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오스탈USA 인수 실사 완료…전략적 가치 부각
HD현대, 미국 내 조선소 설립…현지화 전략으로 함정 시장 공략
미 함정 시장 진출 시 K-해양방산 위상 강화…추가 수주 기회도
[미디어펜=박준모 기자]K-해양방산을 이끌고 있는 한화그룹과 HD현대가 미국 해군 함정 시장을 뚫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양사 모두 현지 건조능력을 확보해 불확실성을 줄여 미국의 함정 발주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미국 함정 시장에 진출한다면 K-해양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 한화그룹과 HD현대가 미국 해군 함정 시장을 뚫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사진=한화 제공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 오스탈USA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8월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뒤 실사까지 마무리하면서 인수 가격 협상을 본격화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오스탈USA 인수를 놓고는 미국 투자사 와일드캣 인프라스트럭처와 경쟁하고 있다. 한화는 10억5000만~12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한 가운데 와일드캣은 오스탈USA의 기업가치를 12억5000만~13억5000만달러로 평가했다. 제시 금액의 상단을 기준 와일드캣의 평가액이 한화보다 1억5000만 달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내에서는 한화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인수 가격뿐 아니라 기존 사업의 수익성, 향후 투자 부담, 미국 정부의 승인 여부 등이 최종 거래 성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히는데 한화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조선·방산 사업을 직접 영위하고 있어서다. 

한화가 오스탈USA를 확보하면 미국 내 함정 건조 역량과 생산시설을 활용해 현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만큼, 인수 이후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한화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와일드캣은 미국 민간 투자회사다. 이들은 투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오스탈USA를 독립적인 사업체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장기 투자 자본을 활용해 인프라와 방산 분야의 기업·자산을 인수하고 개발하는 투자사라는 점에서 조선·방산업을 직접 영위하는 한화와는 차이가 있다.

호주 오스탈 측도 한화와의 협상이 상당 부분 진전됐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인수전에서 한화가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화의 오스탈USA 인수 추진은 미국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한화는 지난 2024년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조선업에 진출했지만, 상선 건조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생산 기반만으로 미 해군 함정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추가적인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함정 건조 경험과 미 해군·해안경비대 납품 실적을 갖춘 오스탈USA를 확보하면 이러한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스탈USA 인수에 성공한다면 곧바로 미국 함정 건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 시장 진입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리조선소의 경우 2028년까지 함정 건조에 필요한 시설 인증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HD현대도 현지화 전략을 통해 미국 함정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인프라 기업인 키윗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29년까지 신규 조선소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지 조선소를 기반으로 향후 함정 건조 사업까지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열려 있다. 우선 군수지원함 수주를 통해 미국 해군과의 거래 실적을 쌓고 현지 생산 역량을 입증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함정 건조 사업 전반으로 진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HD현대 측은 최종 투자 규모는 미 행정부 및 미 해군과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함정 건조 시장까지 진출할 경우에는 추가 투자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현지 진출이 가장 확실한 대안…법적 규제·불확실성 허문다

미국 함정 시장 진출은 단순히 수주 실적을 더 쌓는 차원을 넘어, K-해양방산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미 해군은 연간 함정 신조 예산에 수십조 원을 투입하고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함정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 시장에서 수주 실적을 확보하면 고도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입증하는 동시에 건조 이후 유지·보수와 성능 개량 등 후속 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함정 시장은 그동안 번스-톨레프슨법에 의해 미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왔다. 그러나 미국 내 조선업 기반 약화로 인해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차질이 누적되자, 현지 거점을 확보한 외국 기업에 한해 함정 사업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해외 건조 허용 범위가 최대 2척으로 제한된 데다, 의회에서도 관련 규정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고 있어 제도 개편 방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결국 규제 완화라는 정책적 변수에 의존하기보다, HD현대현지 조선소를 직접 확보해 법적 진입 장벽을 근본적으로 극복하는 전략이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꼽힌다. 

나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검증 기준을 적용하는 미 함정 시장에서 K-해양방산의 건조 역량과 공기 준수 능력을 입증하게 되면, 우방국인 NATO 회원국 및 동남아·중동 지역 함정 수주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시장에서 축적한 건조 실적과 현지 사업 경험은 해외 발주처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현지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 공급망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한미 안보 동맹의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함정 시장에 진출하려면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아직 변수도 남아있다”면서도 “진출에 성공만 한다면 K-해양방산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