸 가동과 설비 반입을 시작했으며, 라인 셋업을 위한 본사 전문 인력들을 파견해 일정대로 정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글로벌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팹 건설을 포함한 생산능력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의 적용 범위를 모바일에서 AI·HPC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차세대 1.4나노 공정에서도 일부 고객사와 테스트칩 개발을 확정했다. 내년에는 테일러 공장과 2나노 AI·HPC 제품 양산을 본격화해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사업에서는 고용량 제품 개발을 추진한다. AI 에이전트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 저장 수요가 증가하는 데 대응해 내년 초 256테라바이트(TB)급 기업용 SSD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HBM과 D램에 이어 고성능 저장장치까지 AI 인프라에 필요한 제품군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주당 4601원씩 총 30조 원의 현금배당을 의결했다. 배당 예정일은 다음 달 27일이다.

삼성전자가 앞서 제시한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총 90조~110조 원이다. 이미 집행하거나 확정한 35조 원을 제외하면 남은 재원은 55조~75조 원에 달한다. 회사는 추가 현금배당과 상당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하고,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4 판매 확대와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실적으로 입증한 데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로 차세대 제품 공급능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에서 주목할 부분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뿐 아니라 HBM4 공급 확대와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향후 수익에 대한 가시성을 높였다는 점"이라며 "특히 차세대 HBM은 기술 경쟁력과 양산 안정성, 고객사별 요구에 대응하는 능력이 모두 중요한 시장인 만큼 삼성전자가 확보한 대규모 생산능력과 첨단 공정 기술이 중장기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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