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두산 "물량 리스크 전가" vs 한수원 "합의 기준 지켜야"
대체 후보 현대·삼성 정도…같은 조건이면 새 시공사도 부담
한수원, 내년 7월 신규 시공사 선정 목표…착공 일정 빠듯
[미디어펜=서동영 기자]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을 맡기로 했던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대우-두산)과의 협상을 끝내고 새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한수원은 내년 7월까지 선정을 끝내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9개월 남짓한 기간에 입찰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기존 컨소시엄이 받아들이지 않은 조건을 새 시공사가 수용할지도 불투명하다.

   
▲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은 지난 29일 주요 계약조건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시공계약 협상 종료를 공식화했다. 기존 컨소시엄과 맺은 공동협력협약도 해지 절차를 밟고, 신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준비에 착수한다. 두코바니 사업은 1000㎿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는 약 26조 원 규모다. 한수원을 비롯 참여한 한전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등이 '팀코리아'로 뭉쳐 지난 2024년 7월 수주를 따냈다. 

◆대우-두산 "설계도 없는데 물량 책임" vs 한수원 "1기 합의 기준 흔들어"

양측이 갈라선 핵심 지점은 설계 변경으로 물량이 늘어날 경우 그 위험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한수원은 기본설계 시점의 기준물량을 토대로 한 총액확정계약을 고수했다. 

하지만 대우-두산은 이대로라면 시공사가 추후 증가할 수 있는 물량 증가분의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상세설계 시점 물량을 기준으로 증가분을 정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APR1000이 이번에 처음 적용되는 노형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외에서 사용된 발전소가 많은 APR1400과 달리 APR1000은 참고할 발전소가 없고, 입찰 당시에는 설계 자료조차 없었다는 설명이다. 기본설계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컨소시엄은 설계를 맡지 않는 시공사가 설계에서 비롯된 물량 변동 위험까지 떠안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측은 "설계가 잘못돼 물량이 두 배로 늘어도 시공사가 책임지라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사업에서는 나중에 예산으로 보전해 주는 관행이 있었지만, 체코 정부가 그 비용을 대줄 리 없다"며 "처음부터 틀을 확실히 잡아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총액확정이라 물량 변경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손해라고 하는데, 물량이 바뀌면 반영해 주기로 어느 정도 얘기가 됐던 사안"이라며 "대우-두산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한다고 주장하지만 UAE 원전이나 국내 원전도 모두 총액확정 계약으로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초 입찰 때 1개 호기 기준으로 가격을 서로 수용했다면 2개 호기도 그 기준에 맞춰야 하는데, 시공사가 기준 자체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려 했다"며 한수원은 원칙을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물량 변경분 반영은 어느 정도 논의가 이뤄진 사안이라며 컨소시엄의 주장이 단편적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우-두산은 한수원이 말하는 물량 반영은 기본설계 시점에 한 번 조정하는 것일 뿐, 이후 설계 변경으로 늘어나는 물량 위험은 여전히 시공사 몫이라고 주장했다. 총액확정 방식으로 진행한 UAE 원전에서도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기 기준 단가에 대해서도 3년간 입찰이 이어지는 동안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변한 만큼 단가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대체 시공사 찾기도 난관…9개월 안에 재선정 가능할까

한수원이 계약 결렬을 발표하면서 과연 누가 대우-두산을 대신해 체코 원전을 지을 수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 대우-두산을 대신해 원전 주시공자로 나설 수 있는 업체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거론된다. 2018년 한수원이 7개 건설사에 제안서를 요청했을 때 제안서를 낸 곳도 대우-두산과 현대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 두 곳뿐이었다. 

문제는 신규 입찰에 참여할 업체도 기존 컨소시엄과 같은 계약 조건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수원이 기존에 제시한 조건을 그대로 적용하면 설계 변경에 따른 물량 증가 위험을 누가 부담할지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계약 조건을 조정하면 기존 컨소시엄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시공 입찰에 새로 참여하는 업체는 수십 조원 규모 해외 원전의 물량과 단가를 처음부터 검토해 견적을 내야 한다. 기존 컨소시엄은 2018년 선정된 뒤 2022년 최초입찰, 2023년 수정입찰, 2024년 최종입찰을 거치며 견적을 다듬어 왔다. 

한수원이 밝힌 계약 목표 시점은 내년 7월로, 협상 종료 발표 시점부터 9개월 남짓 남았다. 수년에 걸쳐 진행한 작업을 신규 업체는 사실상 9개월 남짓한 기간에 수십조 원 짜리 사업의 검토를 끝내야 하는 셈이다. 시공사 선정을 끝낸다고 해도 본계약을 위한 협상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사업 규모와 계약 조건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입찰부터 계약까지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9년 착공 지킬 수 있나…입찰 조건·공사비도 변수

새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면 체코 원전 착공 자체가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예정대로라면 2029년 11월 본격적인 삽을 떠야 한다. 

한수원은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새 시공사 선정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경쟁입찰로 진행한다. 잠재 시공사 대상 사전설명회와 종합심사 평가기준 확정, 입찰 공고, 낙찰자 선정을 거쳐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시공사 선정 절차와 설계·인허가 등 필수 업무를 함께 진행하고, 주요 공정별 지연 요인을 점검해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도 시행할 방침이다. 체코 발주사와도 긴밀히 협의해 전체 사업 일정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이미 일부 공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협상을 더 끌었다면 지연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컨소시엄과는 수의계약으로 협상했지만, 이번에는 경쟁입찰을 통해 계약금액과 조건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해 자격요건을 갖춘 모든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쟁입찰이 실제로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낼지는 불확실하다.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측은 기존 견적을 제출한 뒤 원가가 상승하고 국제 요구조건도 강화된 만큼 신규 시공사의 견적이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원전 시공 역량을 갖춘 업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쟁입찰만으로 가격을 낮추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입찰 조건을 조정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기존 컨소시엄보다 조건을 완화하면 입찰의 형평성을 둘러싼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이번 일로 체코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두산도 8년 가까이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술 검증을 진행해 온 시공 주간사가 빠지면 체코 정부와의 관계는 물론 팀코리아의 대외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협상 과정에서 체코 측과 진행 상황을 꾸준히 공유해 왔다는 설명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 측에 협상이 잘 안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렸다"며 "만약 잘못되더라도 플랜B를 빠르게 가동하겠다고 계속 소통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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