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AI 쇼핑 이용자 3억5000만명 돌파…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변화
월마트·네이버도 쇼핑 에이전트 경쟁…광고·판매·배송 주도권 재편
미디어펜은 2026년 연중기획 ‘AI와 시장경제 2.0,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다’를 통해 AI혁명이 가져오는 산업과 시장의 변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왔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글로벌 산업질서의 재편 속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시장경제는 어떤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고 있는지 살펴봤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미디어펜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실제 산업 현장과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되짚어보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해외 주요국의 정책과 기업 사례, 국제기구의 분석과 통계를 바탕으로 2026년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시장경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 한 해의 변화와 성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견희·김성준 기자] 인공지능(AI)이 세계 유통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꾸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을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하던 온라인 쇼핑이 AI와 대화하며 구매할 제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통기업은 AI를 통해 고객의 구매 의도를 파악하고 상품 추천부터 배송까지 연결하는 경쟁에 나섰다.

아마존의 AI 쇼핑 서비스 이용자는 최근 1년간 3억5000만 명을 넘어섰다. 월마트는 자체 쇼핑 AI를 외부 챗봇과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국내 쇼핑앱에서 소비자의 구매 상황과 배송 조건까지 고려하는 AI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통업의 경쟁이 상품 가격과 배송 속도를 넘어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누가 먼저 이끌어내냐로 확대되는 것이다.

AI는 소비자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유통기업의 광고와 판매 전략, 고객 확보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 대화형 생성 AI 기술을 접목해 소비자의 목적과 상황에 맞는 상품을 입체적으로 추천해 주는 미래형 쇼핑 플랫폼 예시./이미지=AI 생성



◆아마존 AI 쇼핑 3억5000만 명…검색창 넘어 구매까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AI를 쇼핑의 핵심 서비스로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에 따르면 AI 쇼핑 서비스 '알렉사 포 쇼핑(Alexa for Shopping)'을 이용한 고객은 최근 12개월간 3억50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2분기에는 활성 이용자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이용자와 AI의 상호작용 횟수는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아마존은 지난 5월 기존 AI 쇼핑 도우미 '루퍼스(Rufus)'와 알렉사 기반 기능을 통합해 알렉사 포 쇼핑으로 개편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자연어로 필요한 상품을 설명하면 조건에 맞는 제품을 찾아준다. 가격과 성능을 비교하고, 과거 가격 변동을 확인하며, 원하는 가격에 도달했을 때 자동으로 구매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의 제품명을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사용 목적과 예산, 선호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AI가 적합한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올해 2월 발표한 지난해 실적에서 루퍼스가 2025년 3억명 이상의 고객에게 이용됐으며, 연간 환산 기준 약 120억달러의 추가 매출을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AI가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기능을 넘어 실제 매출 확대와 연결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존 온라인 쇼핑에서는 소비자가 검색어를 입력하고 여러 상품을 비교한 뒤 구매를 결정했다. 검색 결과의 노출 순위와 광고 위치가 판매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AI 쇼핑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조건을 설명하면 AI가 여러 상품 가운데 선택지를 좁혀준다. 소비자의 검색 횟수가 줄어들고 상품을 비교하는 과정이 짧아질수록 어떤 제품을 추천 목록에 포함시키느냐가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기존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추천은 과거 이력에 갇혀 매번 비슷한 상품만 노출하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앞으로는 소비자가 챗GPT를 활용하듯 '특정 목적과 상황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요구하며 주체적으로 쇼핑을 이끌 수 있도록 유통 채널 내 AI가 고도화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생성형 AI는 질문의 수준이 결과물의 질을 좌우하는 만큼, 플랫폼 차원에서 소비자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효과적인지 직관적인 가이드와 예시(프롬프트)를 제시해 주는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상품 판매업체의 경쟁도 달라진다. 단순히 검색 결과에서 눈에 잘 띄는 것뿐 아니라 AI가 제품의 성능과 가격, 소비자 평가를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월마트는 고객 접점 사수…네이버는 배송까지 AI 추천
AI 쇼핑 경쟁은 아마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는 지난해 10월 오픈AI와 협력해 챗GPT에서 월마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소비자가 별도의 쇼핑몰 검색창을 이용하지 않고 AI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상품을 찾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올해 들어 월마트는 자체 AI 쇼핑 서비스 '스파키(Sparky)'를 외부 AI 플랫폼과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했다. 월마트는 지난 3월 투자자 대상 설명에서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가 월마트 상품을 추천하면 스파키가 이어서 구매 과정을 지원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외부 AI가 상품을 발견하는 통로가 되더라도 장바구니와 고객 계정, 구매 과정은 월마트의 서비스와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변화는 AI 시대 유통기업이 직면한 새로운 과제를 보여준다. 소비자가 AI 챗봇에서 상품을 찾고 구매까지 마치게 되면 기존 유통 플랫폼을 직접 방문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 유통기업으로서는 상품 판매뿐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셈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이 자체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플랫폼 내부에서 활용하는 방식과 챗GPT 등 외부 AI 서비스에 상품을 연결하는 방식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어떤 방식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에게 상품을 노출하고 구매로 연결하는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 AI를 활용하는지 외부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향후 광고 모델도 서로 다르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AI 쇼핑과 관련한 새로운 광고 방식이 본격적으로 정착한 단계는 아니어서 다양한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쇼핑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상품 검색어를 입력하면 AI가 제품의 특징과 소비자 평가를 분석하고 구매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6월에는 AI가 이용자에게 먼저 대화를 제안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소비자가 관심을 보였던 운동화와 함께 구매할 만한 상품을 제안하거나, 이전에 살펴본 제품과 관련된 구매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어 9월에는 실시간 배송정보를 반영하는 기능까지 확대했다. 소비자가 '내일까지 받을 수 있는 캠핑용 밀키트'를 요청하면 배송지와 주문 마감 시간, 예상 도착일을 고려해 조건에 맞는 상품을 추천한다. AI가 단순히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구매 가능성과 배송 조건까지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유통시장에서도 상품 검색과 구매, 배송을 하나의 AI 서비스로 연결하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 인공지능(AI) 솔루션 도입으로 재고 관리와 마케팅 최적화 등 복잡한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운영 효율성이 한층 극대화되고 있다./이미지=AI 생성



