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위, ‘이전보존·복토 승인’ 뒤집고 ‘원위치 보존’ 이유로 4번째 심의 보류
누적 사업비 8400억·이자 729억 달해… “행정 불일치로 사업자와 주민 피해 눈덩이”
[미디어펜=조우현 기자]22년째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서울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을 두고 국가유산위원회의 반복적인 심의 보류와 오락가락 행정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연간 금융이자만 172억 원에 달하는 등 사업 지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실질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소속 최종부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3일 열린 도시공간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세운4구역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의 일관성 결여 문제를 강하게 질타하며 국가유산청의 책임 행정을 촉구했다.

   
▲ 최종부 서울시의원 /사진=서울시의회 제공


세운4구역은 지난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제출 자료에 따르면 누적 사업비는 약 8400억 원, 누적 금융이자는 약 729억 원에 달한다. 현재도 연간 약 172억 원, 하루에만 약 4700만 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 의원은 “22년째 사업은 제자리걸음인데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행정적 판단이 지연되는 동안 그 부담이 고스란히 사업시행자와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10월 21일 국가유산위원회가 세운4구역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를 또다시 보류한 점을 핵심 문제로 꼽았다. 2024년 최초 심의 이후 벌써 네 번째 보류 결정이다.

앞서 2024년 1월 당시 문화재위원회(현 국가유산위원회)는 상층 유구 해체·보존과 하층 유구 추가 조사를 요구했고, 같은 해 5월 국가유산청 현지조사에서는 이문과 건물지 등 일부 유적이 ‘이전보존’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후 사업시행자는 국가유산청의 복토 승인을 받아 발굴 현장 복토까지 정상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국가유산위원회는 지난달 돌연 ‘원위치 보존 원칙’과 ‘유적 주변 공간의 역사·문화적 정체성 확보’를 이유로 심의를 다시 보류하며 입장을 뒤집었다.

최 의원은 “기존 심의 의견에 따라 이전보존 조치와 복토까지 마쳤는데, 이후 원위치 보존 원칙이 제시된다면 사업시행자는 도대체 어떤 기준에 맞춰 사업을 추진해야 하느냐”며 “행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의 불확실성만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유산청은 과거 현지조사에서 일부 유적을 이전보존 대상으로 분류하고 복토를 승인한 만큼, 이후 심의에서 다른 보존 원칙이 제시된 경위와 판단 근거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며 “국가유산위원회의 전문적 판단은 존중하되, 반복적인 심의 보류에 따른 행정적 혼선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묘 세계유산 보존 문제와 세운4구역 매장유산 심의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최 의원은 “종묘의 역사적 가치와 세계유산으로서의 위상은 당연히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문화유산 보존이 주변 지역의 개발을 무기한 제한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보존과 개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최 의원은 “국가유산을 보호할 책임이 국가에 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해결할 책임 역시 국가에 있다”며 “심의를 반복적으로 보류하는 것만으로는 22년간 이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문화유산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의 재산권과 지역의 미래까지 무기한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며 “국가유산청은 명확한 판단 근거와 구체적인 보완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는 관계기관 간 조정에 적극 나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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