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실적 개선에도 주가 횡보…자본시장 보통주 소각 요구 증대
소각 시 금융계열사 지분율 법정 한도 초과…지배구조 규제 완화 필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음에도 주가가 정체를 이어가면서 시장의 시선이 주주환원 정책으로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당순이익을 끌어올릴 핵심 카드로 보통주 소각을 요구하지만, 실행 시 법정 지분 상한선을 넘는 ‘금산법 10% 룰’과 맞닥뜨린다.

결국 시장의 눈높이에 맞춘 자본 정책을 단행하고 싶어도 낡은 사전규제에 발목이 잡혀 그룹 지배력이 흔들리는 구조적 모순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 소각이 지배구조 리스크로 직결되는 탓에 경영진의 자본 배분 선택지가 사라진 셈이다.

   
▲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음에도 주가가 정체를 이어가면서 시장의 시선이 주주환원 정책으로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당순이익을 끌어올릴 핵심 카드로 보통주 소각을 요구하지만, 실행 시 법정 지분 상한선을 넘는 ‘금산법 10% 룰’과 맞닥뜨린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실적 호조에도 횡보하는 주가…글로벌 스탠다드는 ‘보통주 소각’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22만5000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조 단위 영업이익을 공시하고도 주가는 횡보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한계가 주가 재평가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애플 등 미국 기술기업들의 공격적인 주주환원 모델을 직접적인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다. 미국 빅테크들은 잉여현금흐름의 상당액을 자사주 매입 후 즉시 소각하는 데 투입해, 유통 주식 수를 영구히 줄임으로써 1주당 가치와 배당금을 끌어 올린다.

삼성전자 역시 매년 10조 원 안팎의 대규모 정규 배당을 집행하며 주주환원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웃도는 상황에서, 유통 주식 자체를 없애 주당순이익을 극대화하는 글로벌 기준인 보통주 소각이 부재하다는 시장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배당 확대와 우선주 소각의 한계…지분율 자동 상승 규제 충돌

다만 시장의 비판과 달리 삼성전자의 현실적인 자본 배분 환경에는 뚜렷한 제도적 제약이 존재한다. 우선 현금 배당을 무작정 늘리는 방식은 최고 49.5%에 달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탓에 주주 체감 효과가 반감되는 반면, 대규모 연구개발 재원을 지켜야 하는 회사에는 부담이다.

의결권이 없어 법적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우선주 소각 역시 근본적인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시장 거래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통주의 주당 가치 희석을 방어하지 못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눈높이에서는 ‘반쪽짜리 환원’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결국 주가 부양 효과가 가장 확실한 정공법은 보통주 매입 후 소각이지만, 여기에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 제24조가 버티고 있다. 현행법상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는 비금융 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 없이 합산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 주식 태우면 ‘금산법 위반’…2018년 블록딜 악몽 되풀이 우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의 삼성전자 보통주 합산 지분율은 10.0%로 이미 법적 한도 턱밑이다. 삼성전자가 보통주를 소각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면, 두 회사가 가만히 있어도 합산 지분율이 10%를 초과하게 된다.

실제 2018년 대규모 자사주 소각 당시에도 두 보험사는 10% 규제 위반을 피하기 위해 보유 주식 2700만 주가량을 시간외 대량매매로 급처분했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단행한 자사주 소각이 계열사 강제 매각에 따른 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을 낳아 주가를 억누른 전례다.

보통주 소각에 따른 금융계열사의 지분 매각은 총수 일가의 낮은 직접 지분율과 맞물려 그룹 전체의 경영권 안정성을 흔드는 요인이 된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순간 규제 위반을 피하기 위해 우호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 지배구조의 자기모순이 반복되는 셈이다.

◆ 지배구조 리스크와 금산분리 규제…자발적 주주환원 제도 개선 필요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동참을 연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사가 글로벌 기준에 맞춰 자본을 효율화하려 해도, 수십 년 묵은 경직된 금산분리 잣대가 길을 막아서는 제도적 모순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이에 재계에서는 기업이 인위적으로 지분을 늘린 것이 아니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지분율이 상승하는 경우에 한해, 금산법상 10% 초과 보유 승인 요건을 유연하게 완화하거나 적용 예외를 명문화하는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부와 시장은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지만 실행 즉시 금산법 위반이나 대규모 블록딜로 인한 주가 충격이 뒤따른다”며 “소각을 하고 싶어도 법에 발목이 잡히는 정책과 규제 간 엇박자는 낡은 룰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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