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2060년 생산연령인구 최대 46% 감소 전망… 노동력 부족 현실화
AI 도입기업 56.5% 업무 일부 자동화… 생산성 향상·재교육이 성장 좌우
미디어펜은 2026년 연중기획 ‘AI와 시장경제 2.0,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다’를 통해 AI혁명이 가져오는 산업과 시장의 변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왔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글로벌 산업질서의 재편 속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시장경제는 어떤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고 있는지 살펴봤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미디어펜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실제 산업 현장과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되짚어보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해외 주요국의 정책과 기업 사례, 국제기구의 분석과 통계를 바탕으로 2026년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시장경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 한 해의 변화와 성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편집자주]

   
▲ 기업에서 AI 활용에 따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AI를 도입한 기업의 56.5%는 기존 일자리에서 수행하던 업무 일부가 AI로 대체됐다고 답했다./이미지 생성=뤼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경제가 계속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출생·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현실화하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이 주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AI가 모든 산업의 인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직무와 그렇지 못한 직무 사이의 격차를 줄이고, 기존 근로자가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20~64세 생산연령인구가 2023년부터 2060년까지 최대 46%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할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만큼 노동력 투입에 의존해온 성장 방식도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생산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기업 현장에서도 AI 활용에 따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OECD와 한국노동연구원의 관련 조사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의 56.5%는 기존 일자리에서 수행하던 업무 일부가 AI로 대체됐다고 답했다. 이는 AI가 이미 업무 수행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곧바로 전체 일자리 감소나 생산성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된 업무가 무엇인지, 절약한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경제적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보완할 수단으로도 AI가 주목받는다. 최근 2년간 인력 부족을 경험한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27%는 생성형 AI가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기술·경험을 갖춘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서는 이 비율이 47%로 높아졌다. 인력 확보가 어려운 기업일수록 AI를 통해 업무 부담을 줄일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북·전남·충북·울산 등에서는 설비와 로봇을 실제 환경에서 제어하는 피지컬 AI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이미지 생성=chatgpt


AI가 모든 일자리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하지만 AI 활용 효과가 모든 산업과 지역에 고르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의 'AI와 지역 노동시장'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와 에이전트형 AI를 적용하기 쉬운 사무·전문직 일자리는 수도권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2023년 이후 3년간 생성형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직무군에서 늘어난 일자리 24만 7000개 가운데 80.8%가 수도권에 몰렸다. 에이전트형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직무군에서도 지난해 증가한 일자리 10만 5000개 중 88.3%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반면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북·전남·충북·울산 등에서는 설비와 로봇을 실제 환경에서 제어하는 피지컬 AI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AI가 어떤 업무에 적용될 수 있는지는 산업구조와 직무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기술 도입 자체보다 각 산업과 지역의 여건에 맞는 활용 전략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박홍렬 노무법인 온결 대표는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만으로 노동력 감소에 따른 성장 둔화를 모두 막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인구가 줄어들어 AI를 활용하고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는 직무나 업종에서는 성장 둔화를 방지할 수 있겠지만, AI를 활용하지 않는 직무에 투입되는 인력까지 줄어든다면 성장 둔화를 방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가 함께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일부 직무의 생산성 향상만으로 전체 노동력 감소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 해양수산부는 항만·양식장에 AI 도해 항만 생산성을 2035년까지 30% 높이고, 스마트양식장 보급률을 2030년까지 1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사진=해수부


항만·양식장에 AI 도입… 생산성 높이고 직무도 바꾼다

해양수산업도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항만 생산성을 2035년까지 30% 높이고, 스마트양식장 보급률을 2030년까지 1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자율 하역·이송 장비와 AI 기반 항만 운영, 양식장의 급이·수질관리 자동화 등을 통해 현장의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김재철 해양수산부 정책기조실장은 피지컬 AI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고 해양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만에서는 자율하역·이송 장비와 AI 기반 운영 최적화를 통해 작업 효율성과 물동량 처리능력을 높이고, 양식장에서는 급이·수질관리 등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해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고 운영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만 생산성 30% 향상이 인력 30%를 대체하거나 감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 실장은 “피지컬 AI를 활용해 하역·이송 등 항만 운영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항만의 생산성을 대표하는 물동량 처리능력을 30% 향상하겠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AI 확산은 현장 근로자의 업무 방식도 바꿀 전망이다. 김 실장은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작업은 자동화되는 반면, AI 기반 설비의 운영·관리와 데이터 분석, 시스템 유지보수 등 새로운 업무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항만에서는 직접 작업 중심의 직무가 원격제어·통합관제·설비관리 등으로 변화하고, 양식 분야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생육관리와 생산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존 근로자에게 전문적인 AI 개발 역량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김 실장은 “AI 시스템과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상황을 판단하며 예외적인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기존 종사자들이 축적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은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성 향상 넘어 중소기업·지방으로 효과 확산해야

AI의 생산성 효과가 대기업과 수도권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과제다. 김 실장은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가 일부 기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도입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AI 기술을 개발·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과 실증 인프라를 제공하고, AI 기반 설비 도입과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해양수산 데이터를 AI 친화적인 형태로 전환·개방해 중소기업과 지방 산업현장의 AI 기술개발과 활용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AI 활용 능력과 조직 차원의 실행 의지도 중요하다. 박 대표는 “직무분석 등을 통해서 회사 차원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AI 활용을 독려하며 구성원의 AI 활용 능력이 증대된다면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 중 어디에 활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직원들의 활용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AI가 업무 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고용 감소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박 대표는 법률 분야를 예로 들며 “아직 AI가 법률적인 부분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 못하나, 법률적인 부분을 보조하는 업무인 단순 계산, 내용 정리 및 대조, 검토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시간이 절약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인력 감소를 예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검증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대표는 “AI를 고도로 활용하지 않는 고령근로자나 중소기업 종사자라면 AI에 대한 이해 및 발생하는 오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AI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면 검증되지 않은 AI 자료를 활용하는 부작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AI의 생산성 효과가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기술 도입과 함께 인력의 역량을 높이고 산업·지역 간 활용 격차를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서 나아가 절약한 시간과 인력을 고부가가치 업무에 투입하고, AI로 보완하기 어려운 직무의 인력과 전문성도 유지해야 한다. AI가 노동력 감소의 충격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현장 적용 범위와 근로자의 적응 능력에 달려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