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 두 달 맞은 요코하마 ‘APL’ 찾아 차세대 패키징 요소기술 연구 점검
5년간 400억 엔 투입… 유리기판·웨이퍼 본딩 등 차세대 아키텍처 개발 박차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요코하마로 조용한 출장길에 올랐다. 공식 개소한 지 두 달을 맞은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 거점을 직접 찾아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글로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의 전방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위치한 반도체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거점 ‘어드밴스드 패키징 랩(APL·Advanced Package Lab)’을 방문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삼성전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거점(Advanced Package Lab·APL)에서 카와히라 히로이치 삼성전자 DS 리서치 재팬 연구소장(부사장, 이 회장 왼쪽), 카리야 다카시 APL 랩장(상무) 등과 함께 패키징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회장의 이번 현장 경영은 지난 9월 8일 APL이 공식 개소한 지 약 두 달 만에 이뤄진 첫 점검이다. 이 회장은 현장 연구진과 함께 첨단 패키지 소재·공정 요소기술 개발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일본 소부장 업계와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패권의 핵심 승부처로 떠오른 차세대 패키징 기술 주도권 확보를 당부했다.

◆ 5년간 400억엔 투자… 유리기판 등 차세대 공정 ‘글로벌 R&D 허브’ 육성

APL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과 일본의 독보적인 소부장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세워진 핵심 전략 거점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연구소 설립을 결정한 뒤, 2024년부터 5년간 400억 엔(약 3500억 원)을 투자해 현지 연구 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APL은 웨이퍼 본딩부터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유리기판(Glass Substrate)’ 등 차세대 공정·소재 요소기술을 개발·검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아가 AI 시대에 필수적인 저전력·고성능 반도체 양산을 위한 ‘패키징 뉴 아키텍처’ 개발까지 연구 범위를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산하 패키징 조직과는 명확한 역할 분담과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국내 조직이 양산 적용 및 전체 아키텍처 통합에 집중한다면, APL은 일본 현지의 우수한 기초 기술을 흡수해 선행 요소기술을 검증하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현지 우수 연구인력 채용을 지속 확대해 요코하마를 글로벌 패키징 R&D 허브로 키워낼 계획이다.

◆ 일본 소부장 클러스터 집적지 공략… 한일 반도체 밸류체인 시너지

삼성전자가 요코하마를 낙점한 배경에는 일본의 탄탄한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후공정 소재·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유력 기업들이 밀집해 있으며, 탄탄한 산·학·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반도체와 AI 산업을 국가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전폭적인 보조금 및 세제 지원을 펼치고 있다.

특히 요코하마는 도쿄에 인접해 주요 대학과 전문 연구기관을 통한 고급 인력 확보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패키징 소부장 기업들의 연구소 및 생산기지가 집적된 최적의 협력 요충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APL을 매개로 현지 협력사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 기흥 ‘NRD-K’부터 천안 ‘HBM 기지’까지… 끊김 없는 반도체 현장 경영

이 회장의 이번 일본 APL 방문은 국내외 핵심 반도체 사업장을 잇달아 찾는 ‘기술 초격차 현장 경영’의 연장선에 있다.

이 회장은 2023년 10월과 2025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총 20조 원을 투입해 짓고 있는 경기 용인 기흥 캠퍼스의 차세대 R&D 단지 ‘NRD-K(New Research & Development-K)’를 찾아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주문했다. 

NRD-K는 10만9000㎡(약 3만3000평) 규모로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연구·생산 복합 기지다.

아울러 2023년 2월과 올해 6월에는 첨단 패키징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생산 기지인 충남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C1·C2 라인의 클린룸을 직접 살피며 HBM 수율과 생산 능력을 집중 점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국내 선행 R&D와 양산 제조 기지에 이어 해외 패키징 요소기술 연구소까지 잇달아 직접 챙기면서,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삼성전자 특유의 ‘턴키 경쟁력’을 완성하고 AI 반도체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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