◆광고·판매·배송까지 변화…AI가 유통 수익구조 바꾼다
AI 쇼핑의 확산은 유통기업의 수익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주요 수익원 가운데 하나는 광고다. 판매업체들은 검색 결과나 추천 화면에서 자사 상품의 노출을 늘리기 위해 광고비를 지출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수십 개의 검색 결과를 살펴보는 대신 AI가 제시한 몇 개 상품을 중심으로 구매를 결정하면 광고의 경쟁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AI가 상품을 추천할 때 어떤 정보를 활용하고, 광고와 일반 추천을 어떻게 구분하느냐가 플랫폼과 판매업체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가 된다.

아마존은 지난 6월 AI 쇼핑 환경에 대응하는 광고 전략을 공개했다. 상품을 찾는 과정에서 AI가 소비자의 의도와 구매 상황을 파악하는 만큼 광고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발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IT 기업 관계자는 "기존 오픈마켓에서는 판매업체가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얼마나 잘 노출하느냐가 중요했지만, AI 에이전트가 상품을 선택하는 방식이 확대되면 기존 노출 경쟁의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그렇다고 광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AI 에이전트의 추천과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 상세페이지나 제목, 소비자 리뷰 등 어떤 정보를 AI 에이전트가 분석하고 추천에 활용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질 수 있다"며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판매업체의 상품이 AI에 선택될 가능성을 높이는 서비스나 광고 모델이 등장할 수도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식이 자리 잡은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상품의 특징과 실제 사용 목적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가격과 재고, 배송정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AI가 소비자의 구매 조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할수록 상품 정보의 정확성이 판매 기회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기업 내부의 운영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월마트는 AI를 상품 정보 관리와 고객 상담 등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패션상품의 생산 일정은 최대 18주 단축됐고, 고객 상담 문제의 해결 시간도 최대 40% 줄었다. AI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하는 역할뿐 아니라 상품 공급과 고객 응대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아마존은 AI를 통한 업무 효율과 사용자 경험 개선을 강조하며, 상품 정보 작성부터 재고·광고·가격 관리까지 판매자 지원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AI가 판매자의 업무를 대신 판단하고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활용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 관계자는 "아마존은 AI가 일상적인 업무를 얼마나 간소화하고 경험을 개선하며, 더 적은 노력으로 많은 성과를 달성하도록 돕는지를 기준으로 AI의 성공을 평가한다"며 "생성형 AI 기반 상품 리스팅 작성과 동영상 생성부터 판매자를 대신해 24시간 추론하고 계획하며 실행하는 '셀러 어시스턴트'까지 다양한 AI 도구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셀러 어시스턴트는 재고와 광고, 가격 책정, 규정 준수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하고 판매자의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며 "2025년 9월 에이전틱 AI 기능 출시 이후 판매자들은 셀러 어시스턴트가 제시한 권고 사항의 약 90%를 수락하고 해당 작업을 대신 수행하도록 승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AI 쇼핑의 확산이 모든 판매업체에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AI 추천에 포함되는 상품에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되면 노출 기회를 얻지 못한 중소 판매업체의 경쟁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플랫폼이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추천하고 소비자에게 광고 여부를 알리는지, 판매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다.

한국 유통기업에도 중요한 변화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그동안 가격 경쟁력과 빠른 배송, 멤버십 혜택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강점에 더해 소비자의 구매 의도를 이해하고 실제 주문으로 연결하는 AI 기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AI가 구매 과정의 앞단을 장악할수록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상품 추천부터 결제와 배송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의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제시한 추천을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가격과 품질, 배송 조건을 투명하게 비교할 수 있어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AI 시대 유통업의 승부는 단순히 더 많은 상품을 확보하거나 더 빨리 배송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요구를 합리적인 가격과 편리한 구매 경험으로 연결하는 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AI가 소비자의 구매 과정을 바꾸면서 세계 유통시장의 패권 경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디어펜=김견희·김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