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건설 모태에서 출발, 사업 구조조정 속 그룹 제조 보루로 안착
8인치 전력반도체 특화로 높은 수익성 확보… DB손보와 함께 그룹 지탱
[미디어펜=조우현 기자]3일 창립 57주년을 맞은 DB그룹 내에서 반도체 제조 계열사인 DB하이텍의 위상과 향후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969년 미륭건설(옛 동부건설)을 모태로 출범해 철강·화학·가전 등으로 영역을 넓혔던 그룹의 제조업 포트폴리오는 2010년대 중반 유동성 위기를 거치며 대거 해체됐다. 그 결과 그룹의 무게중심은 DB손해보험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로 기울었다.

   
▲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사진=DB하이텍 제공


그러나 혹독한 구조조정 속에서 살아남은 DB하이텍은 8인치 특화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내며, 금융 편중을 완화하는 그룹의 유일한 ‘제조업 보루’로 자리 잡았다.

◆ 특화 파운드리 집중 전략… 안정적 수익 기반 구축

1997년 설립된 DB하이텍은 과거 장기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구조조정 당시 매각 대상에 올랐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해 그룹에 잔류했던 이력도 있다. 

하지만 범용 선단 공정 대신 아날로그·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8인치(200mm) 특화 파운드리’로 사업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고전압 BCD(바이폴라·CMOS·DMOS) 공정 등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IT 기기, 차량용 전장 부품, 산업용 인프라 수요를 흡수하며 팹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글로벌 8인치 파운드리 업계에서 독보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우량 계열사로 탈바꿈했다. 금융 부문의 탄탄한 이익 체력 위에 DB하이텍의 기술 경쟁력이 더해지며 그룹의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지탱하고 있다는 평가다.

◆ 글로벌 시장의 시선… ‘중국발 레거시 굴기’ 대응 관건

다만 시장이 DB하이텍의 호실적 뒤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글로벌 파운드리 지형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로 첨단 미세공정(7나노 이하) 진입이 차단된 중국 파운드리 기업들이 국가적 보조금을 등에 업고 8인치 레거시(성숙) 공정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 있어서다.

SMIC, 화홍반도체 등 중국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를 강화하면서 범용 전력반도체와 센서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중국 내수 팹리스 물량을 빠르게 흡수한 중국 파운드리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8인치 파운드리에 집중된 DB하이텍 역시 중장기적으로 제품 단가 인하 압박과 고객사 이탈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숱한 계열사를 매각하며 제조업 기반이 축소된 DB그룹 입장에서, 대규모 12인치 팹 증설이나 선단 공정 진입을 위한 수조 원대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현실적인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 전환… ‘기술 차별화’가 향후 분수령

결국 시장의 눈은 DB하이텍의 기술 고도화 속도에 쏠려 있다. 중국과의 출혈 경쟁을 피하기 위해 회사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등 차세대 화합물 전력반도체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세계 최초로 8인치 1200V SiC 공정의 신뢰성 검증을 완료하고 단계적 양산 채비에 나서는 등 고전압·고효율 기술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은 그룹의 사업 재편 속에서 특화 공정 경쟁력 하나로 독자 생존력을 증명해낸 상징적인 기업”이라며 “성숙 공정 시장의 글로벌 경쟁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차세대 고부가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가 향후 10년 성장의 최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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