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부터 2026 밀라노까지… 40년 독점 파트너로 '기술 표준' 선점
일본 기업 떠난 자리 노리는 중국 공세 차단… '국가 브랜드' 지키는 방파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지역 후원사로 첫발을 뗀 삼성전자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최상위 후원 등급인 ‘TOP(The Olympic Partner)’ 파트너로 합류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0년 청소년올림픽으로 지원 범위를 넓힌 데 이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24년 파리, 2026년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총 7개 대회에 걸쳐 참가 선수단 전원에게 '갤럭시 올림픽 에디션'을 지급하며 무선통신·컴퓨팅 분야의 독점적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 미국 국가대표 선수단이 2026 다카르 청소년올림픽 선수촌 내 삼성 오픈 스테이션을 방문해 갤럭시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와 비용 효율화 기조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올림픽 TOP 스폰서십을 굳건히 지속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기업 홍보를 넘어 ‘기술 표준 선점’과 ‘시장 헤게모니 방어’, 나아가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 ‘기술 표준’ 선점… 전 세계가 공인하는 모바일 룰세터

올림픽 TOP 파트너십의 본질은 전 세계 200여 개국 수십억 명의 시청자 앞에서 ‘인류 최첨단 기술의 표준’임을 공인받는 장이기도 하다. IOC 공식 파트너는 ‘카테고리별 단 1개 기업’에만 독점 권리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스포츠 제전의 공식 무선통신·컴퓨팅 파트너라는 타이틀은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쏟아붓는 일반 마케팅으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신뢰의 징표다. 

여기에다 최근 올림픽 무대는 단순한 로고 노출을 넘어 최신 모바일 혁신 기술의 글로벌 시험대로 진화했다.

2024 파리올림픽 시상대 위에서 각국 메달리스트들이 영광의 순간을 직접 담아낸 ‘빅토리 셀피’나 개막식 센강 보트 퍼레이드 생중계는 모두 갤럭시 스마트폰의 온디바이스 기술력을 통해 구현됐다.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도 차세대 모바일 AI 기술이 전 세계 선수단과 관중을 잇는 핵심 인프라로 활약할 전망이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의 규칙을 만들고, 브랜드 위상을 각인시키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 일본 기업 철수와 중국 자본 공세… 재편되는 글로벌 스포츠 지형

이러한 적극적인 리더십 발휘의 이면에는 글로벌 산업 지형 변화에 따른 냉철한 현실 감각도 맞물려 있다.

최근 포츠 이벤트의 후원 판도는 급격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을 기점으로 30여 년간 IOC 공식 파트너 자리를 지키며 가전과 영상기기를 독점했던 일본 파나소닉을 비롯해 도요타, 브리지스톤 등 일본 간판 기업들이 줄줄이 올림픽 무대에서 물러났다.

일본 기업들이 가성비와 사업 재편을 이유로 떠난 빈자리는 중국 자본이 빠르게 메워가고 있다.

알리바바와 멍뉴가 일찌감치 TOP 파트너로 자리 잡은 가운데, 가전·IT 기업인 TCL과 전기차 1위 BYD, TV 제조사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은 유럽축구선수권(유로)과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무대에서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중국산’이라는 꼬리표를 지우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려는 시도다.

◆ 후발주자 진입 봉쇄와 ‘코리아 프리미엄’… 기술 안보의 전초기지

삼성전자가 무선통신·컴퓨팅 부문 후원에서 물러서는 순간, 그 빈자리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차지가 될 공산이 크다. 중저가 양적 공세로 유럽과 신흥 시장 점유율을 넓혀온 중국 제조사들에게 올림픽 공식 파트너 타이틀은 단숨에 브랜드 신뢰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도약대이기 때문이다.

만약 올림픽 시상대 위 메달리스트들의 손에 쥐어지는 기기가 샤오미나 오포로 바뀐다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훨씬 거센 혼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올림픽 타이틀을 쥐고 있는 것 자체가 후발주자들에게는 넘기 힘든 거대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또 주목할 점은 삼성의 올림픽 파트너십이 개별 기업의 이익을 넘어 ‘국익’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은 단일 완제품을 넘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총집결된 국가 첨단 산업의 총아다.

결국 삼성전자의 40년 올림픽 동행은 단순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아니다. 차이나 머니의 잠식을 저지하며 대한민국 기술 안보를 지켜내는 최전방 방어벽이자, 국가 브랜드의 글로벌 위상을 견인하는 전략적 투자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